티벳인들의 불살생관
김선정교수
갼체는 티벳에서는 드물게 남쪽으로 한없이 넓은 들을 농토로 가지고 있는데 7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의 신문들은 “갼체의 농부들이 국가에서 준 귀한 비료와 살충제는 땅에 묻거나 내다 버린다. 오히려 라마승들에게는 돈을 주고 기우(祈雨)를 부탁한다. 전염병이라도 돌 조짐이면 두 사람이 힘을 합해야 겨우 들 수 있는 커다란 경전을 받쳐 이고 줄지어 시 둘레를 돈다. 터무니 없이 미개하고 미신적인 사람들이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실은 티벳 사람들이 미물도 죽이지 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철저하게 따르기 때문에 이들이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연 조건으로 어쩔 수 없이 고기를 먹었지만 살생을 최소한 줄인다는 논리로 소나 양, 야크등 몸집이 큰 짐승고기 외에 닭고기 물고기 등 작은 짐승고기는 먹지 않는다.
다람살라에서 한동네에 같이 살던 티벳 사람들도 집안에 쥐가 들어오면 죽이지 않고 잡아서 내다 버린다. 그러면 얼마 후 다시 들어오기 마련인데, 이럴 때마다 그들은 잡아서 내다 버리기 귀찮게 반복할망정 덫을 놓거나 약을 뿌리지 않는다.
서양 사람들은 다람살라 도서관의 불교철학 강의 시간에 기생충이나 병원균 등과 관련하여 불상생계로 여러 가지 논쟁을 벌이지만 티벳 사람들에겐 어떤 논쟁이나 의심 이전에 미물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족정서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80년대로 들어서면서 중국의 신문들은 “갼체의 농업 기술이 매우 기술적이고 과학적으로 발전하여 중산된 수확물을 트럭․트랙터․텔레비젼․자전거․녹음기로 바꿔간다”고 선전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제는 갼체의 농부들도 비료와 농약으로 그들의 농토를 산성화시키며 죽여가고 있다는 것인가?
그 내용이야 어떻든 갼체의 넓은 들판은 만발한 유채꽃의 짙은 노량과 보리의 푸르름으로 아름답다. 지붕이 평평하고 창이 작은 네모난 집들이 서로를 다정하게 의지하여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듯 벽과 벽을 맞대고서 2～3층으로 포개지며 언덕을 기어오른다.
연중 강우량이 30㎜뿐인 갼체의 좁은 골목에는 7월인데도 메마른 흙먼지 바람이 거칠었다. 집집마다 넙적넙적 빚어 말린 가축의 똥과 장작들을 보기 좋기 섞어 벽 위의 지붕 언저리로 빙 돌아가며 쌓아 놓았다. 하얀 벽에 말갛게 장식한 테두리 같기도 한 이것은 집집이 내건 오색의 기도 깃발들과 함께 티벳에만 있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볼수록 따뜻하고 정답게 느껴졌다.
마을 풍경도 아름답고 고원의 푸른 들판도 아름답지만 역시 갼체를 티벳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만드는 것은 꿈붐탑 때문이다.
- 첨부파일:
-
- 조회수:
- 4579
- 등록일시:
- 2012-09-17 오후 6:3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