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고최덴이라고도 하는 꿈붐탑이 서 있는 갼체의 대 사원 터는 시의 북쪽 끝에 있었다. 뒤쪽으로 사원을 감싸안듯이 자리한 천연 암벽에 잇대어 담을 쌓고 문을 내어 사원구역을 도시와 차단했다.
이 승원에는 3천여 명의 승려들이 거주하는 18개의 절 건물들이 밀집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문화혁명 때 도망치지 않은 스님들이 죽거나 투옥되고 강제노동수용소에 갇히면서 황폐의 길을 걸었다. 이때 중국은 이곳에 있던 성보들 대부분을 자기 나라로 가져가고 나머지 건물들은 모두 파괴했다고 한다. 그런데 꿈붐탑은 어떻게 이리도 당당하게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그 난리를 거친 탓이겠지만 탑이 속해 있던 절 건물은 사라지고 탑과 페코르최덴이라는 건물만 남아있었다. 폐허가 된 건물이 2～3개 더 있긴 했지만 사원의 원래 모습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꿈붐탑은 티벳에 남아 있는 탑 가운데 가장 크고 아름다우며 보존상태가 좋다. 티벳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평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러나 이 탑이 중요한 것은 모두 112개의 방으로 연결되는 탑 내부에 10만여 기의 불상들 거의가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어서다. 더구나 내부 벽 전체가 탱화와 만다라로 가득 체워져 있고 경전과 성물들이 복장으로 보관되어 있다.
티벳에서는 탑을 조성하는 의도와 목적에 따라 탑 안에 모시는 불상이나 복장이 달라진다.

따라서 탑의 종류는 수도 없이 다양하다. 그러나 기본 형태는 모두 여덟으로, 이는 탄생 항마성도 초전법륜 열반 등 부처님 생애의 중요한 사건 여덟가지를 상징한다.
갼체의 탑은 초전법륜을 형상화한 것이다. 초전법륜탑은 문이 많다고 고망최덴이라고도 한다. 사방에 27개씩 모두 108개의 문이 있다. 티벳의 탑은 불신(佛身)을 상징하며 부처를 이루어 가는 과정을 상징한다. 탑의 기저부는 부처님이 앉아계신 좌대, 그 위의 4개 층은 가부좌한 하체, 중간의 원통형은 상체를 나타내는데 이 층에는 사방으로 문이 4개 있다. 남쪽으로 난 문으로 들어간 방에 모신 불상이 그 탑의 주불이다.
꿈붐탑의 주불은 석가모니불로 16아라한과 함께 모셔져 있다. 잘룩하게 좁아지는 층은 목이고 그 위로 상방에 불안(佛眼)을 그린 층이 얼굴이다. 원추형으로 위가 좁아지는 13개의 황금층은 육계를, 꼭대기 장식은 육계 위의 보석을 상징한다.
이 탑을 다시 부처를 이루어가는 과정의 상징으로 보면 가장 밑층은 인간이 행해야 할 10가 지 선행을 나타낸다. 그 위 4개층과 불안이 그려진 층까지 6개의 층은 사념처(四念處), 사정근(四正勤), 오력(五力), 칠각지(칠각지), 팔정도(八正道)를 통해 인간의 업장이 정화되고 소멸되어 부처를 이룰 수 잇는 인과를 지어가는 단계를 상징한다.
13개의 황금층 즉 육계 부분은 인간의 업장을 남김없이 소멸한 보살들이 수행하여 부처로 나아가는 단계이다. 연꽃 위로 솟은 제일 꼭대기는 음양이 서로 존재하되 합일하여 둘이 아님, 즉 부처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