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진의 대비
김선정교수
외국인 철수령으로 라싸를 떠나고 있었던 여행자들은 자유 티벳을 외치는 소리를 좇아 좁다란 길을 달렸다. 그들은 후에 “등뒤에선 무차별 사격을 가하고 나서 고요해지곤 했다. 라싸 거리엔 온통 시체 더미들이 쌓여 있었다”고 전했다. 우리의 광주 5월이 끝나지 않은 것처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라싸의 3월은 끝나지 않고 격렬하게 진행중이다.
라싸의 관공서나 은행은 물론 상점이나 식당까지도 모택동의 사진이 반듯하게 걸려 있었다. 네팔과 인도의 티벳촌, 식당이나 가게, 택시에까지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 걸려 있는 것과 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달라이 라마는 분명 고통받는 인민을 해방시키겠다는 보살같은 원을 내어 많은 어려움을 참아내고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라싸에서는 관세음보살이신 달라이라마의 사진이 모셔져 있을 자리에 모택동의 사진이 올라 보살들을 내몰고 대신에 총을 든 군인들을 데려다 보살들의 땅을 인민의 피로 적시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살벌한 도시에 어색하게 깜박이 불로 번쩍이는 간판이 있었다. 라싸의 디스코장이라고 한다. ‘장’이 권해서 들어가 보니 장식이나 무대장치도 없는, 식당을 좀 어둑하게 해놓은 곳이었다. 벽을 따라 위지와 탁자들을 둘러놓고 가운데를 널쩍하게 비워 춤들을 추고 있었다.
평상복 차림의 가수가 초라한 4인조 밴드에 맞춰 기타를 치며 중국 노래인지 티벳노래인지 인상을 써가며 불러댄다. 피냄새가 채 가시지도 않았고 바로 문밖에 무장한 군인들이 서 이는 계엄령이 도시인데 춤 추러온 사람들은 디스코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았다. 디스코와 탱고가 번갈아 나오는데 모두들 탱고춤을 배우는지 남녀가 짝을 지어 스텝을 밝고 빙글빙글 돌아간다.
군인들이 많고 색동 앞치마를 입은 티벳 부인들도 더러 있었다. 늘씬하고 잘 생긴 티벳 부인이 중국인 장교와 함께 춤을 추어 눈길을 끌었다.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많은데 짝짓기에 여자가 적극적이었다. 눈에 띄게 옷을 잘 입은 중국 아가씨들이 우리 일행의 서양 남자들에게 여간 관심이 많지 않았다.
동양인인 내게 접근해 소개를 하라고 자꾸 조르는데 웬만하면 기분을 내는 서양인들이건만 그렇게 슬픈 라싸에서 중국 아가씨들과 디스코를 추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묵묵히들 앉아 씁쓸하게 중국제 맥주나 마시다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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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9-17 오후 6:3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