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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심장재단 원장 쵸걀 스님

박물관
심장 움켜쥐고 죽어가는 아이들…가슴이 시립니다
라다크 심장재단 원장 쵸걀 스님
기사등록일 [2008년 05월 06일 화요일]
 

내 이름은 쵸걀. 나는 스님의 신분이랍니다. 물론 히말라야 지역에 널리 퍼져 있는 티베트 불교의 스님이지요.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다른 스님들과는 조금 달라요. 나는 ‘라다크 심장재단(Ladakh Heart Foundatio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곳이 뭐하는 곳이냐구요? 지금부터 내가 들려드리는 얘기를 잘 들어보시면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아실 수 있을 거예요.

2007년 병원설립…250명이 혜택

“옴 나무 바까와띠 구루 비두야 다와 라자야 다당가따야 하라 하띠 삼매삼 부다야 다야타 옴 무니 무니 마하 무니 수와하.”

무슨 진언인지 궁금하시죠? 바로 티베트 의사들이 항상 외우고 다니는 진언이예요. 병든 자들을 돌봐주는 약사여래를 찬탄하는 진언이죠. 티베트를 비롯한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의사가 치료를 베풀 때도 이 진언을 외우고, 환자가 약을 먹기 전에도 이 진언을 외웁니다. 내가 있는 라다크에서는 누군가가 아플 때 특히 이 약사여래 진언을 외우며 기도를 많이 한답니다.

나는 몇 년째 매일 이 약사여래 진언을 하루에도 몇 번씩 외우고 있어요. 우리 라다크 지역 사람들을 위해서죠. 다들 건강하라고 하는 것이냐구요? 물론이죠. 하지만 내가 약사여래 진언을 매일 쉬지 않는 이유는 조금 특별해요. 해발 4600m에 달하는 고지대인 라다크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라다크 사람들이 심장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외우는 거예요.

라다크를 비롯한 히말라야 지역은 지대가 높다보니 기압이 아주 낮습니다. 그래서 피를 온몸으로 돌려줘야 할 심장이 약해지는 거죠. 특히 심장의 판막이 닫히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정확한 집계는 알 수 없지만 매년 수많은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심장병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세상과 작별하는 경우도 많아요. 세계의 심장외과 전문의들이 수시로 논문을 발표하고 해결방법을 고민할 정도로 라다크 지역은 심장병에 시달리는 지역이랍니다.

히말라야 지역에서 태어난 나는 어릴 때부터 심장병으로 파래진 입술을 가진 아이들을 많이 봐왔답니다. 내 친구들이 그 파란 입술로 영원한 이별을 말할 때면 나는 내 팔다리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을 겪어야 했지요. 때론 내 심장을 주어서라도 그 친구들을 살리고 싶을 때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것이 최고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을 어린 나도 알고 있었지요.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인도 델리에서 우연히 심장 수술을 받기 위해 온 라다크 아이를 만나게 됐어요. 그 파란 입술이 어찌나 내 마음을 아프게 하던지요. 라다크 사람들은 심장수술을 받으려면 인도까지 그 먼 길을 고생하면서 와야 해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방법이 없지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심장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히말라야의 사람들을 돕기로 말이죠.

‘라다크 심장재단’은 그래서 세워진 거예요. 라다크의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돕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지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람들을 모아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기도 하고요. 나는 내가 이번 생에서 해야 할 일이 바로 라다크 사람들의 심장병을 고쳐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나도 의사의 혈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이죠.

히말라야의 마을에는 의사를 가업으로 이어가는 의사 집안이 있습니다. 각 마을의 의사 집안은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오는 의학의 전통을 지금까지 지켜가고 있지요. 특히 라다크 지역에서는 대를 이어가며 의사를 하는 전통이 유난히 강한 편입니다.

저도 500년 이상 히말라야의 불교 의학을 가업으로 삼아온 의사 집안 출신이예요. 아버지와 형제, 자매들 대부분이 의사들이랍니다. 우리와 같은 의사 집안을 사람들은 ‘라제’, ‘암지’라고 부르지요. 아버지도 내가 집안의 전통을 이어 의사가 되길 바라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난 어릴 때부터 너무 출가가 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 내가 다니던 학교 아래에 사원이 하나 있었어요. 사원을 지날 때마다 사원에서 들려오는 독경소리와 범패소리가 너무 좋았더랬지요. 그래서 정말 수시로 학교를 몰래 빠져나와 사원으로 도망쳐 들어가 놀았답니다. 이런 나의 모습에 아버지는 참 무던히도 많이 화를 내셨지요. 너무나 출가가 하고 싶었던 나는 결국 집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잡혀 들어가고. 그러길 한 10번은 반복했을까요. 내가 7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드디어 고집을 꺾고 나의 출가를 허락하셨답니다.

몇 년 전일 거예요. 라디오를 듣다가 “티베트에서 스님이 그려진 벽화를 발견했다”는 뉴스를 들었어요. 티베트에서 벽화에 스님을 그리는 경우는 보통 성자인 밀라레빠와 파드마 삼바바 정도입니다. 이외 다른 스님의 진영을 벽화로 남기는 경우는 아주 희귀한 것이지요. 그 벽화의 주인공은 ‘말라 상게 갸쵸’ 스님이었어요. 바로 300년 전 나의 할아버지였답니다. 그 소식을 들으며 내 가슴이 얼마나 벅차오르던지요. 나의 할아버지는 티베트로 공부를 하러 떠나서 그곳에서 출가를 하고, 의학을 공부하면서 의술을 베풀다 돌아가셨습니다. 그곳에서 큰스님으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해요. 그 분이 쓰신 불교서적과 티베트 의학에 대한 책은 지금도 티베트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지고 있지요.

그런 훌륭한 조상들이 좋은 업을 많이 지으셨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생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조상들의 큰 뜻을 받아 히말라야 사람들의 심장병을 고쳐주는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답니다.

1990년대 초에는 달라이라마 성하의 은혜로 한국에서 지내기도 했어요. 만다라 시연을 위해 한국을 찾게 됐는데, 그때 인연을 맺게 된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과 한국 불자들이 지금 히말라야 사람들에게 큰 힘을 보태주고 있습니다.

달라이라마 성하께서도 6만 5000달러라는 큰 돈을 보태주셨습니다. 또 성하의 소개로 많은 일본인들도 우리를 돕고 있지요. 그런 많은 소중한 인연들의 힘으로 지난 해 9월 마침내 해발 3600m 지역에 심장병 수술을 위한 병원을 세웠습니다. 비록 인도에서 모든 자재를 일주일씩 걸려 가져와서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했지만 2층 규모에 80개 병실, 3개의 수술실을 갖춘 제법 그럴 듯한 병원이 만들어졌답니다. 여기서 그동안 250명의 라다크 사람들이 심장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요.

자원봉사 등 한국불자 도움 절실

하지만 진료와 치료를 위한 제대로 된 기계를 갖추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그런 기계들은 가격이 엄청 비싸답니다. 그러나 그 기계들이 없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치료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세계의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 불자들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간절한 마음이 있기에 언젠가 꼭 좋은 기계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자원봉사자도 많이 필요합니다. 심장병 환자는 넘쳐나지만 그들을 돌볼 자원봉사자는 너무 부족해요. 요즘은 한국 불자들도 인도와 라다크를 종종 찾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도와 네팔의 성지순례도 좋지만 괜찮으시다면 라다크에서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우리 라다크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자원봉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오늘도 어딘가에 앉아 약사여래 진언을 나지막이 외웁니다. 내 간절한 마음의 파동이 히말라야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리라 생각하면서 말이죠. 한국 불자 여러분들도 저와 함께 약사여래 진언을 외우지 않으시겠습니까?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목소리와 손길이 분명히 라다크 아이들에게 미소를 찾아 줄테니까요.

“옴 나무 바까와띠 구루 비두야 다와 라자야 다당가따야 하라 하띠 삼매삼 부다야 다야타 옴 무니 무니 마하 무니 수와하.”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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