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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오 성가(Cantus Gregorianus)와 티베트 염송(念誦)

아남카라

그레고리오 성가(Cantus Gregorianus)와 티베트 염송(念誦)

 

“가톨릭 교회가 이미 중세 초기부터 불러오던 그레고리오 성가는 비록 현대인들에게 다소 생소하고 그 가사가 라틴어로 되어 있어 불편한 점이 많지만 예술적 가치로 보나 가사와 가락의 조화 등으로 보아 여전히 가장 좋은 전례 성가이다.(〈전례헌장〉 116항 참조) 비록 음악적으로 보아서는 그레고리오 성가보다 더 훌룡한 것도 있지만 기도문을 전례 의미에 맞게 잘 표현하는 면에서는 그레고리오 성가가 아직도 단연 윗자리를 차지한다. 특히 “신앙고백”과 “주의 기도”는 라틴어 기도문에 그레고리오 가락이나 다른 쉬운 가락을 붙인 라틴어 성가를 자주 부르는 것이 좋다. (〈미사 총지침〉 19항 참조)”15)

그레고리오 성가(Cantus Gregorianus)에 있어 독보적인 업적을 쌓은 그레고리오 대교황(St. Gregorius Magnus, 540년경∼604)에 의하여 체계화된 가톨릭의 전례 음악은 미사를 비롯한 7성사와 성무일도 등 모든 경신행위(敬身行爲)에 사용되고 있다. 물론 그레고리오 교황 이전에도 성가로 불리는 전례 성가가 있었는데, 이 성가는 그레고리오 성가가 다성음악(多聲音樂, Polyphoony)의 테마로 사용될 때 부르는 용어인 라틴어 ‘깐뚜스(Cantus)’의 뜻에서 그 기원을 살펴볼 수 있다.

즉 영어 ‘Chant (詩唱)’의 어원인 ‘깐뚜스(Cantus)’는 성경(聖經)의 시적(詩的) 구절을 단조로운 리듬을 타고 기억하기 쉬우며 그 뜻을 잘 음미할 수 있도록 영창(詠唱)하는 소리와 모습을 나타내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현대 서구의 학자들은 티베트 불교 의식이나 일상에서 경문(經文)을 암송(暗誦)하는 승려를 보고 ‘챈팅(Chanting)’이라는 용어로 묘사한다. ‘챈팅(Chanting)’은 불교 발전의 역사와 함께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모습의 불교 음악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불교 음악이 의례의 형식 속에서 정교해진 것을 불교에서는 ‘범패(梵唄)’, 즉 ‘석가 여래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 또는 ‘불경(佛經)을 읽을 때 곡조에 맞게 읊는 소리’라고 한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그레고리오 성가는 그레고리오 대교황 시대 이후의 서방 가톨릭 교회 음악으로 단순한 음율의 ‘깐뚜스(Cantus)’가 복잡한 선율과 엄격한 박자를 지키는 정규 음악으로 발달한 것이다. 그래서 그레고리오 성가는 현대의 다른 복음 성가들 보다 단조롭지만 웅장하고 감동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들 한다. 전문가들은 그레고리오 성가의 특성을16) 전례 성가로서 단선율·무반주·전음계(全音階, diatonic)적 음악으로 인공적인 반음요소(chromatic semitone)는 없고 자연적인 반음만으로 구성된 단순하고 고전적인 정감을 주는 음악이라고 한다.

또 그레고리오 성가가 현대 음악처럼 규칙적이고 기계적인 리듬이 아닌 자유로운 리듬을 가지고 있으며 라틴어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라틴어 악센트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평온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이런 단순함과 평안함은 기도와 전례의 목적에 잘 부합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11세기까지 전성기를 보냈던 그레고리오 성가는 다성음악(多聲音樂)의 태동과 그레고리오 7세(St. Gregorius VII, 1073∼1085 재위)의 개혁으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성경의 원문이 주는 느낌에 충실했던 그레고리오 성가가 르네상스(Renaissance, 문예부흥)시기의 도래로 나타난 세속화(Secularization) 때문에 신(神) 중심의 음악이 당대의 세속 음악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종교 수행에 있어 세속화(Secularization)는 절대 진리에 이르는 방법을 세속적 진리와 타협하는 것과 같다. 종교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이익이나 목적에 의해 변질되거나 가르침의 근본 뜻을 전해줄 스승이 없을 때 세속화(Secularization)는 급속도로 진행된다. 세속화가 심화되면 종교는 선지자의 화신(化身)을 기다리거나 근본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교황 비오 9세(Pius IX, 1846∼1878 재위)가 프랑스의 솔렘(Solesmes) 지방에 있는 성 베드로 수도원(L’Abbaye St. Pierre)에 명한 그레고리오 성가의 복구 작업은 그런 움직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1975년 《로마응송집(Graduale Romanum)》의 출판과 더불어 그레고리오 성가에 대한 연구는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그레고리오 성가가 지닌 명상적 가치는 가톨릭에서 성가를 부르는 본래의 이유―신과의 대화―와 맞물려 있다. 그런 면에서 그레고리오 성가는 티베트 불교의 경전 독송(讀誦)과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티베트 불교의 범패가 가지는 특성도 역시 그레고리오 성가의 특성인 자연스럽고 웅장한 소리와 가깝다. 하지만 티베트 범패는 서양적 의미의 음악적 변화나 세속 음악과 섞이는 과정이 없었다. 범패 소리의 전승 방식도 승원을 중심으로 세대에서 세대로 구전되었다.

티베트 불교의 범패는 5∼6세기에 꽃을 피우고 11세기까지 번성했으며 불교 역사상 최고의 승원대학이었던 인도 나란다 대학으로부터 이어지는 오랜 전통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명상 기도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티베트 불교 의례서에는 범패의 가락이 채보(採譜)되어 있는 문헌이 있어서 승원 교육 기간에 범패를 일정한 음율에 맞추어 염송(念誦)하는 교과서로 쓰이고 있기도 하다.

티베트 범패에는 진언 염송과 기도문(請師, 由致, 獻供, 懺悔, 請法, 讚嘆, 勸請, 所請, 回向 등)을 합창할 수 있는 일정한 음율이 있으며 이를 장엄하기 위해 법라(法螺)·바라·요령·북 등의 여러 가지 악기가 사용된다. 범패의 목적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경전의 내용을 보다 분명히 전달하고 기억하기 쉽게 하는데 있으므로 승려들이 육성(肉聲)으로 하는 염불(念佛) 소리가 중심을 이룬다. 이에 따른 악기와 장식(裝飾)은 성스러운 분위기를 더하기 위한 보조적인 기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티베트 범패와 유사한 기능과 느낌을 주는 가톨릭의 성가는 그레고리오 성가라기 보다 오히려 시편(詩篇) 위주로 되어있는 성무일도(聖務日禱)에 더욱 가까워 보인다.

성무일도(聖務日禱)는 하루에 다섯 번씩(독서의 기도(새벽 기도)-아침 기도-낮 기도-저녁 기도-끝 기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느님을 찬미하는 공적(公的)이고 공통적인 기도이다. 초대 교회때부터 함께 모여 기도하던 풍습이 일정한 시간과 의식을 가진 형태로 발전하였으며, 지역에 따라 다르게 행하던 것이 1568년 교황 비오 5세에 의해 《로마 성무일도서(Braviarium Romanum)》가 편찬됨으로써 통일작업이 이루어진 이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헌장 지시에 따라 전면적으로 개정된 교황 바오로 6세의 《시간들의 전례(Liturgia Horarum)》라는 이름의 최신 성무일도서를 출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용한 수도원에서 들려오는 수도사들의 엄숙하고 고요한 기도 소리는 마치 히말라야 고원에 있는 승원의 엄숙한 새벽 염불 소리처럼 들린다.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하는 기도 소리는 미사때 사용하는 음악처럼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한 대중의 음악이라기 보다는 하느님의 참 뜻을 깨우치기 위한 수행의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수행의 소리라는 점에서 가톨릭의 시창(詩唱: 그레고리오 성가의 엄숙함을 포함한)과 티베트 불교의 장엄한 염불 소리의 유사성이 있는 것이다.

성무일도의 구조는 성무일도가 지닌 수행적 기능을 잘 말해주고 있다. 성무일도는 시간대마다 약간의 내용 차이는 있지만 구조는 거의 차이가 없다. 다음은 아침 기도의 구조를 중심으로 살펴본 성무일도의 구조이다.17)

    ① 도입부(Inclusio): 독서의 기도나 아침 기도에서는 초대송 시편(150편으로된 聖詠)으로 대치되는 기도
    ② 찬미가(Hymnus)
    ③ 시편(Psalmodia): 3편으로 이루어 지며, 끝 기도만 1∼2편으로 구성
    ④ 성경소구(Lectio Brevis): 긴 독서 2개를 포함한 짧은 성경 구절 낭독
    ⑤ 응송(Responsorium): 성경 소구에 대한 응답의 노래
    ⑥ 찬가(Canticum Evangelicum): 복음의 노래들(즈가리야 마리야 시메온의 노래)
    ⑦ 청원기도(Preces): 신자들의 기도와 비슷
    ⑧ 주의기도(Pater Noster): 아침과 저녁에만 하는 기도
    ⑨ 본기도(Oratio): 성무일도의 마침 기도
    ⑩ 강복 또는 결구(Conclusio): 성무일도를 끝맺는 기도

시간대 별로 되어있는 성무일도의 기도는 티베트 불교에서 수행의 시간을 하루에 4번(四分精進, Four Session Yoga) 또는 6번(六分精進, Six Session Yoga)으로 나누어 정진하는 구조와도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