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쌍신상, 합체존, 환희불, 부모상 등 여러가지 명칭으로 불리는 밀교의 남녀교합상들] 밀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밀교에서 보여주는 형상 중에 남녀의 성행위를 묘사한 불상들이 있다는 것이다. '합체존', '쌍신상'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이러한 불상과 그림들로 인해 밀교를 사교(邪敎)로 여기거나 쾌락주의적인 종교로 오해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완전한 개별적인 개체인 각각의 남녀가 사랑을 통해서 완전한 일체감을 이루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비'와 '지혜'라는 깨달음을 향한 수행력이 '남성'과 '여성'으로 상징화되어 일체를 이루는 경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 '합체존'이다. '부모상'이라고 부르는게 훨씬 덜 오해를 불러 일으킬 것 같은 이러한 남녀교합상은 우리 중생들이 추구하는 번뇌를 기초로 하는 성적인 쾌락과는 달리, 남성과 여성으로 상징되는 '자비'와 '지혜', '방편(方便)'과 '공성(空性)'의 더불어 감과 같은 궁극적인 깨달음의 일체화된 경지를 표현한 것이다. “검은색 피부에 해골로 장식한 ‘샤크티’를 포용하고 있는 ‘바즈라바이라바’, ‘헤바즈라’, ‘마하칼라’와 같은 분노의 신은 ‘합체상(合體像)’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합체존(合體尊)’의 도상을 ‘야부윰(yab-yum)’, 또는 ‘환희불(歡喜佛)’이라고도 한다. ‘야부(yab)’는 ‘우주父(시바에너지)’이며 ‘윰(yum)’은 ‘우주母(샤크티에너지)’를 상징한다. 이 우주에 넘치는 ‘남성 에너지’와 ‘여성 에너지’의 만남 또는 ‘시간’과 ‘공간’의 결합은 깨달음의 성스러운 모습임을 형상화한 것이다. 티베트 밀교의 합체존(合體尊)은 ‘부처’와 ‘인간’이 근원적으로 하나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또한 너와 나, 시바와 샤크티가 하나로 융합될때, 이 세계는 대락(大樂) 구현의 환희의 나라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만다라 이야기] 중 석도열 스님 “마하야나 불교에서 지혜(프라즈나 혹은 순야타)와 자비(우파야 혹은 카루나)는 종교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요소다. '프라즈나'와 '카루나'라는 각각 남성성과 여성성을 표상하는 추상적인 본질로서 그 완벽한 결합은 남신과 여신의 성적교합(얍-윰)으로 상징화된다. 자비심없는 지혜는 활동성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지혜가 동반되지 않는 자비심은 쉽게 고통으로 압도당하게 된다. 깨달음의 궁극적 목표는 이 상반되는 두 요소의 결합이다. 이 목표는 많은 생과 윤회를 거치면서 서서히 완벽하고도 필연적인 결합으로 성숙해간다.” [티베트 삶 신화 그리고 예술] 중 마이클 윌리스 *** 유독 서양사람들이 '분노존'을 보고 사탄을 연상하는 것이나, 한국사람들이 '부모상'을 보고 음란한 행위를 연상하는 것에는, 각자 나름의 문화적 배경에서 상대방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우리들의 장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