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참여불교 7,8월호 2001년 달라이 라마 방한 왜 무산되었나? - 달라이 라마 방한준비위 사무국장 기고문(상) 지난해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무산된 데 이어 올해에도 또 다시 7월로 예정되어 있던 방한이 무산되었다. 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외교일정을 이유로 들었다고 하지만, 이걸 이해할 국민이 별로 없는게 현실이다. 얼마전 연합뉴스 설문조사에 참가한 7천여명중 87%가 방한 즉각 허용을 요청한 반면 방한에 반대한 사람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 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 문제를 둘러싸고 불교계가 보여온 모습에 문제점은 없었을까? 방한준비위 실무책임을 맡았던 정웅기 사무국장이 보내 온 기고문을 두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결국 올해에도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무산되고 말았다.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 일정이 있어 올 해 7월 방한은 불가하다\" 고 지난 6월 13일 달라이 라마 방한준비위원회에 공식 통보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이한동 총리의 중국 방문 직후, 중국이 반대하는 사안(달라이 라마 방한)을 일방적으로 중국에 통보한다는 것은 외교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여기에 또 하나 덧붙여 \"지금 밝힐 수는 없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가 걸려있다\"고 말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 외교관례나, 중국에 대한 도의상 힘들다는 외교통상부의 주장은 적어도 지난 연말이후부터 정부와 협상을 계속 해 온 방한준비위 인사들에게 납득하기 힘든 주장이었다. 달라이 라마의 7월 방한은 지난 3월 결정된 것이었고, 이 시기를 결정할 때부터 외교통상부와 협의를 거친 사안이다. 또한 이한동 총리의 중국방문 역시 이미 수개월 전에 결정된 것이었는데, 그것이 갑자기 방한 불허의 사유로 등장했다. 아마 이것이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외교통상부 관료들도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외통부는 공개하기 힘들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다면 외통부가 방한을 불허한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겉으로 드러난 현안은 경제문제이고, 또 하나의 중요한 현안은 짐작컨대 아마 \'남북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내밀한 협조문제일 것이다. 김정일 답방에 남북문제 진전의 모든 것을 걸고있는 정부로서는 중국의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고, 그에 따라 한국정부로선 달라이 라마 방한 거부가 중국의 막후지원을 얻어내는 중요한 외교적 카드로 사용되었거나, 한국정부가 중국에 답례로 줄 선물의 하나였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대규모 경제교역에 남북문제까지,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런 상황요인들은 과연 정부가 두 해 연속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막을 만큼 지대한 문제였을까? 경제가 어려우니 실익도 챙겨야 하고, 남북문제의 진전도 꼭 필요하니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일까? 천만에 말씀이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경제문제도 남북문제도 아니요, 정부의 사대 굴욕적 외교 작풍의 문제일 뿐이다. 이웃 대만을 보면 한국정부의 몸사리기가 지나치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 4월말 12일간의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했다. 중국은 언제나 그랬듯이 방문 전 외교부 성명을 발표하여 대만당국과 달라이 라마를 싸잡아 비난했다. 물론 대만정부는 달라이 라마의 초청은 철저히 종교적인 것이라고 대응했고, 총통궁(우리로 치면 청와대)에서 총통이 두차례나 달라이 라마를 영접했다. 게다가 대만 부총통은 공항에 직접 마중을 나왔고, 특별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만이 맞고있는 경제 정치 위기를 해결하는데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이 큰 기여를 할 것이다\"고 적극적으로 맞받았다. 흥미로운 것은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 직후 보인 중국의 반응이었다. 대만 정부를 맹렬히 비난하던 중국 공산당은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 직후인 5월초 대만의 경제부 장관을 중국 본토에 초청하였다. 양안(兩岸)간의 경제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이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대만은 중국과 최대 경제교역 국가이며, 중국에서 내는 무역흑자 규모도 한국에 비해서 2배 이상 높은 나라다. 더욱이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항상 군사적 긴장을 일으키는 곳이다. 이런 현실에서 대만 방문 직후 중국정부가 대만 경제책임자를 초청하였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 것인가? 여기에서 중국조차 달라이 라마에 대한 비방과 선전에 관계없이 정치, 경제와 달라이 라마 문제를 분리하여 대처하고 있음이 명확해 진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가 방문한 나라에 대하여 외교부를 철수한다느니 하며 갖은 협박을 해대지만, 방문한 후에는 일체 대응을 하지 않았고, 달라이 라마가 방문한 60여개 국에서 이미 검증된 것이다. 이는 중국이 다민족 국가를 유지하기 위하여 달라이 라마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실제 외교관계에서는 달라이 라마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 힘든 국제사회의 현실을 수긍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설혹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대만의 사례를 통해 중국이 종교와 경제를 분리하여 외교정책을 펴고 있음은 정부관리들조차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달라이 라마 방한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던 때에 방한반대 입장에 섰던 사람들 상당수가 당시 중국의 거대 CDMA 시장 확보를 위해선 방한 불허가 불가피하다는 논지를 폈다. 향후 5년간 2백억달러 수출 효과가 있다고 했던 CDMA는 지난 3월 수주규모가 애초 보다 현저히 줄어 수십억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지나치게 과장 됐음이 입증됐다. 그래서였을까, 정부도 지난해까지 펼치던 경제논리(달라이 라마의 비자발급 거부 사유 중에서 중요하게 경제보복이 우려된다는 논리를 폈었다)를 올해에는 더 이상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럴리야 없겠지만이란 단서를 달아 펼친 정부의 논리는 아직도 많은 국민들에게 막연한 설득력을 행사하고 있다. 경제논리를 경제논리로만 보지 못하는 체질의 한국정부와 이에 대비되게 경제와 정치 군사 전 분야에 있어 아주 실용적으로 나눠서 볼 줄 아는 대만과 중국 정부, 대체 어디가 잘하고 있는 것이며 어느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가?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중국은 물론 한국에게 굉장히 중요한 국가이다. 경제교역 역시 결코 포기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교역을 확대하는데 있어서는 철저히 원칙을 지켜야 한다. 기업은 경제논리를 충실히 지켜 효율과 정당한 경쟁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관리감독하고, 기업의 활동을 보장하는 보호자 역할을 해야한다. 그러나 기업이 중국에 나가 과거 국내에서 했던 것처럼, 관료들에 대한 접대 로비와 음성적 뒷자금으로 단기이익에 집착하고, 정부는 이런 기업의 활동을 방관하여 우리 기업가가 중국에서 살해되는데도 \'범법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를 들며 뒷짐지고 있는 잘못된 구태가 반복되는 한 그것은 국민경제를 살찌우는게 아니라, 병을 깊게 할 뿐이다. 지금 우리기업과 정부의 대중국 행태는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당국자도 사석에서는 인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신 그들은 우리 기업의 냄비근성, 속물근성을 탓한다. 이건 정부가 취할 태도와 입장이 아니다. 지면관계상 더 이상 구체적 사례는 생략하지만, 달라이 라마 방한문제로 대중 외교실상을 알게되면서 내내 한국경제사회의 병폐가 중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곪고 있음을 보는게 안타까웠음을 밝혀두고 싶다. 다음으로 정부가 밝히지 않은 중대 사안으로 추정되는 남북문제에서의 중국의 역할 역시 짚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현 시기 남북관계를 일보 진전시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민족사적 과업이며, 필자 역시 보수냉전세력의 반발에 굴함 없이 평화와 통일의 기운을 드높여 가는 일을 멈춰서는 안되며, 또 현 정부가 계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북문제를 풀어 가는 이 정부의 기본자세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고, 이는 그 동안 달라이 라마의 방한문제에 대해 보여온 잘못된 모습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50년간 총부리를 겨눠왔던 남과 북이, 통일의 큰 길로 손잡고 가려면 무엇보다 평화와 통일은 우리민족의 힘으로 풀겠다는 자주의식의 성장과 이를 가능하게 해 줄 자주적 외교 역량, 자주적 통일 역량의 구축으로 나타나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이 부시정권 등장 이후 남북문제의 진전을 제껴 놓은 채 대미관계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우리 정부보다 미국정부를 주요변수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모든 남북대화를 중단한 채 미국에게 \"제네바 합의사항 여부를 분명히 밝히라\"고 요청하는 등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에 반발해 온 것이다. 미국을 한반도 문제의 중심으로 보는 북한의 판단이 아니라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결정함에 있어서도 아직 여전히 종속변수일 뿐이다. 김대중 정부는 부시 정권 출범 직후 남북이 먼저 대화를 진전시키자고 제안하였지만 북한은 대북정책결정에 보다 중요한 미국과의 관계를 먼저 정립하겠다는 철저히 외교적이고, 원칙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수차례 답방을 요청한 대통령 입장에서야 서운하겠지만, 필자는 북한의 태도야말로 철저히 현실을 반영한 외교적 처신임을 확신한다. 주인이 먼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데 마름과 대화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얄밉고 서운하다 해도 어쩔수 없다. 북한이 적어도 외교력만은 우리보다 월등하다는 것은 이미 우리 국민모두가 동감하는 사안이지 않은가. 문제는 김대중 정부가 남북문제는 이제 민족이 자주적으로 풀어갑시다 라고 북한측을 설득할만한 본질적인 접근과 명분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시키고, 금강산에서 합동집회를 열고, 우리 노동자들을 평양으로 보내 축구시합을 하는 등 교류를 위한 김대중 정부의 노력이 있었기는 하다. 그러나 소파개정, MD문제등 대미관계의 근본적 문제를 결정하는데 있어 김대중 정부는 과거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이에 따라 여전히 대미종속은 개선되지 않았다. 국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6.15 남북공동선언이후 올해 초반까지도 국민들은 이 정부의 절대 공적으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꼽는데 주저치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올해 초중반을 경과하면서(물론 북미관계가 결정적 변수였지만) 현 정부의 처신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원인을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의 공격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싶겠지만, 이건 핑계에 불과하다. 본질적인 원인은 정부와 김대중 대통령의 욕심 때문이다. 욕심은 첫째, 자신의 임기 기간에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조급함이었다. 분단이 50년이 넘었다. 50년 묵은 역사, 묵은 감정을 김 대통령 임기에 모두 털어 내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어불성설이었다. 특히 지난해 연말 이후 남북관계가 교착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보다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일에 주력했어야 했다. 그러나 특히 올해 중반기에 접어 들면서는 마치 김정일위원장의 답방에 목을 매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많은 국민들이 회의의 시선을 보냈다. 이렇게 국민적 지지기반이 허약해선 언제 남북관계가 질곡으로 빠질지 모른다. 이래선 6.15 선언이란 민족사적 의미(김대중 개인의 것이 아니다)가 갈수록 퇴색될 수밖에 없고, 보수정당이 집권이라도 하면, 자칫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자주화의 진전이 부실함을 인정한다면 그에 비례하여 대북관계의 급진전이라는 욕심을 크게 줄어야 하는데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였다. 최근 소파개정안이 또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듯이 소파개정이나 MD 문제 등 자주화의 진전에 있어 김대중 정부의 성과는 미흡했다. 물론 그조차 우리 역량에서 차선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한일어업협상, 독도 분쟁과 같은 모든 외교현안에 있어 정부의 태도는 자주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다. 응당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김대중 정부의 태도를 보며, 더더욱 미국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당연히 남북문제의 선결과제로 미국과의 관계진전을 중요시했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김정일 답방이 대미 교섭 이후로 늦춰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인데, 왜 김대중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못할까. 이것 역시 과정은 보지 못한채 결과만을 몽상한 이율배반적 욕심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셋째,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소아적 욕심때문이었다. 남북관계의 진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정착을 바라는 국민의식의 성장과 국민적 합의이다. 우리 국민들 상당수는 아직까지 반북이데올로기와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대중의 화해 협력 의식의 확산에 썩 적극적이지 않았다. 야당에 대한 정치공세를 펴거나 차별화를 위한 도그마로, 정파적 이익으로 남북문제를 대했다는 비판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물론 남북문제에 야당이 잘했다고 말하는 국민은 극소수일 것이며, 필자 역시 시대착오적 야당의 행태를 비난하는데 주저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남북문제에 대한 정부정책의 지지율도 최근 급락하고 있다. 왜인가? 또 왜 경상도 사람들만 그렇게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가? 경상도 사람들이 보수적이라서 그렇다고 말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지난 6.15 선언직후 여론조사 결과는 공히 결코 경상도라 해서 특별히 낮지 않았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결국 인정하기 싫겠지만, 남북관계의 성과조차 정파적 이익으로 덧씌워져 왔음의 반증 아닌가? 통일과 화해의 길은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섬기는 심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한 심성의 확산 없이는 본질적으로 국민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이를 추진하는 대통령이나, 정부당국자들은 나를 낮추는 자세부터 갖추어야 하고, 욕심부터 줄이는 것이 근본이어야 함도 두말할 나위 없다. 설명이 길어졌다. 정부가 대북관계에서의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하여 달라이 라마 방한을 불허했다면, 설혹 그것이 중요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은 곤란함을 지적하고자 함이었다. 결론은 간단하다. 대북관계는 본질적으로도, 또 지금의 정세에서도 중국의 역할에 의존할 문제도 아니고, 그래서 될 문제도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이나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남북의 분단상황이 지속되기를 원한다. 그들은 똑같이 자신의 영향력이 지속되는 선에서만 한반도 문제를 접근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 일부 지식인들에겐 이상하게 미국은 통일을 반대하지만, 중국은 도움을 줄 것이란 근거 없는 낙관이 횡행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패권을 노리는 또 하나의 제국일 뿐이다. 현실적인 중국의 도움도 과장되게 인식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중국이 아무리 인구가 많고, 2030년 미국을 추월할 대국이라는 전망이 있다한들 당분간의 현실적 힘은 미국에 비하여 어림도 없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에 상당히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을 잘 파악한데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이 비약적으로 성장한들 통일에 실질적 도움을 줄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질 수 밖에 없다. 20, 30년이 흘러 중국이 미국에 대응하는 양극체제의 한 축이 된다한들, 상황은 미-소가 패권을 다투던 냉전시기가 민족의 화해와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남북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정부는 이제라도 미국에 빌지 않고, 중국에 구걸하지 않는 자세로 외교원칙을 세워가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을 민족애로 인내하면서 기다리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북한을 명분으로 MD를 구축하고자 하는 미국에 전통의 동맹국인 유럽국가들조차 반대하고 있듯이 우리 정부도 평화군축의 문제를 미국에 더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북한을 주요명분으로 추진중인 미국의 MD에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못하면서,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되기를 바라는 것은 순진을 넘어 무지의 소치다. 그것이 우리 국력의 현주소라면, 그만큼만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중국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제발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하게 도와달라고 우리 정부가 아무리 구걸해도, 중국의 역할은 한계가 분명하다. 북한을 잘 아는 중국이 하루 빨리 남한을 방문하라고 김정일 위원장의 등을 무조건 떠밀 이유가 없다. 그들이 바보인가? 그렇게 등을 떠밀려 올 중국-북한 관계도 아닐뿐더러, 중국 입장에서는 실익도 없다. 중국으로선 북한이 대미전선의 첨병에 서주는 것이 나쁠게 없으니 말이다. 이런 외교방향이 전적으로 옳다고 입증할만한 전문성이 필자에겐 없다. 그렇지만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둘러싸고 보이고 있는 정부의 이해하기 힘든 태도를 보면서, 이것이 달라이 라마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외교 전반의 무능, 한심한 외교력에서 비롯됨을 절감하였음을 꼭 지적하고싶어 주제넘게 대북문제까지 생각해 보았다. 국민의 자존을 지키려하는 노력이 결국 통일을 가져올수 있는 첩경임을 이제라도 인식하였으면 한다.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아시아 담당자는 \"한국의 국력에 비하여 달라이 라마 방한 불허 결정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클럽인 OECD 가입국이자, 세계 13번째 경제규모를 갖고있는 한국이 이미 60여개국을 찾은 바 있는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두 해 연속 불허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외교력 부재는 방한 불허 결정 시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달라이 라마의 원래 방문 계획이 7월16일부터 6일간이었으니, 정부의 이번 통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방한을 불과 1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이때까지도 정부가 결정을 못했다는 점(물론 이미 방한 불허방침은 결정돼 있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이 한국정부는 물론 우리 국민을 국제사회에서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주권을 갖고있는 정부가 왜 판단을 자국의 사정에 따라 분명히 하지 못하고, 시간을 질질 끌다 불과 1개월여를 앞두고 결정을 해야 했을까? 더욱이 방한준비위원회는 올해 초부터 방한 허용 가부는 최소한 3개월, 나중에는 2개월 이전에는 결정해주는 것이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임을 누차 전달해왔는데도 말이다. 외국에 거주하는 친척을 사사로이 초청하는 문제도 1, 2개월 전에는 결정돼야 하는데, 하물며 그 대상이 세계적인 지도자이고, 2·3년의 스케쥴까지 잡혀있는 분이었으니, 정부의 차일피일 미루는 태도를 접하면서 협상을 진행하는 우리의 안타까움은 실로 말할수 없을 정도였다. 이건 국제사회에선 넌센스라고 한다. 어떤 이는 한국정부의 태도는 달라이 라마를 우습게 보고 능멸한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것을 김대중 정부의 심사숙고하는 정책 결정 스타일때문으로 보아줄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김대중 정부는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에 달라이 라마가 전한 축하 편지에도 답신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10월 방한준비위가 무례한 일이라고 비판을 하고 이것이 언론에 보도되자, 그제서야 주일대사를 달라이 라마 동북아대표부로 보내, 감사하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바 있다. 달라이 라마 방한의 지난해와 올해 허용 여부는 이미 그 때 결정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설혹 국내사정으로 방한을 허용 못한다 해도, 자신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세계적 지도자에게 감사하다는 표시조차 않는 정부와 대통령을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보겠는가? 방한준비위원회는 정부 통보를 받자마자 티베트 망명정부에 이 사실을 알리고 향후 계획을 상의했다. 기존 일정을 3차례나 변경하여 한국방문을 원했던 분이 달라이 라마 이기에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었다. 지난해 11월, 올해 4월, 그리고 올해 7월의 세차례 일정 모두 달라이 라마께서는 기존 일정을 변경하여 한국방문 스케쥴을 잡아 주었었고, 이 세차례 일정은 모두 정부와 협의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거부됐다. 다시 일정을 잡아달라는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았다. 정부가 애초부터 우리는 당신의 방한을 허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면 이건 그분을 모시는 참모들 입장에서도 그나마 납득하겠지만, 같이 일정을 협의해놓고, 세 차례나 어겼으니 이건 그 분이 저명한 분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일이었다. 필자가 그 분을 존경한다 하여, 한국정부가 특별한 대접을 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싶지도 않고, 그런 성격의 문제도 아니다. 그냥 상식적으로만 봐도 한국정부의 행위가 무책임은 도가 지나치다. 결국 2002년까지 스케쥴이 꽉 짜인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내년까지 불가능하게 됐다. 한국정부의 지금같은 태도로선 더 이상 기존 스케쥴을 변경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 그 분 주변의 생각이고, 우리 역시 더 이상 시간 좀 더 빼주길 부탁할 염치도 없다. 정부당국자에도 중요한 것은 한국정부의 태도가 바뀌는 것이니, 입장이 정해지면 그 때 가서 다시 연락을 하자고 말했다. 2003년 방한이 추진될 것이지만, 이조차 한국외교의 현 수준에서 이뤄질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정말로 걱정스러운 것은 외교통상부와 김대중 대통령이 자신들의 행위가 도가 지나침을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그래서 최소한의 양심과 염치라도 살아 있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것이다. 아마 양심이 조금이라도 살아있다면, 비공식적일망정 달라이 라마에게 \"같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건낼 수 있으련만, 그것조차 기대하기 힘든 우리 우리 현실이 더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 시대흐름 못읽고, 권력 굴종 구태 못벗는 교단풍토에도 책임 달라이 라마 방한 왜 무산됐나(下) 정웅기·달라이 라마 방한준비위원회 사무국장 지금이야 벌써 가물가물한 이야기가 됐지만, 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허용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때가 지난해와 올해 크게 두 시기에 걸쳐 있었다. 먼저는 지난 2000년 6월 20일 당시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방한 허용\'을 언급한 직후부터 3개월여간이었다. 외통부 당국자는 다음날 장관의 국회 발언이 정부 공식 입장을 방한준비위원회에 몇 차례 확인해 주었다. 행사 준비에 들어갔고, 국민 대다수가 정부의 방한 허용 언급을 믿고 있었지만,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다음번엔 틀림없노라고, 공언했던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연말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정부는 한때 적극적으로 나서 3월 준비위를 접촉할때에는 직접적으로 행사준비를 하라고 언약했지만 끝내 방한을 1개월여 앞두고, 말을 뒤집었다. 정부의 거짓말에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었겠지만, 1년여를 넘게 외통부 관리들을 수십차례 접촉해 온 필자의 심경은 특히나 처참하고 복잡했다. 지난해는 차치하고라도 올해에만 정부 말을 듣고 세차례나 방한 일정을 바꿔달라고 티베트 정부에 거듭 졸라댄게 필자였으니 달라이 라마 성하와 자툴 린포체 동북아 대사, 그리고 무엇보다 티벳 국민에게 송구스럽기 그지없었다. 한편으론 배신감과 허탈감이 물밀 듯 밀려들었다. 같은 사람 앞에서 말을 바꾸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저런 사람들이 국제사회에서 나라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니, 이게 우리 현실이구나 하는 자괴감도 떨칠수 없었다. 정부가 방한 불허 책임을 종단에 미룬 배경 올 해 6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 치면서 그들이 내세운 명분은 \"종단이 소극적이고, 당신들(방한준비위)은 소수이지 않느냐\"라는 말이었다. \"알아볼만큼 다 알아봤고, 종단의 지도자들도 여럿 접촉해서 내린 결론\"이라며 누구누구를 거론하는 그들의 말에 \"스님들 덕담을 곧이 곧대로 믿느냐\"며 \"말없이 지켜보는 불자와 국민대중을 봐야 한다\"고 사래를 쳤지만, 이미 정책적 판단을 마친 그들이었기에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내심 이것이 우리 한국불교를 이끄는 지도층의 현실이구나 하며 안타까움을 곱씹어야 했다. 정부관료들의 판단은 표면적으로 맞았다. 방한준비위 일을 하면서 여러차례 확인한 것이지만 불교, 특히 조계종 상층의 지도급 인사들이 보여준 행태는 정부가 책임을 전가하는데 빌미가 될 만 했다. 적어도 종단의 상층 지도부 사이에서 달라이 라마 방한문제는 순수하게 받아들여지는 대신, 계파적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식되어 왔음을 부인키 어렵다. \"왜 정부를 곤란하게 하면서 그깟 티벳 중 데려 오려 설치는지 모르겠다\"는 소리를 초기에 준비위에 참여했던 분까지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반면 초창기 참여 요구에 콧방귀도 안뀌던 분들이, 달라이 라마가 오시면 우리 절, 우리 지역에 꼭 모셔야겠다고 우격다짐을 하고, 그리고 또 방한이 무산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외면을 하는 분도 있었다. 이런 일부의 행태들은 방한준비위원회가 대중의 공의를 모아 일을 추진하는 측면이 부족했기에 겸허히 수용해야 할 이야기들이다. 그 중에서도 정말 필자를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은 \"달라이 라마가 독립자금을 모금하러 한국에 온다\"는, 그래서 이번 모금 목표액이 10억원이라는 그럴싸한 음해성 루머였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코리아타임즈가 이를 기사화했고, 결국 정정보도로 마무리했지만, 그 기자는 \"종단의 핵심인사가 취재원\"이라고 언급해 우리를 씁쓸하게 했다. 올해 방한을 거부하면서 외통부 당국자가 했던 불허 사유중의 하나엔 \'군자금 이야기\'가 또 포함됐다. 그 역시 스님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노라 했다. 사실 달라이 라마나 티베트 쪽에서 돈 이야기를 꺼낸 적은 한 차례도 없었을뿐더러, 조금만 티베트를 아는 사람이면 방문을 돈과 연결시는 것 자체가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누구도 언급한바 없으며, 제안도 없었던 이 이야기들이 방한운동 내내 끊이지 않았다. 결과를 의도했던 안했던간에 달라이 라마를 폄하하고, 방한운동을 방해할 뿐인 이런 음해성 루머들은 \'카더라\' 통신으로 편을 가르고, 상대방은 무조건 깍아내리는 종단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종단 풍토가 한국의 정치풍토와 비슷하듯이 말이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지지만 티베트를 도울수 있으면 최대한 돕는 것이 옳다는 게 필자 개인의 생각이다. 가난한 이웃을 위해 보시를 하는 마음으로 형편껏 모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티베트를 돕는 것은 하등의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돈을 주고 받기 위해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려고 한다고 말하고, 백만불이 목표니, 누가 얼마를 주기로 하였느니 하면서 사실과 다른 문제를 전도되게 퍼뜨리는 불교의 풍토가 안타까운 것이다. 불교정신과 멀어진 오늘의 교단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설혹 종단 일부에서 이같은 문제들이 폭넓게 거론됐었다해도, 그래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할 명분을 종단이 제공했다해도 방한을 불허한 대통령과 관료들의 인식은 근본적으로 틀렸다. 정부는 종단의 일부 지도자들의 협조를 통해 정치적 외교적 부담을 덜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친권력·친정권적이었던 빙산의 일각을 쉽게 녹였을지 모르지만 \'정신\'과 \'가치\'에 목말라 하는 불자대중, 국민대중의 도도한 마음에 실망과 안타까움을 키웠을 뿐이다. 중국불교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내내 부딪쳤던 또 하나의 문제가 중국불교와의 교류 문제였다. 대개의 논리는 이랬다. \"달라이 라마 방한을 강행하면 중국불교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그러면 이제 갓 불교가 다시 시작되는 중국불교와 한국불교의 교류가 단절되며, 곧 최대의 불교국가가 될 것이 자명한 중국불교시장을 놓치는 손실이 예상된다. 그러므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 일부 지도층 승려들이 이런 논리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상당수가 여기에 수긍했다. 중국을 다녀온 어떤 스님은 \"중국 승려가 벌써 25만명이다. 우리는 1만명인데…\"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세계최대의 잠재 불교시장을 위해서 껄끄러운 티베트 불교는 포기해야 한다\'는 언 듯 객관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인식은 사실은 \'반불교적인 발상\'일 뿐이다. 다 알고있듯이 중국 공산당은 종교를 부정한다. 그들에게 종교인과 사찰은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문화자산이자, 문화상품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중국의 승려들은 자신들이 수행을 하던 경학을 연구하던, 무엇을 하던간에 중국 공산당의 노선에 부합할 때만 살아남을 수 있다. 독자적으로 공산당의 지배를 피해 조직을 갖추려 했던 파룬궁(法輪功)이 무자비한 탄압을 받는 것에서 입증됐듯이 만약 중국의 불교가 공산당의 가치에 반하는 불교적 가치를 제기라도 할라치면 분명히 파룬궁과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다. 중국불교협회는 지난해 6월 달라이 라마 방한 운동이 일어날 때 한국의 조계종과 종단협의회로 서한을 보냈다. \"달라이 라마는 민족 분열주의자이므로, 한국불교가 그를 초청하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니 초청하지 말라\"는 협박이나 다름없는 내용이었다. 진정한 불교도라면 나라와 민족마저 초월하여 보편적인 인류애로 중생을 차별 없이 대하고, 어루만져야겠지만, 이것까지는 접어 두고라도, 적어도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인권과 양심에 대한 소신을 살아 있어야 그나마 불교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불교협회는 일불제자로서 티베트에서 일어난 참상과, 그들이 험난한 상황에서도 지켜오고 있는 견결한 불교적 가치를 애써 눈감는 것은 물론이고(불교협회 당조직이라 어쩔수 없었다 할지라도) 나아가 당의 하부 선전기관처럼 티베트에 대한 비난과 정치적 언동을 일삼는 나팔수 역할을 자임해 왔다. 중국불교협회를 비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 적당히 얹히려 하는 우리 스스로에게 먼저 묻자는 것이다. 우리가 연대하고 도와야 할 불교도들은 누구인가? 중국공산당 치하에서 불교도로서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공산당 하부조직 \'중국불교협회\'인가, 아니면 중국정부의 티베트 학살을 공업(共業)으로 여겨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는 단 한사람일망정 자비심을 갖춘 선량한 세계의 사람들, 나아가 그런 중국인들마저 미워하지 않으려 애쓰는 티베트인들인가. 중국 불교가 승려가 몇십만명이든, 신도가 몇천만이든 적어도 현재의 상황에서 그것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불교도의 연대는 불교적 가치가 살아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고, 지속될 수 있다. 가치에서 어긋난 행위는 응당한 과보를 받게 마련이다. 따라서 중국불교의 흥망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들이 불교적 가치를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이렇게 보면 당장 수년간 중국불교가 성장하고, 한국불교계가 중국을 오고 가고 하는 것이 본질이 아님이 분명해진다. 지금의 한국불교 기성교단의 중국관은 반불교적이라 욕먹어도 할 말이 없다. 중국의 어디 성지를 복원하는데 몇억원씩의 돈을 지원하고, 동상을 세웠다고 자랑하고… 이것이 지금 중국불교를 위해 필요한 궁극적 도움인가. 오히려 한국불교의 지도자들은 불교의 가르침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 중국불교협회 사람들에게 따끔하게 충고하는데 힘을 기울여한다.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상의 형제애일 것이다. 교류를 한답시고 가서 호화호텔에서 밥이나 먹고, 절이나 유람 다니고 하는 것보단 왜 중국 당국이 한국교민을 대상으로 법회를 주관하던 한국 스님들을 추방하였는지 항의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 중국불교를 살리기 위해 중국 법당에서 한국 스님들이 법문도 하고, 강론도 펼칠 수 있도록 중국정부 당국자들을 만났을 때 공식적으로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시대를 읽고 중생을 이끌어가는 교단은 요원한가 사실 중국에 대한 잘못된 시각과 접근은 불교계에만 있는 문제는 아니다. 나라 전체로 눈을 돌려보아도 기업이든 관료든 정치인이든 중국 하면 무조건 거대시장만 떠올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은 부재한 채, 오로지 물건을 내다 팔 궁리만 한다. 13억인구를 보고 우리 물건 팔 궁리만 하는 동안, 그들이 만든 값싼 물건들이 우리 농민, 영세 상공인, 이제는 중견기업들까지도 무서운 속도로 망가뜨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한국사회와 한국불교는 여전히 중국에 대해 균형감각이 결여된 장미빛 환상만을 고집하고 있다. 왜 중국이 2030년이면 세계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쉽게 전망하면서도 우리가 계속 물건을 팔아먹을 만만한 나라로만 여길뿐, 우리를 지배하는 최대 제국이 될 미래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반대하는 주변의 이해당사국 정도가 아니다. 이미 중국은 \'시장 개척\'에만 목을 매달고 있는 \'한국적 자본주의\'의 탈출구이자, 욕망의 가장 큰 배출구이다. 모두 다 중국 외엔 대안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장차 10여년만 있어도 중국은 우리 민족의 명운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가장 흉악한 자본주의 제국이 될 것이다. 서글픈 일이다. 중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가고, 미국에의 정치 군사적 의존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양국의 패권다툼은 필히 한반도에서의 충돌로 외화될 것인데, 정부는 코흘리개 외교수준으로 \'등거리 외교\'나 운운하고 있고, 기업은 제 상품 팔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어줍잖게 국제정세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국사회를 이끌고 있는 테크노크라트들이 자꾸 국민들에게 시장만능주의의 불섶을 지우고 있고, 끊임없이 중국에의 구애로 몰아가고 있는데도 불교 계 역시 아무런 생각 없이 달라이 라마냐, 중국 상품이냐 하는 거짓 선택에 현혹되고 있는게 문제임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의 초청 문제는 나라 전체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세계적인 종교지도자 한 분을 초청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마찬가지로 불교계에서도 고승 한 분을 모셔오는 정도의 문제로 여겨서는 안된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전체 방향을 가늠하는 중대사안이며, 방향감각을 잃은 우리사회에서 불교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미국, 중국, 서구, 동양 할 것 없이 전세계가 브레이크 없는 시장만능주의 자동차를 타고 종착역으로 달려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배타적 국익을 위해 폭력을 서슴지 않는 현실이다. 그리고 많은 세계인들은 이런 문제를 극복할 대안문화, 불교정신의 대변자로서 그 가치를 티베트와 티베트불교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한국불교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한국은 달라이 라마가 말했듯이 티베트와 함께 대승불교의 전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있고, 또 세계불교 전체 지형을 보아도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나라다. 그런 한국불교가 중국불교 - 티베트불교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견지할 것인가는 세계불교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다. 한국불교는 오랜 전통을 보존하고 있으며, 불교가 자본주의와 문명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문명의 상처를 치유하고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자임해왔다. 비록 추상적인 구호수준이었다 하더라도 이런 신념은 계속 지켜지고, 나아가 구체적 현실에서 적용되어야 한다. 달라이 라마 문제는 이를 검증하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한국불교의 문명폐해 치유는 \'공허한 구호\'가 될 것인가, 아니면 현장에서 통용되는 삶의 가치가 될 것인가. 한국불교가 미래문명의 대안으로서 그 역할을 분명히 해 가려면 교단 내부의 전근대성과 현대화의 폐해를 줄여가는데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단자정운동이 지금보다 확산 될 것임은 필연이다. 또 하나는 세계의 흐름에 대한 한국불교의 시각과 대응방향을 정립하는 일이다. 미국 뉴욕의 테러사건에 대한 대응에서 보여졌듯이 세계문제에 대해서 보다 한국불교는 불교적이고 한국적인 가치를 정립하는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제 교류는 원칙과 방법을 정한 가운데 행해져야 한다. 지금처럼 신도들 데리고 성지순례나 가는 것이 국제교류가 아니라면 말이다. 요즘에도 사람들이 많이들 묻는다. \"달라이 라마는 한국에 올 수 있는가?\" 오신다고 말하면 언제쯤이냐고 묻는다. 그러면 필자는 이렇게 답한다. \"반드시 오실 것입니다.\" \"언제요? 한국불교가 변하려고 꿈틀만 대도, 바로 그 순간 방한은 바로 이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