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불교미술 佛敎美術 문동수 (국립 중앙박물관 학예 연구원) 1. 티베트의 불교 수용과 발전 해발 3,000미터 이상인 고산지대에 위치한 신비의 나라, 티베트는 7세기 초 송첸캄포(617~649)에 의해 토번吐藩왕국으로 통일된 이래 네팔, 실크로드, 사천성四川省의 성도成都까지 영토가 확장되었다. 주변 국가와의 긴밀한 접촉에 따라 토번은 가장 웅대하고 안정된 인도 팔라(pala) 왕조와 당唐을 모델로 하여 불교를 받아들이는 등 국가의 기반을 구축하였다. 강력한 국가로 부상한 토번을 견제하기 위해 당 태종太宗은 문성文城공주를, 네팔은 티준공주룰 찬보［송첸캄포］에게 시집보내서 친선 관계를 돈돈히 하였다. 토번은 또한 인도로부터 산스크리트어를 받아들여 고유의 문자를 만들고 경전을 수집ㆍ번역하고 사원을 건립하였다. 이와 같이 불교 융성에 커다란 힘을 기울인 나머지 9세기에 이르러 티베트 불교는 강력한 종교로 대두되었다. 이에 귀족과 토착종교인 본교 승려들이 항거하였고, 836년에는 대규모의 박해가 일어나 군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강성하던 티베트에는 9세기 이후 차츰 쇠퇴하기에 이르렀다. ≪티베트가 부족사회에서 왕조 시대로 들어 선 것은 기원전 400년경이며 불교가 수용되기 이전의 티베트의 종교는 기원전 100년경 야룽(yarlung) 왕조의 9대 푸데궁얄(pudegungyal)왕이 제정한 본교로서의 이란으로부터 애니미즘의 요소룰 수용하여 발전시킨 것으로 고유의 토착 종교이자 왕실 종교였다.≫ 한편 9~12세기에 투르크족의 인도 침략으로 사원이 파괴되자 인도의 고승高僧과 학자, 현자賢者들이 법률, 경전, 교리 등을 가지고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티베트로 도망하였다. 이들 중에 파드마삼바바는 탄드라의 경전을 번역하고 가르침을 베풀어 불교 발전에 공헌한 인물로 유명하다. 이러한 현자들의 교리 발전과 수행에 힘입어 티베트 불교는 닝미파, 샤카파, 카큐파, 겔룩파 등의 위주로 하여 교리의 체계와 기반을 다져왔다. 그러나 1240년 몽골의 침략으로 말미암아 티베트의 사원이 파괴되고 승려들이 죽임을 당하는 등 수난을 겪어야만 했다. 또한 1909년과 1949년 중국의 침입으로 제14대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길에 오르는 등 일련의 사건들로부터 티베트 불교의 참담한 역사를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나 티베트는 웅혼한 기상을 펼치며 불교국가로소의 중흥과 독립을 열망하고 있다. 2. 티베트와 신라新羅 구법승求法僧들과의 관계 티베트의 불교수용은 우리나라에 비해 약 3세기 정도 늦은 편이며 한국과 티베트간의 직접적인 상호 교륙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6세기 중엽과 9세기 말에 서역에서 활동한 우리나라 구법승들의 몇가지 사례들을 통하여 당시 티베트의 정황을 미미하게나마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주지되다시피 서역 구법승들은 중국 승려들의 활동에 힘입어 경문전적經文典籍을 구하고 역경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나라 불교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구법활동의 역사적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나 무엇보다도 첫째, 불교가 당의 황실과 귀족의 보호에 의해 크게 융성하였던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이란, 인도, 이슬람, 동아시아 제국諸國의 문화 흡수 등 당의 국제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는 당시 서역 구법의 활로를 제공해 주었다. 7~8세기 티베트에 대한 정세를 말해 주는 것으로 신라 혜초慧超의 『왕오천축국전往五千竺國傳』이 있다. 이거에 의하면 당시 토번에서는 “승려도 절도 없었고 불법을 알지 못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어 불교의 교리와 도상이 채택되기 이전에는 토착종교인 본교本敎의 우상偶像마저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신라의 혜륜慧輪은 불타의 성적聖蹟을 그린 화승으로 정관貞觀 연간(627~649) 대흥선사의 승려 현조玄照의 시자侍者로 서행할 때 토번에 이르렀으며 문성공주의 도움을 받아 북천축국北天竺國으로 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구법승 중에는 트레테 축첸(Tride Tsuksen)왕의 집권 말기에 당에 파견된 바 상쉬(Ba Sangshi)라는 사신에게 불교 교리를 가르쳐 준이가 있다. 그가 바로 무상선사無相禪師(680~756) 김화상金和尙이다. 김화상은 신라 국왕의 셋째 아들로 신라의 군남사郡南寺에서 삭발하고 수계한 다음 개원開元 16년(728)에 해로로 당의 장안長安에 이르렀다. 당 중기 안사安史의 난亂이 일어나자 사천성 성도에 피난 온 현종玄宗을 알현하고 현종으로부터 大聖慈寺의 설계도를 작성하라는 칙서를 받을 만큼 인정을 받은 고승이었다. 그가 머문 이른바 정중사는 20여 년간 불법 선전을 주지하여 명성을 날린 곳이다. 김화상은 바 상쉬에게 트리데 축첸 와이 죽은 후에는 티베트 불교가 탄압을 받을 것이라고 예언하고 왕과 금성공주 사이에 태어난 티송 데첸(Tnrisong Detsen)의 뜻을 받들어 불교 중흥을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 후 그의 예언대로 티송 데첸이 왕이 되어 불교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이상 간략하게 살펴보았듯이 신라 구법승들과 티베트인이 접촉한 먼 과거로부터 티베트 불교 미술을 대하는 현재로의 기나긴 역사여행은 진실로 아이러니하다. 3. 티베트의 불교미술의 특징 티베트 불교미술의 근저에는 티베트인의 세계관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중생衆生의 욕망慾望과 煩惱를 이겨내고 대승불교의 중심 덕목인 지혜智慧와 자비慈悲를 통하여 깨달음에 도달하는 정토의 세계가 중심을 이룬다, 이 정토의 세계는 문학과 경전, 회화, 공예, 조각, 건축, 음악 등 여러 분야에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전시작품에서의 불佛ㆍ보살菩薩ㆍ나한羅漢ㆍ수호존守護尊등은 우리나라에서도 친숙한 도상圖像들이지만 에로틱하면서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상들도 있다. 예컨대 분노존忿怒尊은 가장 세속적인 악마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것은 보살들의 감화에 의해 길들어져 있으며 선한자 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조사祖師는 티베트 불교에서 유명한 인물을 표현한 것으로 종파의 내력과 역사를 말해주며, 호부護符는 중국 점성술의 영향과 함께 티베트 민간 신앙의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만다라를 비롯한 탕카의 그림들은 일반적으로 인도나 중국에서 수입한 면綿을 사용하였다. 십자형으로 짜여진 삼베의 경우는 바탕을 부드럽게 한 다음 호분과 백토를 반죽하여 말린 다음 조약돌이나 조개로 문질러 광택을 내었다. 티베트 불화는 생명과 우주를 상징하는 화려한 채색과 복잡하고 동적인 구성, 밀교적 요소에 의한 신비하고 이색적인 표현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것을 통하여 티베트인이 열망하는 열반涅槃의 세계, 상상의 미학, 그리고 예술적 감성과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처음 대하는 이에게 다소 형이상적이고 난해한 세계를 다른 듯한 인상을 주는 티베트의 불교미술은 장중하고도 위엄이 있는 우리의 종교 미술과는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결국 불교가 추구하는 피안彼岸의 세계를 의궤儀軌와 법식法式에 따라 설명하고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다. 이렇듯 티베트 불교미술은 티베트의 독자적인 특수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중구, 인도, 네팔을 비롯하여, 카쉬미르, 코탄, 돈황 등 실크로드 지방의 특색이 보이는 국제양식으로서의 보편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