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의 사는 게 제기랄]
새해엔 다음 네 가지를 꼭 지키려고 노력하겠다. 성공의 길 네 가지. "Don't be late. Be thankful. Apologize. Good humour." 내가 68년간 인생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다.
첫째, 약속을 지켜라. 늦지 말라. "차가 너무 밀려서"는 변명이 될 수 없다. 서울에서 차가 밀리는 것은 20년 전부터 모두 아는 사실이다. 왜 30분 전에 출발하지 않았는가? 약속에 늦는 것은 상대를 모욕하는 일이다. 상대가 중요하지 않다는 간접적 표현이다.
약간 늦는 것이 용서될 때도 있다. 데이트할 때 양호한 여자는 '패셔너블리 레이트(fashionably late)'할 수 있다. 15분 정도 늦어도 멋지게 봐주는 것이다.
일찍 도착하는 것도 안 된다. 특히 가정집 저녁 초대에 15분 일찍 가면 부부가 어쩔 줄 모른다. 마지막 준비를 한창 하고 있는데 '딩동' 하는 것이다. 일찍도 늦게도 가지 말고 시간을 지켜라.
둘째, 고맙다고 표현하라.'고맙다'는 말은 상대방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준다. 서양 사람들은 "Thank you"를 입에 달고 산다. 웨이터가 냅킨을 가져다줄 때, 앞사람이 문을 잡아줄 때, 마누라가 넥타이를 매 줄 때 "생큐"한다. 생큐는 서양의 공기와 같다. 우리는 이것이 매우 부족하다. 반찬을 더 줘도 말 한마디 없다.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줘도 그냥 나간다. 살아 있어도 감사하고 라면 먹는 것도 감사하고 가족이 있는 것도 감사하고 가볍게 동네 산책을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Life is fragile." 인생은 부서지기 쉽기 때문이다.
1996년 새해 첫날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승리공원에서 촬영한 조각상. 2016년 우리 모두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승리합시다! / 한대수
셋째, 사과하라. 이것도 우리는 허약하다. 잘못한 줄 알면서 묵묵히 있는다. 괘씸한 감정을 없앨 수 있는 유효기간은 48시간이다. 이틀 내로 사과하라. "미안해, 여보." "동생, 잘못했어. 용서해줘." 이 한마디로 관계는 유지된다.
서양인은 "I'm sorry"를, 일본인은 "스미마셍"을 입에 달고 산다. 우리는 지하철에서 툭 치고 지나가면서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열등감 때문이다. 사과를 하면 항복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침략을 하도 많이 받아서, 사과하면 무릎을 꿇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지 자존심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마지막으로 유머 감각을 가져라. 전 세계 여자들이 "나는 유머 감각이 풍부한 남자가 좋다"고 말한다. 돈 많고 잘생긴 남자도 인기 있지만 유머 감각으로 여인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최고다. 인생이 얼마나 피곤한가? 아이들 등교시키고 출근하고 노동하고 돈 벌고 요리하고 쓰레기 버리고 부부간 봉사활동하고, 피곤하다. 하지만 한 줄 농담과 깔깔 웃음소리같이 좋은 음악은 없다. 웃는 것은 몸에 너무 좋아서 인도엔 '웃음 종교'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재치 있는 농담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흑인으로 부모도 없고 후원자도 없이 어떻게 미국 대통령이 되었는가? 오로지 인격과 예술적 웅변으로 대통령이 됐다. 그의 웅변에는 항상 적절한 농담이 배어 있다. 심각한 경제난, 정치 난동, 전쟁을 논하면서도 관중을 웃긴다. 우리 정치인 경제인들은 항상 인상을 찌푸리고 점잖은 척하고 심각하다. 항상 화장실 가기 직전 표정이다. 사는 게 뭐 그리 심각한가? 우리는 지구에서 영원히 살 것도 아니다. 잠시 산책하고 무한대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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