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정조임금

보경스님과 정조의 만남

 

정조는 1777년 정유(丁酉) 영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으나

비명(非命)에 간 생부인사도세자를 잊지 못한다. 

그래서 한 첫 사업이 양주(楊洲)  배봉산(拜峰山:지금의 목동)

에 묻혀있는 생부의 유해를

지금의 현륭릉(顯隆陵)으로 옮기고 매월 참배행차를 한다.

용주사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어느 날 행차에 어떤 남루한 스님이 행차길을 가로 질러 간다.

이를 본 순군(巡軍)들이그를 치죄하느라고 떠들썩하니

정조가 듣고 그 스님을 불러 이렇게 나무란다.

 

"네 이놈! 무부무군지도(無父無君之徒 :

부모도 임금도 모르는 무뢰배)가 이미 중이되 었거든

조용히 절에 있을 것이지 무엇하러 나다니다 이런 꼴로 국법을 범했느냐?" 

 

스님이 대답한다.

"소신이 국법을 어긴 점은 죽어도 한이 없으나

저희들을 무부무군지도라 하심은 부당 하오니,

그 분부는 거두어 주옵소서"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냐?"

 

"부처님의 가르침은 부모에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할 것을

어느 누구보다 강조하십니다.

형식적인 효도보다는 정신적인 효도를, 짧은 효도보다는 영원한 효도를,

이승의 효도보다는 저승의 효도를 가르치고 계십니다.

하온데 소신 하나의 잘못으로 부처님과 부처님의 교단이

도매금으로 불효한 집단이 되는 것은 너무나 억울하옵니다."

 

"너는 무엇 때문에 오늘 이런 실수를 했으며,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느냐?"

 

스님이 대답했다.

"평소 부모님 은혜의 소중함을 생각하면서 은중경을 염송하다가

벽제(僻除:물러가라)소리를 듣지 못하와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이것을 보옵소서."

 

그리고는 소매에서 나발나발 해져빠진 경 하나를 꺼내 바치니

그것이 바로 이 경이었다.

정조는 잠시 훑어 보고는 이렇게 찬탄하였다.

 

"이렇게 좋은 경전도 있었더냐?

나도 저승의 부모를 위해 할 일이 많으니 그대는 내 곁

에서 나의 공덕을 도우라.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냐?"

 

"예,사 일(獅 馹 :보경스님의 법명)이라 하옵니다."

 

이렇게 해서 보경스님을 도화주(都化主)로하여 용주사를 세우고,

이어 현륭릉의 원찰(願刹)로 정하고, 기복게(祈福偈)와 은중경판과

은중경변상도판을 판각하여 하사함으로써

이 경이 크게 빛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때 보경스님의 실수는 고이적이었던가? 

단순한 실수였던가?

어느 쪽이었던 죽음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는 만남이 이루어졌고,

또 그로 인해 불교중흥내지는 효행제고(孝行提高)의 계기가 이루어 졌으니,

그 공덕은 실로 지대하리라.

 

 

부모은중경을 중심으로

부처님이 들려주는

孝이야기

(월운스님 外)

조계종출판사

 

 

 

 

 

효도와 불효는 부모와 자식사이의 주관적인 문제이지

객관적인 문제는 아니며, 상대적인 일이지 독자적인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부모의 극진한 사랑에 자식이

등지는 경우도 있거니와 내가 보기에는 세상에는

자녀는 무난한데 부모가 유별나서 멀쩡한 자녀를

불효로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현명한 임금이 충신을 만든다."라고 한 옛 말씀에따라

부모되시는분들도 일체 편견을 버리고 자식의 불효가

나 때문이란 자각에서 불전에 참회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엮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