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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탐방] 티베트의 종교·문화·삶을 만나다 -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4월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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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탐방] 티베트의 종교·문화·삶을 만나다

(보성=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히말라야 북쪽, 중국 남서부의 산악지대에 '신의 땅'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눈 덮인 산과 깊은 계곡, 푸른 호수가 매력적이지만 인간이 살기에 험준하고 척박한 땅이다.

 

그 오지에서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과 삶이 펼쳐진다. 그곳은 바로 티베트다.

전남 보성에 있는 대원사 티베트박물관에서는 티베트의 특별함과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세계로 잠시 여행을 다녀왔다.

 
전남 보성 대원사 티베트박물관 1층 [사진/전수영 기자]

 

티베트인들이 중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였던 반(反)중국 봉기 60주년을 맞아 최근 인도 북부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에서 기념식이 열렸다.

얼굴에 'Free Tibet'(티베트에 자유를)라는 구호를 쓴 참석자들은 국기인 '설산 사자기'를 흔들며 이날을 기념했다. 행사에서는 전통 민요 공연도 펼쳐졌다.

 

티베트는 20세기 초 중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1950년 다시 점령당했다. 1959년 3월 10일 티베트인 수천 명은 수도 라싸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중국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진압했고, 티베트인 수천 명은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인도 다람살라로 향했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는 그곳에 망명정부를 세웠다. 이런 모습은 3·1운동 이후 중국에 임시정부를 세운 우리의 역사와 무척 닮았다.

달라이 라마는 비폭력 독립운동에 대한 공로로 1989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티베트인들의 독립을 향한 저항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와 별도로 티베트는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로 인식된다.

히말라야 북쪽의 고산지대라는 심리적인 거리도 그렇지만 가끔 TV에서 보던 그들의 삶과 문화, 종교가 너무도 생소하기 때문이다.

대원사에 있는 국내 유일의 티베트박물관이 흥미로운 이유다.

 

 

 

 

 

 

 

 

 

 

 

 

 

 

 

 

 

 

 

 

 

 

 

 

 

 

 

 

 

 

 

 

 

 

 

 

 

 

 

 

 

 

 

 

 

 

 

 

 

수미광명탑 [사진/전수영 기자]

 

◇ 흰색 불탑과 108개의 마니보륜

 

커다란 흰색 불탑이 한낮의 태양 아래 눈부시다. 높이 15m

탑의 이름은 '수미광명탑'.

사각형의 탑 둘레로는 만트라(불교의 진언 주문)가 봉안된 기도바퀴(마니보륜) 108개가 달려 있고, 울긋불긋 타르초(불교 경전을 적은 천 조각)가 바람에 나부낀다.

기도바퀴를 돌리며 불탑을 한 바퀴 돌면 만트라를 108만번 독송(讀誦)하는 것과 같고, 그만큼의 공덕을 쌓게 된다고 한다.

 

탑의 내부는 약사여래법당으로 꾸며져 있다. 내부 중앙에는 네팔의 석가족 장인들이 만든 약사여래 삼존불이 모셔져 있고

벽에는 약사여래·석가모니·아미타불·미륵불이, 천장에는 만다라가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수미광명탑 뒤편으로 흰색 불탑이 좌우에 두 개씩, 가운데 한 개 놓인 계단이 있고, 그 끝에 티베트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박물관은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있는 불교사원인 조캉사원이나 세라사원을 연상시킨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히말라야산맥 북쪽의 티베트가 눈 앞에 펼쳐진다.

 

이 박물관은 박물관장인 석현장 스님이 1987년 인도 여행 중 달라이 라마를 만나 인연을 맺은 후

티베트, 네팔, 인도, 부탄, 몽골 등에서 관련 유물과 자료를 모아 2003년 건립했다. 전시된 유물은 600여점에 달한다.

석현장 스님은 "티베트인의 삶이 우리의 역사와 유사하고, 그들이 오래도록 지켜온 정신문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해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티베트 문화를 전하는 박물관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 독특한 모습의 불상과 법구

 

박물관을 돌아보기 전 우선 티베트불교를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티베트에는 7세기경 불교가 전래했다.

티베트 각 지역의 토속신앙과 결합한 다양한 불교 종파는 소승, 대승, 밀교가 복합된 독특한 형태로 발전했다.

특히 티베트에서는 최고의 스승을 뜻하는 라마를 티베트를 지켜주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긴다.

깨달음을 얻었지만, 고통받는 중생을 돕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인 라마는 사후 49일이 지나면 다시 어린아이로 태어난다고 믿고 있다.

 

박물관 1층에서는 불상, 법구(불교 의식에 사용하는 기구) 등 티베트의 불교미술을 보여주는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조각이나 그림을 보면 특이한 것이 많은데 이는 각 종파가 각자의 교리에 적합한 존상(尊像, 지위가 높고 귀한 형상)과 종교적인 스승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전시관 한쪽에는 국내 사찰이나 박물관에서는 보기 힘든 불상들이 진열돼 있다. 부처의 머리 꼭대기를 신격화한 불정존승모는 장수를 상징하는데 얼굴이 3개, 팔이 8개나 있다.

 

지혜와 자비가 완전한 합일을 이룬 깨달음의 상태를 남녀의 결합으로 표현한 부모불,

관세음보살이 악한 사람들을 대하며 화난 모습으로 변한 분노존인 마하깔라, 부처의 고행상, 인도 신화에 나오는 새인 가루다도 있다.

티베트불교에서 인생무상과 죽음을 묵상할 때 사용하는 피리, 북, 나팔, 쇠북, 금강저, 소라나팔 등의 다양한 법구도 있다.

 

따마루라 부르는 작은 북은 사람의 두개골과 머리가죽으로, 깡링(피리)은 사람의 대퇴골로 제작됐다.

밀교 의식에서 피를 담을 때 사용하는 용기인 퇴방은 실제 사람의 두정부를 잘라 만든 것이다.

 

차를 마시는 데 쓰는 다구(茶具)도 있다. 티베트인들은 보릿가루, 양과 야크 고기가 주식이어서 비타민과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버터와 소금을 넣은 차를 즐겨 마신다고 한다.

인류 최고(最古)의 교역로인 차마고도(茶馬古道)는 바로 중국의 차를 티베트로 실어나른 길이었다.

 

진열장에서는 나무, 은, 청동으로 만든 주전자, 옥과 터키석이 박힌 찻주전자, 보릿가루를 넣는 목재 통, 버터와 차를 뒤섞는 도구 등을 볼 수 있다.

 

1층 별도 공간에는 '달라이라마실'이 마련돼 있다. 문을 들어서면 미소 짓는 달라이 라마의 마네킹이 방문객을 맞는다. 마네킹이 입은 옷은 실제 달라이 라마가 입었던 옷이라고 한다.

 

'평화, 비폭력, 윤리, 공생'을 주제로 달라이라마의 행적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고, 11면 관세음보살, 달라이 라마의 궁전인 포탈라궁의 사진,

닥종이에 쪽물을 들인 후 옻칠을 하고 그 위에 금 가루, 터키석, 산호석의 가루로 글씨를 쓴 티베트 불경을 볼 수 있다.

 

 
티베트박물관 2층에 전시된 만다라 [사진/전수영 기자]

 

◇ 진리의 세계 형상화한 만다라

 

2층에서는 티베트불교의 정수이자 진리의 세계를 예술로 승화시킨 만다라를 만날 수 있다.

만다라(mandala)는 산스크리트어로 '원'을 뜻한다. 부처가 깨달은 진리의 세계를 기하학적인 도형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곳에 있는 만다라는 2003년 티베트에서 온 승려 6명이 꼬박 7일간 제작한 '야만따까 만다라'로, 부처의 깨달음을 인격화한 문수보살의 분노존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만다라를 보면 중앙에서부터 3단계로 구분돼 있는데 중앙에는 주신들이 있고, 네 방향의 신이 사각 틀 안에 표현돼 있다. 바깥 원에는 불경에 나오는 여러 모습의 신이 배치돼 있다.

빨강, 노랑, 초록, 파랑, 흰색 등의 곱게 빻은 돌가루로 그린 화려하고 세밀한 그림에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온다.

커다란 원 안쪽에는 수많은 원과 사각형이 있고, 기하학적 문양 사이에는 산과 구름, 나무, 각종 법구가 그려져 있다. 만다라를 제작한 승려들의 인내와 솜씨에 혀가 내둘려질 지경이다.

이렇듯 어렵게 완성된 만다라는 원래 의식에 사용된 뒤 형체 하나 남기지 않고 쓸어모아 강물에 흘려보내 진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덧없고 집착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시관 벽에는 화려한 만다라 그림들이 걸려 있고, 불상들이 사람과 마주할 수 있게 눈높이에 놓여 있다.

뱀 7마리가 부처를 감싼 불상, 고행하는 부처상, 가섭불(불교 경전에 나오는 과거 칠불 중 여섯 번째 부처)의 진신사리도 볼 수 있다.

만다라 전시관 옆 공간은 티베트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각종 동물과 산수가 그려진 티베트 가구와 휴대용 담배통,

악한 기운을 막기 위해 목이나 어깨에 걸고 다니기 위해 제작한 휴대용 불감인 수룽콜,

티베트 전통 의학을 보여주는 탕카(탱화), 관음보살의 눈물에서 태어난 타라보살 등을 담은 탕카 등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2층에 있는 불상 [사진/전수영 기자]

 

◇ 흥미로운 저승으로의 여행

 

지하 1층에서는 '신과 함께 저승여행'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어서 와, 저승은 처음이지'란 문구가 붙은 초군문(初軍門, 저승 입구)으로 들어서면 으스스한 저승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우선 계단 옆에는 원귀단(怨鬼壇)이 있다. 사고, 질병, 객사 등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제단이다.

옆으로는 인간을 밟고 서서 춤을 추는 험악한 표정의 쟈무디(염라대왕의 부인)상이 있다. 이기심, 집착, 번뇌에 빠지지 말라는 뜻이다.

 

저승에서 죽은 사람을 재판하는 모습을 그린 시왕도(보물 1800호)도 전시돼 있다. 1766년 명부전 봉안용으로 조성된 불화로 지장보살도, 시왕도, 사자도가 함께 남아 있는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한다.

각 시왕도를 보면 커다란 전각 안에 대왕이 있고 그림 아래에서는 강도·강간, 거짓말과 사기, 동물 학대, 폭행, 방화, 음해, 배신 등 죄에 따른 형벌이 내려지고 있다. 철상지옥에서는 쇠못이 빼곡한 철판에 눕히고, 발설지옥에서는 혀를 길게 빼내 혓바닥을 쟁기로 갈고, 거해지옥에서는 몸을 톱으로 썰고 맷돌로 갈아버리고, 한빙지옥에서 얼음 속에 넣어 냉동시키는 등 만화 '신과함께' 속의 형벌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티베트 사자의 서'에 관한 전시 공간도 있다.

이 책은 8세기 티베트불교의 성인인 파드마삼바바가 사후부터 환생할 때까지 49일간 영혼이 겪게 되는 여러 현상을 설명하고 해탈에 이르는 방법을 가르치는 내용을 담은 경전이다.

 

전시관 안쪽으로는 사후 새들에게 시신을 공양하는 티베트 전통의 장례인 천장(天葬)을 엿볼 수 있는 조장전시실이 있다.

시신이 뜯기고 해체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비위나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지나쳐도 좋을 것 같다.

 

안쪽으로는 죽음체험실이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에 놓인 관 속에 누워 죽음을 묵상하며 현생의 삶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대원사 티베트박물관에는 지난 3월 초부터 티베트인인 카락 뺀빠 씨와 그의 한국인 아내 강다은 씨 부부가 상주하고 있다.

카락 씨는 방문객에게 티베트 악기와 음악을 해설하고, 아내 강씨는 박물관 교육사로서 티베트 유물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대원사 시왕도 [사진/전수영 기자]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4/08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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