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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빛을 발하는 게쉬들

김선정교수
살아서 수많은 이적을 행하였던 쫑카파는 제자 겔찹쩨에게 의발을 전수한 후 색신을 어린 소년의 몸만 하게 수축하여 육신불(肉身佛)로 입적하였다. 육신불은 간덴에 탑을 세워 안치했는데 문화혁명 중 성스럽고 외경스럽기조차 한 이 탑을 용감하게(?) 파괴하던 중국공산당원들은 손톱과 머리가 여전히 자라고 있는 육신불을 보고는 기겁을 했다고 한다.
쫑카파는 라싸 근교에 겔룩파의 첫 대학인 간덴을 세웠고 곧 이어서 주변에 데풍과 쎄라가 세워져, 이 세 대학은 티벳 불교의 중추를 이루었다. 5백여 개의 단과대학들로 구성되는 각 대학들은 그 규모나 인구가 작은 도시에 견줄만 했다.
데풍은 1959년까지만 해도 승려수가 1만여 명으로 역사상 세계 최대 규모의 승원이었고 간덴에 7천 5백여명, 쎄라에 5천여 명의 스님들이 있었다. 각 지방에서 모여든 어린 학승들은 적성이나 능력에 따라 교학․예술․의식․잡역 등으로 구분되어 보통 15년이나 20년이 걸리는 교과과정을 이수한 다음 고향의 절로 돌아가는데 특별히 우수한 학승은 박사학위인 ‘게쉬’의 과정을 다시 밟는다. 교학을 통달한 다음 까다롭게 수행을 점검받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학위를 취득한 소수의 게쉬들은 그 권위가 대단하다.
환생한 린포체들 중에 전생의 기억과 능력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특별한 경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겔룩파의 린포체들은 전생이 아무리 훌륭한 스승일지라도 일정한 과정을 밟고 동등한 시험을 통과하여 게쉬가 되어야 스승의 자격이 갖추어지는 것이다. 얼마전 한국에서는 아직 승운에 입학도 안한 어린 링 린포체를 모셔다가 법회를 열고 법을 묻고 하는 걸 보고 안타깝게 여겼는데, 자신이 간덴 대학의 최고 학위 라림빠 게쉬인 달라이 라마는 공부하고 정진하지 않는 100명의 린포체보다 1명의 게쉬가 더 낫다고 자주 공언한다. 티벳 게쉬들의 신비한 가치는 이렇듯 확고한 노력위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티벳에서 파괴된 수많은 폐허를 보았지만 정말 분노를 넘어 절망까지 느꼈던 것은 그 세 대학의 폐허를 확인하면서였다. 거친 모래바람의 급속한 풍화작용으로 비극적인 전설이 담긴 아득한 기원전 도시의 폐허 같은 그 속에서 청년들이 살고 있었다. 반은 붉은 승복자락을 펄럭이는 스님들이고 반은 푸른 군복을 입고 총을 든 군인들이었다.

비극은 전설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각 대학 입구의 군부대는 계엄령이 아니어도 상주하는지 임시 막사가 아닌 제대로 지은 막사였고 스님들보다 군인들이 오히려 많았다.
마지막으로 갔던 데풍에는 유난히도 개들이 많았다. 티벳사람들은 절에 사는 쥐나 주인없는 개들에게 수행을 제대로 못한 스님들의 환생이라고 먹을 것도 챙겨주며 잘 대해준다. 주변에 인가도 없는 데풍의 그 많은 개들은 무얼 먹고사는지 궁금했다. 짖지도 않는 유순한 개들이 적막하고 교교한 폐허 속에서 어슬렁거려 슬픈 유령들처럼 보였다.
컴컴하게 텅빈 폐허의 방들을 들여다보며 무너져 내린 벽과 벽 사이로 잡초에 묻힌 돌계단들을 올라가다 보면 파괴를 면한 법당들의 장엄과 3~4층 높이의 보살상들이 볼 만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쓸쓸하고 적막하기만 했다.
그 큰 경내에는 승복차림의 관리인들과 중국사람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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