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불교강론

대원사 티벳박물관

* 아이디(이메일)

* 비밀번호

회원가입 | 아이디찾기 | 비번찾기

티벳불교강론

HOME > 티벳불교 > 티벳불교강론

總[입문I] 들어가는 말(槪論)

로덴
總[입문I] 들어가는 말(槪論).


들어가는 말(槪論)



“매일 눈을 뜨면 보는 세상, 우리는 그 속에서 얼기설기 맺힌 그물의 한 매듭처럼 얽혀 살아갑니다. 돌고 도는 시간의 수레는 멈출 줄 모르고 피곤함에 되돌아 가려해도 길은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은 신선한 바람을 찾아 길을 떠나 보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제자리입니다. 어디만큼 왔을까요? 여기는 어디입니까? 윤회의 그물입니다. 욕망의 그물에 걸려있는 것이지요. 욕계(欲界)라는 세상에 사는 중생의 모습입니다.

때로는 좀 더 고상한 삶을 살기도 합니다. 잠시 세상을 벗어나 마음의 욕심을 버리고 차 한 잔에 청명한 하늘을 즐겨봅니다. 그러나 이미 맺은 세상의 인연은 언제라고 할 것 없이 벌써 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애써서 홀로 있기 때문에 오는 불안감이 아니라고 생각해 보지만, 역시 얼마지 않아 다시 세상을 그리워하고 맙니다.

세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허전함은 가시질 않고, 다시 무언가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려 봅니다. 그러다 가끔씩 만나는 다양한 정신적인 말잔치들에 어울려 보면, 이 생에서 혹은 이 세상이 다하는 날 어찌 어찌 하여 이 보다는 훨씬 풍요하고 안락하며 아름다움이 가득한 세상의 삶을 얻을 수 있다고들 말합니다. 명상이나 영성체험이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또 거친 몸을 버리고 얻는 미묘한 차원의 몸을 얻는 색계(色界)나, 몸이 없는 미묘한 생(生)인 무색계(無色界)의 삶을 이야기도 합니다.

다양한 세속의 가르침이나 수행 중에도 이러한 길은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어찌합니까? 모인 것은 끝내 흩어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걸, 이들의 고상한 삶도 끝내는 인(因: 원인)과 연(緣: 조건)이 다하고 다시 낮은 곳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돌고 도는 피곤한 세상은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보이는 이 세상은 또 무엇입니까?

이제 우리는 길을 떠나려고 합니다. 저 너머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가려는 이 길은, 인간으로 왔다 모든 벽을 넘어 해방자가 된 부처의 길입니다. 아니 부처의 눈을 빌어 세상을 보고 나를 보려는 조그마한 노력입니다. 알고 가는 길은 멀지 않습니다. 두려움은 게으른 자의 변명일 뿐입니다. 그 길의 끝에 서면 당신도 역시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입니다.

첫 번째 지도는 내가 사는 이 세상이라는 거울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세간(世間)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불교에서는 이 세간이 형성하는 법(世間形成法)을 어떻게 설명합니까?

불교에서는 이 산하대지(山河大地)를 포함한 외부세계(外器世間)의 대상과 그 안(內情世間)에서 생각하고 경험하는 존재(有情)가 형성되는 과정을 불교적 세계관에 기초하여 설명합니다. 이제부터 살펴볼 모든 내용은 좀더 거친 수준부터 좀더 미세한 수준까지 깊이를 달리하여 이해해야 합니다. 또 견해의 차이로 논서(論書) 마다 몇 가지 구분이 조금씩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천계(天界)의 숫자를 조금씩 다르게 헤아린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가 기본적인 세계관을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분류를 용이하게 하거나 자세하게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이일 뿐입니다.

이 세상이 이루어진 과정을 안다는 것은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복잡한 논리나 이론이 아닙니다. 간단하지만 미세한 직관이 있습니다. 세간이 형성된 원리를 발견한 그 눈으로 세상의 모든 대상을 하나하나 다시 관찰해가다 보면 어느 날 한 눈에 내가 선 자리를 보게 됩니다.

그 옛날 우리의 선인들은 자연의 기운을 읽을 줄 알았으며,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잘 이해하고 운용할 줄 알았습니다. 이제 그러한 지혜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씩 그 명찰을 달고 있습니다. 때로는 `미립자`라고도 하고 때로는 `미생물` 또는 `혼돈이론(the theory of chaos)`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과학이 아무리 수많은 원리를 발견하고 입증한다 해도, 인간은 숨을 쉬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나 때에 따라 바뀌는 계절의 흐름과 같은 보편적인 원리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불교의 세간형성법(世間形成法)은 바로 이러한 보편적인 원리 속에서 발견한 이 세상의 형성 과정입니다.

바람이나 물은 시원하게 갈증을 풀어주는 감각의 대상입니다. 가끔은 그러한 느낌을 주는 말들의 잔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세계를 설명하거나 사물이 이루어진 요소를 설명할 때도, 바람(風大)이나 물(水大)의 성질에 대해서 말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세상도 역시 시작도 없던 그때에는 이렇게 미세한 바람이나 물 같은 성분의 성품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더운 여름날 습기가 가득해지면 이내 장대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필요한 원인과 조건이 모여 이 세상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불교적 세계관에 비추어 보면, 본래 이 세상은 움직임도 없이 맑고 환한 빛과 같았던 생각이전의 어느 한 상태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이 세상의 생성 원리를 살펴보면, 우리가 세상과 우주라고 이름 부르는 이 외부세계는 아래서부터 위쪽 방향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물론 특정한 시공간의 방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생각 속에서 지어낸 감각일 뿐이지요. 그래서 맨 처음 생겨난 것은 청정하고 텅 비어 있는 생각(思念)의 허공입니다. 무언가 그려질 판이 형성된 것이지요. 그렇게 한 동안을 지나면, 그 맨 아래에서 먼저 바람의 수레(風輪)가 생깁니다. 동요가 일어난 것입니다. 무언가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지요. 바람은 언제나 그렇듯 가벼움에 쉽게 움직이고 서로 부딪혀 마찰을 일으킵니다. 마찰은 건조한 겨울날 우리의 옷에서 정전기가 일어나듯 그렇게 메마른 불의 수레(火輪)를 만듭니다. 불의 기운이 강화되면 그 힘으로 주변의 습기를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렇게 해서 뭉쳐진 습기가 구름을 만듭니다. 바람의 수레 위에 형성된 구름은 견실한 황금의 정수(精粹)입니다.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서, 습기를 머금은 구름은 그 무게를 못 이기고 이내 거대한 비가 되어 휘몰아칩니다. 그리고 그 곳에 물의 수레(水輪)를 형성합니다. 다시 멈출 줄 모르는 바람은, 수만 년을 파도에 밀려서 생긴 고운 세모래 백사장처럼, 물의 수레를 마찰하여 좀 더 견고한 땅의 수레(地輪)를 형성합니다. 그렇게 수많은 세월이 모여서 이루어진 땅의 성분은 물의 수레 위에 견실한 황금의 지반(地盤)을 이룹니다. 이제 무언가 발 디딜 곳이 생긴 겁니다.

그 땅의 수레가 견고하게 다져진 지반의 한 가운데서 이 세상의 중심인 수미산(須彌山, 妙高山)과 주변에 일곱 겹의 황금산 그리고 일곱의 향수해(香水海), 사대부주(四大部州), 사소주(四小州) 등이 형성됩니다. 공간과 방향이 생겨난 난 것입니다. 먼 시간을 달려 생각을 가진 존재들이 거주할 공간과 시간의 땅이 이루어진 겁니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 그리고 방향이라는 관념이 생겨나고, 이를 통하여 세상의 대상을 구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관념은 보다 맑은 상태에서 보다 거친 상태까지 또 다시 다양한 층을 형성합니다. 수미산 정상에는 삼십삼천이 있습니다. 또 수미산 상공(上空)에는 아래서 위로 욕망의 생각에 갇힌 네 가지 유형의 하늘(四欲天)과 그 위로 좀 더 고상하고 미묘한 몸을 가진 네 가지 유형의 하늘(四禪天)이 각기 백 개의 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이 거친 몸과 마음을 가지고 넘나드는 유정(有情)의 세상이 생겨난 것입니다. 유정이 언제 어느 때 생겨났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 세상이 형성된 것처럼 그렇게 생겨난 것이니까요. 인간만이 유정은 아닙니다. 유정세계는 맨 위의 유정천(有情天 또는 非想非非想處)에서 맨 아래의 아비지옥(阿鼻地獄)까지 각각의 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경험하는 이 곳은 인간이라는 세계입니다.

이렇게 세상이 형성된 과정을 통해 하나하나 그 미세한 성질과 상징적인 의미를 잘 이해하게 되면, 아이가 어머니의 태중에 들어가 그 속에서 자라나는 과정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인 내가 세상에 나오듯 세상도 나처럼 그렇게 형성된 것입니다. 그와 같이 세상이 나이고 내가 세상이며, 세상이 사념의 공간에서 시작했듯 나도 사념 속에서 생성된 것입니다. 사념의 본래 자리는 맑은 빛과 같은 것입니다. 바로 우리가 돌아가야 할 자리입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절대 진리인 공성(空性)에 대한 바른 지혜를 얻게 됩니다.” <‘로덴의 그물의 걸리지 않는 바람........’ 중에서>

이러한 세계 형성의 원리는 티벳 불교에서 법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현대 과학이 발견한 것들에 비추어 보면, 많이 거칠어 보이는 듯한 세계형성관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거친 수준, 미세한 수준 그리고 극히 미세한 수준이 있어 이해의 깊이가 다릅니다. 이러한 세계의 형성원리에 대한 불교적인 시각은 법계의 스승들이 발견하시고 정리해 놓으신 것입니다. 즉 먼저 세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를 정화하고 세상을 맑혀야 합니다. 구경의 경지란 완전한 맑음을 다 이룬 상태를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거쳐야 할 공부의 과정입니다.

금강승은 그곳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이들을 위한 스승들의 안배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금강승의 실질적인 공부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먼저 스승에게서 제자에게로 전승되는 정화(Purification) 수행을 입문의 과정으로 거칩니다. 그 다음 스승과 제자 간에 절대적인 신뢰가 형성되면 스승을 부처로 보는 구루 요가(Guru Yoga)를 합니다. 이 수행은 법계와 나의 연결 고리를 형성하고 그 동안 무지로 덮여 있던 나의 의식 한 편에 스승과 대화할 수 있는 의식의 통로를 만드는 수행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충분히 법을 수행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이루어진 다음에 비로소 금강의 수행에 입문할 수 있는 입문 관정(灌頂)을 받습니다. 물론 그 다음에는 청정한 세계를 완성하기 위한 도식화의 과정(生起次第)을 거쳐 완전한 부처의 법신과 색신을 이루는 구경의 단계(究竟次第 혹은 圓滿次第)를 자연스럽게 밟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외에도 청정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매일 매일 수행하는 진언염송이나 만달라 공양도 금강승의 한 방편입니다. 어느 것이든 온 정성을 다해 수행하면, 그 결과는 다르지 않다고 법계의 스승들은 한결같이 말씀하십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현재의 자신을 잘 보아야 합니다.

너무 과대평가하여 자만할 필요도, 너무 주눅이 들어 ‘나는 할 수 없을 거야’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현재 내가 가진 성품과 몸의 조건들 그리고 살고 있는 환경이 바로 내가 지어온 수많은 생의 업과 인연입니다. 무시이래(無始以來)는 두고라도, 저 아메바(amoeba, 진화의 초기 단계에 있는 수중 동물) 시절부터 무수한 세월을 보내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법을 말하고 수행을 말할 수 있는 시절인연을 만났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바르게만 나아간다면, 바로 이 생에서 우리는 충분한 결과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해나갈 공부에 대한 가장 간단한 설명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언제나 바쁘고 분주합니다. 그 삶이 가치 있든 그렇지 않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한 번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두 번의 기회가 없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정신적인 길을 가는 수행자에게 순간순간 자신의 태도와 행위들을 점검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매일매일 깨어서 기억하고(憶念), 주의하고 경계하며, 외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내적인 생각과 동기까지 끊임없이 점검함으로서 각성과 변화의 가능성을 스스로 열어갈 수 있습니다. 내 자신 언제나 그렇게 잘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항상 나아지는 쪽으로 변하려는 의지만은 확고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나는 언제나 내 자신의 동기를 점검하고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제 자신 언제나 수행의 큰 진전을 맛보곤 하였습니다.......” <1988년 봄, 영국에서>

다음 시간부터는 티벳 불교의 철학과 수행에 대한 전반적인 개요를 먼저 다루고 나서, 구체적인 티벳 불교의 흐름과 수행 방법들에 대해서 설명해 나가겠습니다.

----계속>>

이 게시물에 덧글쓰기
스팸방지 숫자 그림
* 그림의 숫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