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은 전에 위, 창, 캄, 암도지방으로 구분되었고 시가체는 창 지방의 중심지로 정치와 상업의 도시였다. 현재 인구 4만으로 라싸 다음가는 큰 도시이다. 중국은 10여 년에 걸친 문화혁명으로 티벳의 6,500여 개의 대승원을 처참한 폐허로 만들었는데, 시가체의 따시룬포사는 파괴를 모면하여 파괴된 옛 승원들의 형태와 구조를 짐작하게 하는 유일한 절이다.

티벳과 켈룩파의 최고 린포체(환생자)인 달라이라마 다음 서열인 빤첸 라마의 환생들이 승원장을 한다.
16C 후반 달라이라마 쏘남 가초는, 티벳을 자주 침공하여 괴롭히던 몽골의 알탄칸을 시작으로 중앙몽골의 황제 압후태쌘과 다른 몽골왕들을 불법으로 감화시켜 그들의 스승이 되어 몽골에 불법을 전파했다. 또 몽골은 티벳불교 내, 여러 종파간의 길고 복잡다단한 분쟁을 무력으로 종식시키고 켈룩파의 달라이 라마를 최고권자로 세우면서 티벳과 깊은 유대를 맺었다.
13대와 더불어 과거 달라이 라마들 중에 치적이 가장 뛰어난 성왕으로 평가되는 5대 달라이라마는 4대 빤첸 라마를 미륵불의 화신이며 자신의 스승이라고 선포했다. 그는 따시룬포를 크게 증축하고 몽골법왕의 시조인 자나바자도 먼저 빤첸 라마에게 계를 받게 한 다음 자신이 지도한다. 중국은 청나라 때부터 티벳을 복속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또 거친 몽골의 왕들을 다루기 위한 방편으로 중앙의 권력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창 지방 따시룬포의 빤첸 라마들을 후원하며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환생자들의 선정에 끼어들어 관여하며 켈룩파의 두 지도자들 간에 끊임없이 분열을 획책한다. 그러나 빤첸 라마가 달라이 라마 다음이라는 티벳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없었다. 어느 빤첸 라마도 중국이 의도하는 대로 달라이 라마를 제치고 일인자가 되기를 원치 않았다.

역대 달라이 라마와 빤첸 라마들은 먼저 환생한 달라이 라마가 어린 라마를 지도하는 사제관계를 유지했다. 마지막 10대 빤첸 라마는 현 14대 달라이 라마보다 2년인가 앞서 환생하였으나 환생처인 암도 지방이 중국의 손에 넘어갔다. 중국 공산군의 1952년 빤첸 라마를 따시룬포로 데려다 놓고 1954년 달라이 라마와 동등한 자격으로 공산당에 협조할 것을 설득하고 회유한다. 1959년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탈출하여 망명정부를 세우고 전세계에 티벳의 비극을 호소하며 독립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중국 당국은 빤첸 라마에게 라싸의 포탈라로 들어가서 달라이 라마의 지위를 대신하고 달라이 라마의 생위가 티벳민중의 의도를 저버리고 자신의 권력을 되찾으려는 처사라고 비판하라고 했으나 그는 공공연히 달라이 라마를 지지했다. 그러자 그를 티벳 자치구 준비위원장으로 임명하여 다시 북경으로 데려다 놓고는 1960년 어느날 갑자기 4천 여명에 달하는 따시룬포의 스님들을 모조리 잡아다가 죽이고 강제노동 수용소로 보내버린다. 나머지 스님들은 자살하여 겨우 2백여명만이 살아남는다.
빤첸 라마는 끝내 굴복하지 않고 1964년 기도 행사장 묀람에 모인 4만여 대중들에게 전 티벳 민족과 종파들은 절대로 흩어지지 말고 단합하여 조국 티벳의 독립을 되찾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주은래는 더 이상 분을 참지 못하고 그를 중국 감옥에 가두어 상상을 초월하는 모진 고문을 한다. 티벳인들은 그가 감옥에서 그렇게 죽은 걸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모택동이 죽은 뒤인 1978년 “모택동의 지도로 새 사람이 되었다.”는 공산당의 요란한 선전과 함께 북경에 나타났다. 그런 고문을 당하고도 살아 있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그는 곧 중국여자와 결혼도 하고 전국인민위원회 부의장․중국불교협회 회장직을 맡아 중국에 협력하는 한편 티벳을 오가는 범위 안에서 티벳불교의 재활을 주도하고 티벳과 중국 사이에서 완충제 역할을 한다. ‘중국의 젓가락’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어쩌다 티벳에 오면 그를 미륵불의 화현으로 믿고 있는 티벳인들은 그의 축복을 받기 위해 운집하곤 했다. 강경하기 그지없는 중국을 달래서 달라이 라마의 망명정부와 대화할 수 있는 길을 트기도 했다.
그러나 대화의 첫 단계로 파견된 달라이 라마의 대표단에게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열광하는 군중들을 보고 놀라고 화가 난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아예 불러들이지 않기로 작정하고 일방적인 요구와 거짓 선전만 되풀이했다.
빤첸 라마는 내가 티벳에 갔던 다음 해에 따시룬포의 새 불당과 탑 완공식을 주관하러 갔다가 갑자기 입적함으로써 시신을 티벳 사람들에게 남겨주고 갔다. 다행히 중국과 마찰없이 티벳사람들의 주도로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입적하던 날 마른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달라이 라마는 전 국민이 애도할 수 있도록 이 날을 국정 휴일로 선포하고 “린포체께서 어쩔 수 없어 마지막 10년을 중국이 하자는 대로 하셨지만 우리 티벳은 아주 훌륭한 자유의 투사를 잃었다”며 애도했다. 티벳사람들은 “이제 중국은 더 거칠 것 없이 우리 스님들을 두들겨 패고 가두고 죽일 것”이라고 걱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