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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여명속의 행렬

김선정교수
카투만두에는 수백년씩 된 아름다운 목조건물들이 많은데 나에게는 그것이 아름답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만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썩어가는 목조건물을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버텨놓고 너무나 가난해서 하루에 한 두끼밖에 못먹는 비쩍 마른 네팔인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장도 안된 질척한 좁은 길에 아이들이 여기저기 나앉아 조금전에 먹은 카레국물같은 설사를 예사로 하고 있었다.
낮에는 관광객들을 겨냥한 원색의 상품들과 식당, 호텔간판으로 생기를 위장했던 타밀의 잠든 모습은 싸구려 술집에서 춤을 추는 늙은 무희가 지쳐 잠든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개들까지 몰려다며 짖어대니, 무슨 괴기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검푸른 여명과 함께 짖어대는 개들은 흩어지고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이상한 그림자들이 하나 둘 등장한다. 한결같이 한 손에는 염주를 들고 한손에는 마니콜로(옴마니반메훔을 아름답게 부조한 통으로, 안에는 경전이 들어있음)를 들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걸어간다. 여자들은 모두 전통의상을 입었는데 허리가 잘록하고 밑이 넓은 긴 치마에 색동 앞치마를 입었다. 호기심이 나서 호텔이 나와 그들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그들은 카투만두시 북쪽 외곽의 언덕 위에 있는 쏘얌브 나쓰(절)로 가고 있었다. 네팔 관광명소 중 하나로, 원숭이가 많다고 서양인들이 몽키템플이란 별명을 붙어놓은 아름다운 절이다. 나도 카투만두에 도착하자마자 전세 자전거를 빌려타고 가본곳이다. 처음 혼자 자전거를 타고 이곳에 왔을 때는 1시간가량 소요됐는데, 이들을 따라오니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꼬불꼬불한 미로가 있었던 것이다. 가는길에 대나무를 엮어 벽을 치고 하늘만 겨우 가린 절에서 어린 스님들이 땅바닥에 깐 거적 위에 앉아 새벽 예불을 올리는 모습도 보았다.
쏘얌브 나쓰가 가까워질수록 옴마니반메훔 진언을 외우고 동시에 염주와 마니콜로를 돌리는 티벳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 물결을 이루고 마침내 쏘얌브 나쓰 바로 밑에 이르니 듣도 보도 못한 놀랍고 환희로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낮에 카메라를 메고 관광왔던 외국인들 중에 여기서 새벽마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걸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언덕 꼭대기의 탑을 향해 온몸을 던져 절을 하는데 카투만두에 사는 티벳 사람들이 거의 다 모인 것 같았다.
쏘얌브 나쓰 둘레를 절을 하면서 도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중에 한 남자는 그렇게 본격적으로 절만 하는 사람인지 무릎, 가슴 등 땅과 마찰이 심한 부위에는 가죽을 달고, 손에는 일본 게다 같은 나무조각을 끼고, 한번 절을 시작할 때마다 머리위에서 그것을 ‘딱’하고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별로 힘들고 지쳐하는 기색도 없이 아주 힘차게 벌떡 일어나 ‘딱’소리를 내고 또 엎드리고 하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얼마나 그렇게 절을 많이 했는지 눈썹 가운데 바로 위 즉 이마가 땅에 닿는 부분에 꽈리만한 딱딱한 혹이 잡혀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렇게 절을 하며 카일라스(수미산) 전체를 돌거나, 불보살이 계신 곳이라는 의미의 라싸 전체를 도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름다운 탱화를 그려서 거대한 마니콜로를 세운 방에도 수없이 사람들이 드나들며 온몸으로 그것을 밀어 돌렸다.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달싹이며 끊임없이 옴마니반메훔을 부르고 있었다.
그날 새벽에 거기서 나는 내가 가고자하는 티벳의 황금지붕들과 내가 알고자 하는 티벳의 탱화를 있게 한 티벳 사람들의 뜨거운 신앙을 보았다.
그들이 힘들여 하는 절의 열기, 끊임없이 달달달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수백수천의 마니콜로들,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옴마니반메훔 진언은, 카투만두의 대기를 에너지로 충전시키고 내 몸과 마음까지도 충전시켰다. 건조한 5월 스리랑카와 인도를 여행하고 캐시미르에서 눈바람에 냉이 들어 감기와 설사를 하고 다시 무더운 델리와 바라나시를 거쳐 육로로 카투만두에 와 설사와 열로 시달린, 지칠대로 지친 몸이었지만, 험준한 육로로 극한의 땅이라는 티벳에 올라갔다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에너지 때문이었다.
티벳에서도 사람들은 절마다 탑마다 절을 하고 있었다. 그들중에 아무나 잡고 왜 절을 하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한결같이 눈물을 흘리며, 티벳이 빨리 독립되어 그들의 관세음 보살이신 달라이 라마께서 돌아오시길 기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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