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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규몬람집 서문

박물관

머 리 말


저는 까규 기원대법회가 서로 다른 전통과 문화를 가진 많은 대중들이 모여, 한 마음, 한 목소리로 모든 존재들의 영원한 이익을 위해 기도하는 법회가 되어지길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조화로운 세상이 새롭게 펼쳐지는 모습을 그려 보며 이 독송집을 한국어로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까규 기원대법회는 1983년 캽제 깔루 린포체께서 시작을 하셨습니다. 그 이후 기원대법회는 성지인 보드가야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며 매우 큰 연례행사가 되었습니다. 캽제 깔루 린포체와 그를 이어 노력하신 보카르 린포체의 지칠 줄 모르는 노고에 힘입어 기원대법회는 오늘날과 같이 성장하였습니다.


저는 2001년에 까규 기원대법회에 처음으로 참석했습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나 티벳사회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기원대법회는 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에 매우 감동하였고 또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참석하여 기원대법회를 진정한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장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몇 차례 기원대법회에 참석해 본 후 법회를 보다 발전시킬 수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의 풍성한 전통으로부터 몇 가지 추가적인 요소들을 통합한다면 현대사회와 보다 관련이 있는 행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까규의 전 법맥에 있어 중요한 문제였으므로 저 혼자서만 그런 변화를 감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캽제 보카르 린포체와 다른 고위 라마들께 조언을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그저 염원이었을 뿐 그리 진지하게 실행에 옮기진 못했습니다. 2004년, 보카르 린포체의 갑작스런 입멸로 인해 기원대법회의 미래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저는 어떠한 주저함이나 지체 없이 온 마음을 다해 이 과업에 제 자신을 던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경험들은 기원대법회의 변화에 대한 저의 염원을 새롭게 다지는 기회가 되었을 뿐아니라 저의 생각을 현실로 옮기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저는 󰡒까르마빠󰡓라는 이름을 받았을 때부터 선대의 까르마빠님들과 다른 법맥 조사들의 전승을 공부하고 수행했습니다. 또한 그와 동시에 현대세계의 여러 동향들을 세심한 관심과 깊은 우려로 살펴보았습니다. 불교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문제들이 우리의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과거 전통적인 승려들이 해왔듯이 방안에서 책만 읽고 있을 순 없다고 느꼈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인류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적어도 몇 가지만큼은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까규 기원대법회를 보다 많은 현대인들에게 알려서 좋은 인연을 지어주는 것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이러한 사명감이 변화의 선두에 설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습니다.


까르마빠라는 역할이 비록 그 핵심은 시공을 초월해 있지만, 전통 만큼 시대에도 부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제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저와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찾는 것은 때로는 도전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저는 사방에서 많은 압력을 받고 있기에 전통과 현대성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까규 기원대법회의 개혁과정에서, 제 뒤에 끝없는 바다와 같이 계시는 무한한 불보살님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의 간절한 소망이자 영광스러운 임무는 모든 시간과 자유와 노력을 진정 타인의 이익을 위한 원력불사에 쓰는 것입니다.


까규 기원대법회에서 변화가 필요한 첫 번째 과제는 독송할 법본이었습니다. 발원문과 기도문을 독송하는 것은 기원대법회의 핵심입니다. 이는 일체 중생들과 기세간에 이익을 주며, 또한 미래의 선근 종자를 심어주게 합니다. 실제로 모든 불교 전통에서 독송은 일상의 중요한 부분으로, 세수를 하고 신문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다르마(법)란 무엇일까요? 다르마는 우리를 고통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입니다. 다르마를 수행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많은 가르침들이 있습니다. 독송은, 사경하기, 공양 올리기, 보시하기, 법문 듣기, 암기하기, 간경하기, 법문을 말하기, 다르마의 의미를 명상하기와 닦기 등 열 가지 다르마 수행 중의 하나입니다.


과거 대부분의 티벳인들은 자신들의 법맥 전승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저마다 정형화된 의식문에 집착하곤 했습니다. 이것은 각각의 전승마다 고유의 독송 법본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했고 그 결과 공통으로 사용하는 의식문이 매우 적었습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를 모색하는 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초종파적인 분위기에 진심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저의 비전과도 일치합니다. 저는 기원대법회 법본의 대다수 내용들을 부처님의 말씀에서 발췌하였으며, 불교의 주요 종파의 모든 기도문에서 인용하였습니다. 또한 이 법본은 널리 알려진 인도의 학자들과 티벳의 초기 스승들에게서 인용한 것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른 불교전통에서 영감을 얻어 짓거나 발췌한 새로운 기도문도 몇 가지 있습니다. 이는 대중이 함께 염송할 때의 일체감을 높이고 각 기도문에 담겨 있는 의미와 느낌이 모든 이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초종파적인 접근으로, 자신의 전승만이 우수하다고 여겨 다른 전통을 업신여기는 삿된 견해가 정화되기를 바랍니다.


중요하게 고려한 사항이 한 가지 더 있었습니다. 과거의 기원법회에서는 대부분의 독송문이 탄트라(金剛乘)경전에서 가져온 것들이었습니다. 우리 티벳인들에게는 금강승 전승이 익숙하기 때문에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금강승의 가르침은 다른 전통에서 온 비(非) 티벳인들이나 적절한 가르침을 받지 못한 초보자들에겐 쉽게 오해될 수가 있습니다. 비(非) 티벳인들과 초보자들이 많은 가운데 사람들이 모여서 그 독송문들을 반복해서 독송했을 경우 그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 저로서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에 현교(수트라(顯敎)경전)에서 뽑은 가르침을 독송하는 것은 많은 유익함을 가져오고 위험 요소도 적습니다. 그래서 현교 전승에 속한 법본들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혁신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오히려 옛 전통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본의 새로운 구조는 7대 까르마빠께서 편찬하셨던 <21지 기원문>을 따르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7, 8, 9대 까르마빠 시대에 21지 기원문은 매년 위대한 기적이 있는 달 (티벳력으로 새해 첫 달)에 독송 되었던 것입니다.


기원대법회 기간 동안 세계의 많은 도반들이 함께 경축하고 수행하러 보드가야에 모입니다. 한국은 오랜 불교의 역사를 가진 나라로서 한국어는 불교와 관련이 깊은 언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법본을 한국어로도 번역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기원대법회의 법본 번역에 힘써 주신 한국의 여러 수행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낍니다. 언어는 우리 인간들이 소통하고, 지식을 습득하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따라서 저는 까규 기원대법회의 독송집이 최대한 많은 언어로 번역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 사람들이 다양한 기도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보다 심도 있게 독송집으로부터 이익을 얻기를 바랍니다.


까규 기원대법회의 한국어본은 제법(諸法)이 그러하듯이, 여러 다른 원인과 조건에 의해서 이루어졌습니다. 혜능스님과  지엄스님, <보리심의 새싹>의 정봉스님· 천진스님· 현현스님, 그리고 텐진라모 등  많은 분들의 노력이 모여 한국어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오직 불법에 대한 존경심과 중생에 대한 크나큰 연민으로 이 불사를 완성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이 기원대법회의 한국어판 법본에 들어 있는 한 구절 한 구절이  사람들의 가슴 속에 깊은 감동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그들의 공덕을 함께 기뻐하며 기도 중에 그들을 항상 생각할 것입니다.


저는 혜능스님과의 인연으로 한국어와 한국불교를 배우면서, 한국문화와 한국말에 대해 제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깊은 소중함과 존경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생으로부터 좀 더 일찍 한국어를 배웠어야했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지금에서야 시작한 것이 유감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이번 생 뿐만 아니라 다음 생, 그 다음 생에서도 끊임없이 한국어를 배워 더 잘하고 싶고, 한국어를 좀 더 심도 있게 이해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이렇게 한국어 법본을 만들게 된 좋은 인연으로 저의 서원의 가피가 한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 화합과 평화와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이 독송집의 번역 불사에 동참한 모든 이들, 그들이 쌓은 개인적, 대중적인 모든 공덕들이 온전히 꽃피어서 일체 중생들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게 되길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번 기원대법회 독송집이 중국어, 영어, 한국어, 힌디어로 번역되어 매우 행복합니다. 여러 길상한 원인과 조건으로 완성된 독송집으로, 불자님들이 진리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영감을 얻으며, 감로의 바다에 깊이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이 독송집을 염송하는 동안, 기도문 하나 하나의 뜻을 잘 새겨서, 청정한 마음이 보리심의 음률로 퍼져나오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모든 기도문의 글자들이 황금빛 보리심으로 발현되어 온 세상을 가득 채우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슬픔과 전쟁의 소리들이 우주에서 사라지기를 기원합니다. 세상의 모든 탁한 기운들이 사라지기를 기원합니다. 사랑과 자비의 말들이 모든 유정 안에 내재된 선함과 하나가 되어 강력한 하나의 힘으로 모아지길 기원합니다. 사랑, 연민, 지혜가 해와 달과 별처럼 상상할 수 있는 온 우주와 그 너머까지 빛나기를 기원합니다. 그 빛이 모든 유정들을 비춰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이 안고 있던 무지와 탐욕과 분노의 어둠이 소멸되기를 기원합니다. 누구든지 다른 이를 만날 때면 오래 동안 헤어져 있던 어머니와 자식이 다시 만나는 것과 같아지길 기원합니다. 이것이 바로 조화로운 세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조화로운 세상에서 모두가 평화롭게 비폭력의 음악 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것이 저의 꿈입니다.



제 17대 까르마빠 오겐 틴레 도르제

인도 다람살라 규또 사원(上密院)

불기 2551년, 서기 2007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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