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오스님 티벳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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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악도의 과보를 땡겨받는다는 뉵네수핸

화이트타라
 

뉵네수행


  티벳불교 수행 중에 어떤 수행이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이냐고 묻는다면 많은 종류의 수행이 있겠지만 필자가 경험한 가운데에 제일 먼저 뉵네수행을 소개하고 싶다. 티벳어로 뉵네란 뉵메샘, 즉 불성자리에 안주한다는 뜻으로 평소에 번뇌와 상응하던 신구의 三門을 거두어들여서 본래의 청정무구한 자성자리인 깨달음의 상태와 상응케 한다는 의미이다. 티벳사원에서는 새해를 맞이한 정월대보름을 기점으로 하여 세 차례 이 수행을 하는데 한차례에 이박삼일간 먼저 八關齋戒를 받고 절에서 숙식을 함께 하면서 이 때만큼은 오후에 음식을 먹지 않고 여덟가지 계율을 청정히 지키면서 절하고 만트라하는 외에 일절 잡담과 세간의 잡사를 금한다. 첫날 점심을 먹고 나서는 저녁에 우유등 마실 것을 주고 나서부터는 하루가 지난 그 다음날 아침까지 일체 음식은 물론 물도 입에 대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는 묵언을 하면서 대중이 함께 기도를 하는 데, 기도하는 내용은 천수천안관세음기도로서 신묘장구대다라니와 옴마니반메훔 만트라를 위주로 하고 특히 천수관음을 찬탄하면서 전신 오체투지하는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서른 여섯 시간동안 밥은 물론 물도 안 먹은 데다가 계속 오체투지를 대중이 함께 하기 때문에 위장은 비어서 열이 나고 입이 무척 마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지막날 밤에는 입술이 새까맣게 타고 혈색이 창백해진다. 묵언을 해야하기 때문에 절대로 입을 열어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 가운데 누군가 견디기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기라도 한다면 대부분이 못견딜 지경이다. 다행히 말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묵묵히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 정초에 많은 티벳사람들은 라마들과 함께 이 수행에 동참하는데 청정한 마음으로 이 뉵네수행을 열두차례 참석할 수 있다면 初地인 환희지의 보살지위에 오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연달아 세차례 다 참석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고 대부분은 가족이 번갈아가며 교대로 참석한다.

  나는 대만에서 1992년 겨울에 죽첸린포체가 주관하시는 뉵네수행에 처음 참석하였다. 그 때는 뉵네의 의미도 모르고 누군가 삼악도에 과보를 앞땅겨 받는 고통스런 수행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보현보살께서도 허공을 덮고도 남을 업장이 있다하셨는데 내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지은 업장이 좀 많겠나 싶어서 약간은 호기심어린 기분으로 참석하였다. 둑바까규파의  최고 수장이신 법왕이라 불리우는 린포체께서 직접 이끄시는 기도는 엄중하고 가피가 충만한 듯했다. 마지막날 밤이 되니 모두들 입술부위가 새까맣게되고 얼굴은 창백하여 탈진상태였다. 회향하는 날 새벽 두시에 일어나서 기도를 세 시간동안하고 금식과 묵언을 트는 의미의 감로수를 받아 마시게 된다. 그 때에 그 한 방울의 감로수가 얼마나 달고 감사하던지..... 마지막날밤 나는 온 몸에 기운은 하나도 없는데 머리는 너무 맑아서 거의 잠이 오지를 않았다. 비몽사몽간에 누군가 삼악도의 과보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 했다. 순간 세계지도가 눈앞에 펼쳐지더니 우리 나라 지도와 함께 아비지옥이라는 글씨가 나타나더니 잠시 후 나의 속가의 아버님이 나타났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려하니 그러한 정경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꿈에서 깨어나니 갑자기 집안에 부모님 소식이 궁금해지면서 불안해졌다. 기도를 마치고 처소로 돌아와 한국으로 전화를 몇 차례 했으나 속가집에는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가까운 친척집에 전화를 하니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느냐며 처사님이 이틀 전에 밤중에 귀가하시다 공사중인 맨 홀에 빠져서 얼굴에 심한 상처가 나서 입원중이시라 했다.

  티벳불교에서 중음의 상태에서 어두운 구덩이로 빠지는 느낌이 들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이라 했는데 그렇다면 우리 아버님이 아비지옥에 가실 뻔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왜냐하면 평소에도 술을 많이 드시던 아버님은 내가 집안에 맏딸로써 도움이 되기는커녕 중이 되어버리자 거의 자포자기하시고 거의 매일 술을 드시고는 식구들을 괴롭히고 삼보를 비방했다. 나는 자신의 출가로 인하여 가족들이 고통 속에서 불행한 나날을 보내야하고 아버님이 악업을 끊임없이 짓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웠으나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나는 친척의 도움으로 어머니와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뉵네기도에 참석한 내용과 함께 아버님이 지옥에 갈 뻔한 것을 내가 기도에 참석한 공덕으로 돌아가시지 않고 그만한 것이고 죽은 후에 사십구재 잘 지내는 것보다 지금 아버님을 위해 기도를 해드리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평소에도 불심이 깊으신 어머니는 곧 통장으로 오십만원을 넣어주셨다.

  나는 오십만원을 비자카드로 인출하여 곧 네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남부지방에 계시는 죽첸린포체를 찾아뵈었다. 뉵네수행하는 동안에 가족에게 생긴 일을 말씀드리고 아버님이 아직도 병원에 입원하고 계시니 아버님께서 지옥에 갈 과보를 면하고 이 생에 업장이 녹아서 불심이 생겨나도록 가피를주십사고 말씀드렸다. 린포체께서는 별다른 기도를 하라는 말씀도 않으시고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셨다. 별로 신심이 없는 나의 표정을 보시더니 웃으시며 가방에서 매듭을 지어놓은 끈을 꺼내어 후후 입김을 몇 번 불어 넣으시더니 아버님께 보내드리라고 하셨다. 미심쩍은 마음으로 아버님을 위하여 아미타불상 조성과 사리탑공양 인등 공양등을 올리고는 타이페이에 있는 숙소로 밤차를 타고 돌아 왔다. 처소에 도착하자마자 피곤에 지쳐서 잠깐사이에 잠이 들었다. 꿈에 너무도 생생하게 내가 한국의 속가집으로 가는 도중에 있었다. 길목에서 아버님이 너무도 환한 미소를 띠고 나를 반겼다. 고지식한 시골 농부인 아버님은 내가 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소에 나에게는 거의 밝은 표정을 선사하신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 삼학년 때까지도 혹시 친아버지가 아닌가하고 의심을 일으키곤 했다. 그런 분이 꿈속에서 너무도 밝은 미소로 나를 반기며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버님이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어서 뵈러 왔노라하니 상처가 아문 듯한 얼굴에 난 갈색흉터를 보여 주시면서 다 나았으니 걱정 말고 대만으로 돌아가서 본인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오히려 격려를 하셨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시고 농사일을 많이 하신지라 얼굴빛이 검고 붉은 색 이셨는데 꿈 속에서는 갈색이 든 상처부위를 제외하고는 얼굴이 희고 빛나는 모습이었다. 어머니를 뵙고 가야겠다고 하니 어머니도 건강하시고 편안하시니 걱정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셔서 그냥 대만으로 돌아오다가 꿈에서 깨어났다. 꿈이 너무도 생생하여 속가로 전화를 했더니 수술결과가 좋아서 퇴원을 하시기로 했다 하셨다.

  그 이후로 뉵네 수행을 몇 번 더 참석하였는데 그 때마다 가족들이 가피를 입고 원수진 이들과의 원결이 풀리는 좋은 징조들이 있었다. 감사하게도 그 이후로 아버님은 내가 스님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친척들과 이웃에게 말씀하시게 되었고 집에 조그마한 불단을 마련하여 향과 다기물도 올리고 삼배도 드리며 공양드시기 전에는 반드시 합장하고 십념 나무아미타불하신 후 드시게 되었다.

  함께 뉵네수행에 참석한 서른 살쯤 되어보이는 유난히 얼굴이 희다고 느껴지는 해맑은 대만 청년이 있었다. 그는 이 수행을 거의 매달에 한번씩 하는 도량에서 스무 차례나 참석을 했다한다. 그는 원래 의사에게서 백혈병이라는 사형선고를 받고는 친구의 소개로 이 수행에 참석케 되었는데 수행을 마치고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니 백혈구의 숫자가 정상이 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이후로 신심이 나서 몇 번 더 참석을 하니 건강이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 그래서 이만하면 죽을 염려는 없겠다 싶어서 참석을 안했더니 다시 백혈구의 숫자에 이상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한달에 한 차례씩 꼭 뉵네수행에 동참을 하는 것이라고 대중에게 뉵네수행의 수승함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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