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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오 스님의 티베트 불교 강의 - 공양과 뉵네 수행

화이트타라
설오 스님의 티베트 불교 강의 - 공양과 뉵네 수행  

 

설오스님(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불교 수행中)

티베트불교의 공양


공양이란

부처님께서는 [대반야경(大般若經)]에서 “자비로 상수(上首)를 삼고 방편으로 구경을 삼는다”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은 자비를 으뜸으로 삼고 방편으로 일체 중생을 제도한다는 말과도 통하는 것이다.

티베트불교는 수승한 방편을 가지고 한 생에 성불할 수 있는 ‘즉신성불(卽身成佛)’ 을 주장하며, 성불을 위해 수행하는 과정에서 쉽고도 빠른 시일 내에 성취할 수 있도록 갖가지 방편을 만들어 놓았다. 또한 성취한 다음, 중생을 제도하고 이롭게 하는 데도 세세하고 많은 방편들을 중생의 근기에 맞게 효과적으로 제도할 수 있도록 활용하고 있다.

그 방편들 가운데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공양(供養)이다. 공양은 그 글자의 뜻처럼 ‘웃어른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의미만을 지닌 것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 바치는 것을 넘어서서, 내 육체를 수양(修養)하고 정신력을 함양(涵養)시키기 위해 올리는 것이다.
곧 공양이라는 단어 속에는 무엇인가를 바쳐서 ‘참 생명력을 기른다’는 뜻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공양은 불보살님이나 삼보 전에 올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와 같은 중생, 우리보다 못한 중생에게도 공양을 올려 ‘참 생명’을 일깨우고 ‘깨달음’을 이루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실로 티베트에는 이와 같은 공양의 방편이 매우 다양하다. 한 예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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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따시종 사원에서 대중스님들 모두가 의례적으로 1년에 한 번씩 거행하는 중요한 기도에 몇 번 참석한 적이 있다.
티베트 사원의 기도 때에는 음의 높낮이가 다른 각종 관악기와 타악기가 많이 사용되는데 대략 20여 가지가 넘는다. 악기 가운데 새벽의 여명을 타고 멀리 퍼지는 소라고동도 있는데, 그 소리는 마치 우리의 영혼을 히말라야 고원 만년설의 나라로 인도하는 듯 하다. 그런가 하면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잘링’, 사람 정강이뼈로 만든 탁하고 쉰소리를 내는 법구,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는 호각들도 쓰인다.

인스턴트 문화에 길들여진, 이른바 문명 국가에서 온 나는 번거로운 것은 피하고 편리하고 단순한 것에 길들여져 있었기에, 그러한 의식들이 번잡하고 조금은 과장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보다못한 나는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복잡한 의식 과정과 법구들이 동원되어야 합니까?”

그때 스님은 이렇게 설명해 주셨다.
“이 기도의 목적은 모든 불보살님과 호법신들에게 공양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육도에서 태란습화(胎卵濕化)로 태어난 각종 업생(業生)의 중생들이 이 기도 소리를 듣고 해탈을 얻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들어서 해탈을 얻을 수 있는 소리의 높낮이와 톤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종류의 법구를 사용하고 복잡한 의식을 베푸는 것이다.”

곧 눈이 열린 성취자들이 기도를 통해 중생들이 해탈을 얻을 수 있는 소리를 관한 다음, 듣거나 보기만 해도 즉시 해탈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이라는 말이다. 그 뒤 나는 번잡한 법구들의 소리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참된 공양의 의미가 그 속에 깃들어져 있음을 깊이 공감하면서...

실로 티베트에서는 시방세계에 계신 불보살님과 업이 다른 사생육도의 중생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의식들이 다양하다.
그들은 기도의식에서 주로 네 가지 종류의 공양을 올린다. 물론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보리가루와 버터를 섞어서 만든, 각종 모양의 돌마를 올리는 ‘돌마 공양’이다. 이것은 원래 인도에서 과자나 음식물로 올리던 것을, 티베트 사람들이 주식인 보리가루와 버터를 섞은 돌마를 사용하도록 현실에 맞게 바꾼 것이다.

이 외에도 물로 공양을 올리는 수공(水供)과 불에다 공양물을 태워 올리는 화공(火供), 그리고 연기로 공양을 올리는 연공(煙供) 등이 있다. 그리고 전문적인 수행의 한 방편으로 손꼽히는 만다라공양(曼茶羅供養)도 있다. 이제 이들 공양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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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水供)

티베트 사람들은 아침마다 부처님 앞에 정수(淨水)를 일곱 잔 내지 스물한 잔, 또는 그 이상을 올리면서 자신이 바칠 수 있는 많은 공양물을 관상하여 대신한다.

어떤 린포체는 정수를 올리면 우리의 청정심이 증장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맑은 물은 어디에나 흔하게 있기 때문에, 인색한 마음 없이 항상 풍족하게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로 많은 잔의 정수를 부처님 전에 매일 올리는 행위는 복덕을 쌓고, 청정한 자성심(自性心)을 찾게 하는 아주 수승한 방편이다.

티베트 사람들이 기도의식 속에서 물로 공양을 올리는 대표적인 신은 공덕을 쌓아주고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재신(財神)이다.
이 재신을 티베트 말로는 ‘잠바라’ 혹은 ‘남세’라 하는데, 우리 사찰의 수문장인 사천왕(四天王) 가운데 한 분인 비사문천이기도 하다.
전설에 의하면, 비사문천은 한때 마왕과 결투를 하다가 몸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그때 상처 입은 몸을 물에 담그자 편안함과 시원함을 느꼈기 때문에, 그 뒤부터 특히 물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티베트 사람들은 승려나 재가신도를 막론하고 모두 재신(財神)을 모신다. 왜냐하면 수행을 하든 세속의 삶을 영위하든, 재물은 복덕을 쌓을 수 있게 해주는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라마가 불사를 하는 데 재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세 분이나 되는 재신(財神)의 상을 물이 담긴 유리컵에 넣어 모신 것을 본 적이 있다. 이것은 수공(水供)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연공(煙供)

티베트 사람들은 달라이라마나 린포체들을 영접할 때 젖은 솔가지나 향나무 . 측백나무 가지를 꺾어 길 곳곳에 쌓아놓고 연기를 피운다. 마치 달라이라마나 린포체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기라도 하듯이....
그러나 그것은 신호가 아니고 연기공양의 일종이다. 대부분의 티베트 가정에서는 깡통의 아랫부분과 옆부분의 구멍을 뚫어, 연기를 피우는 향통을 들고 아침마다 집 주위를 흔들며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티베트 사람들의 의식 속에 아주 밀접하게 자리하고 있는 이 연기 공양은 주위 환경을 정화하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데 사용된다. 특히 수행을 하는 과정에서나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지은 허물을 정화시켜 준다고 하여 거의 매일 연기향을 피운다. 이 연공도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부처님 당시, 한 제자가 멀리에 계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였다. 그러나 먼 곳까지 갈 수가 없자, 생각 끝에 좋은 향내가 나는 향나무 가지를 많이 쌓아놓고 연기를 피워 공양을 하였다. 그러자 그 연기가 향기와 함께 부처님 전에까지 전달되었다.
나도 이와 비슷한 체험을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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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훌륭한 고승이셨던 독댄 암잠께서 열반한 후 첫 제삿날, 나는 옥상에서 생솔가지를 많이 쌓아놓고 연기로써 공양을 올렸다.
그런데 그때 신기하게도 연기가 용트림을 하듯이, 똘똘 뭉쳐서는 긴 용이 빠져나가듯이, 곧바로 암잠 큰스님의 영구를 모신 법당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광경을 보고 나를 비롯하여 함께 있던 모든 도반들이 감탄을 하여 크게 환희심을 내었다.

일반적으로 티베트 사원에서는 법당에서 대중들이 기도 의식을 행할 때 밖에서 연기공양을 올리는 것이 상례이다.


화공(火供)

한편 공양 의식 가운데 나와 가장 인연이 있고 수승하게 생각되는 것은 공양물을 전부 불에 태워서 올리는 화공(火供)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화공에 관련된 짧은 일화를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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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만에서 까루린포체를 모시고 뉵네수행에 참석하였을 때였다. 그때에도 반드시 기도 끝에는 화공(火供) 의식과 함께 천도재를 거행하였다.
의식단 주위에 음식물 . 향 . 기름 . 우유와 갖가지 약초등을 쌓아놓고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한 접시씩 불 속에 집어넣었다. 나도 활활 타는 불 속에 공양물을 붓고는 합장하고 돌아나왔다. 그때 나는 고소한 음식 냄새와 함께 활활 타는 불길이 두 어깨를 짓누르던 업장과 번뇌까지도 다 태워버리는 듯한 가벼움을 느꼈다.
그때뿐만이 아니다. 그 뒤 여러 번 화공에 참석할 때마다, 나는 이와 비슷한 감정을 체험하곤 하였다.

“화공은 우리의 인색한 마음을 자비심으로 대치하기 위해 생겨난 수행법이다.”
누군가가 내게 일러주었던 이 말처럼, 화공은 불 속에 모든 공양물을 태워 올림으로써 가슴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던 한가닥 남은 인색함마저 남김없이 태워없앤다는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티베트 사원에서는 기도회향을 하기 전에 동서남북 사방에 단을 차려놓고 화공을 한다. 사방을 지켜 주신 호법신장들과 불보살님께 음식을 태우는 향으로써 감사의 공양을 올리는 의식이다.
이때 신도들은 악업을 소멸해 달라는 의미로 검은 깨를, 선업이 증장되라는 의미로 흰 깨나 보리가루 . 우유 등을, 사업이 번창하게 해달라는 의미로 버터나 기름 등을 불에 넣어 올린다. 또한 아픈 사람의 병을 낫게 해달라는 의미로 각종 약초도 불에 넣어 공양한다.
티베트 사람들의 화공의식은 화장을 할 때에도 적용되는데, 그 예로 독댄 암잠의 다비식 때의 광경을 들려드릴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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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댄 암잠의 다비장에서 티베트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들었던 향과 흰 ‘카다(티베트 인들이 예불 때 사용하는 명주 천)’를 암잠의 영구에 올리고, 머리를 운구차에 대며 한 사람씩 작별을 고하였다. 이어 영구는 쌓아놓은 장작더미 위에 올려졌다. 그와 동시에 라마들은 각종 공양물을 앞에 차려놓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화공의식은 매우 진지하게 약 3시간에 걸쳐서 행하여졌고, 암잠 큰스님의 영구는 공양물과 함께 활활 타올라 시방에 계신 불보살님께 올려졌다.
그리고 라마들에 의해, ‘불보살님께서 거룩한 공양을 받으시고 망자의 남은 업장이 완전히 다 소멸되도록 가피를 내려 달라’는 내용의 관상과 기도가 진행되었다. 그런 뒤 마지막으로 모든 공덕을 망자와 시방법계에 가득한 중생들의 성불을 위해 회향하며 다비식은 끝을 맺었다.


만다라공양

이제 만다라공양에 대해 살펴보자.
밀교에서는 모든 부처님과 보살 등 성중들이 모여 있는 곳을 만다라(曼茶羅)라고 일컫는다. 그래서 거룩한 성현들에게 모든 값지고 귀한 것을 공양 올리는 것을 만다라공양이라고 한다.

사가행(四加行 : 네 가지 기초수행이라는 뜻으로, 오체투지 . 금강살타수행 . 만다라공양 . 구루요가 등을 가리킴) 가운데 세 번째 단계가 스승과 불보살님들께 공양을 올리는 만다라공양이다.
이 만다라공양의 방법과 순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먼저 지름이 6인치 가량 되는 청동으로 된 둥근 만다라 판(板)을 앞에 놓는다. 그 판은 마치 쟁반을 뒤집어놓은 것과 같은 모양인데, 그 판을 자신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② 자신의 오른팔에 지혜의 맥이 흐르고 있다고 관상하며 팔뚝을 세 번 만다라 판에 문지른다. 그것은 지혜에 의해 깨달음을 가로막는 탐 . 진 . 치 삼독의 번뇌를 없애는 것을 상징한다.

③ 다음으로 ‘옴 벤자 부미아 훔’이라는 황금의 땅을 만드는 진언을 염송하며, 물을 들인 쌀이나 보리 등을 만다라판에 섞어 놓으면서 수미산(須彌山) . 4대부주(四大部州) . 8대소주(八大小州) 등을 관상하며 수놓는다.

황금의 땅은 번뇌가 없는 순수한 지혜를 뜻하며, 쌀이나 보리는 이 법계에 있는 모든 진귀한 보배와 음식물 등의 대체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로 금이나 은 . 진주 . 옥 등도 섞어 사용한다. 곧 그러한 보배들을 시방에 계신 불보살님들께 공양을 올린다고 관상하며 정성스럽게 놓는 것이다.

관상하는 공양물 가운데는 칠정보(七政寶), 곧 나라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금륜(金輪) . 현명한 황후 . 신하 . 하녀 . 코끼리 . 말 . 보석 등의 7가지 보물과 팔길상(八吉祥)인 일산(日傘 : 햇빛 가리개) . 쌍어(雙魚) . 보병 . 연꽃 . 법라(法螺 : 고동이 왼쪽으로 돌아간 소라) . 길상결(吉祥結 : 길상한 매듭) . 당(幢 : 법당을 장엄할 때 쓰는 비단) . 법륜(法輪)도 포함된다.
또한 여섯 명의 공양녀가 옆에서 발 씻는 물 . 마시는 물 . 꽃 . 향 . 등 . 향수 . 음식물 . 음악 등 8가지를 올리고 있다고 관상한다.

④ 그리고 나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도를 올린다.
“시방의 모든 불보살님들께 이 공양을 올리오니, 이 공덕으로 저를 비롯한 모든 생명들에게 가피를 내려 주십시오.”

⑤ 마지막으로 정성스럽게 수놓은 만다라를 강물에 띄워 없애 버린다. 이것은 연기성공(緣起成空), 곧 법계의 모든 것은 연기(緣起)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본성은 공(空)한 것이라는 진리를 상징한다.

만다라공양은 궁극적으로 공양을 올리는 의식과 관상의 힘을 통하여 빠른 시일 내에 복덕자량을 쌓고자 하는 방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10만 번 정도 시행할 것을 강조한다.

만다라공양 . 수공 . 연공 . 화공 .... 이러한 공양들은 자량(資糧)을 기르기 위한 수행방편이다. 곧 자량(資糧)은 먼길을 떠나는 여행자가 준비해야 하는 노자돈이나 식량에 비유할 수 있다. 성불의 길을 가려면 복덕자량(福德資糧)과 지혜자량(智慧資糧)이 구족되어야 한다.

보시 . 지계 . 인욕 . 정진 등을 통해 유루(有漏)의 복을 짓는 행위는 복덕자량을 쌓는 것이고, 수행을 통해 선정과 지혜를 닦는 것은 지혜자량을 쌓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복덕자량을 양초에 비유한다면 지혜자량은 양초 위에 당겨진 불꽃이라 할 수 있다. 불꽃이 밝고 오랫동안 빛나려면 충분한 양의 양초가 마련되어야 하듯, 수행자가 성불을 위해 정진을 길을 가려면 오랫동안 타오를 수 있는 양초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장애가 없는 수행의 길을 위하여 티베트 사람들은 복덕자량을 쌓는 행위를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보름달이 뜨는 날에 보시를 하고 수행을 하면 그 공덕이 만 배 이상 커진다 하여 보름날은 학교와 일터를 쉬면서 선행을 하거나, 거지 등 가난한 사람이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많은 보시행을 한다.
우리 불교계에도 공양을 통하여 자량을 기르는 수행방편들이 잘 정립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뉵네 수행

내가 경험한 티베트불교 수행 가운데 어떤 수행이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이냐고 묻는다면, 제일 먼저 뉵네수행을 소개하고 싶다.

티베트 어로 ‘뉵네’란 ‘뉵네샘’의 줄임말로, ‘불성자리에 안주한다’는 뜻이다. 곧 평소에 번뇌와 상응하던 신구의(身口意) 삼문(三門)을 거둬들여 본래의 청정무구한 자성자리인 깨달음의 상태와 상응케 한다는 의미이다.

티베트 사원에서는 새해를 맞이한 정월 대보름을 기점으로 하여 세 차례 이 수행을 하는데, 한 차례에 2박 3일 정도 걸린다.
그들은 먼저 팔관재계(八關齋戒)를 받고 절에서 숙식을 함께 한다. 팔관재계는 재가의 불교 신도로 하여금 일정 기간 동안 출가한 스님네와 같이 청정행을 닦게 한다는 데 그 본의가 있으며, 8계는 다음과 같다.

① 살생을 하지 마라(不殺生)
② 훔치지 말라(不偸盜)
③ 음행하지 말라(不淫)
④ 거짓말하지 말라(不妄語)
⑤ 술 먹지 말라(不飮酒)
⑥ 꽃다발 쓰고 향을 지니거나 몸에 바르지 말려, 노래하고 춤추는 데 가서 구경하거나 듣지 말라(不着香華鬘不香塗身 不自歌舞倡伎不往觀聽)
⑦ 높고 넓고 크게 꾸민 평상에 앉지 말라(不作高廣大床)
⑧ 때 아닌 때에 먹지 말라(不非時食)

이때만큼은 오후에 음식을 먹지 않고 여덟 가지 계율을 청정히 지키면서, 절하고 만트라를 하는 것 외에 일절 잡담과 세간의 잡사를 금한다.

첫날은 점심을 주고, 저녁에는 우유 등 마실 것만을 준다. 그리고 그 시간 이후 하루를 꼬박 지내고 다음날 아침까지 일체 음식은 물론 물도 입에 대어서는 안된다.
그리고는 묵언을 하면서 대중이 함께 천수천안관세음보살님께 기도를 드린다. 기도는 ‘신묘장구대다라니’와 ‘옴 마니 반메 훔’ 만트라를 위주로 하는데, 천수관음을 찬탄하면서 오체투지를 하는 것이 많이 들어 있다.

36시간 동안 밥은 물론 물도 먹지 않는데다가 대중과 함께 오체투지를 하기 때문에 위장은 비어 열이 나고 입은 무척 마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지막날 밤에는 입술이 새까맣게 타고 혈색이 창백해진다.

주문을 외우는 것 외에는 묵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로 입을 열어 말을 해서는 안된다. 만약 그 가운데 누군가 견디기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기라도 한다면 대부분은 쓰러져 버릴 지경이다. 다행히 말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묵묵히 참고 견디는 것이다.

정초에 많은 티베트 사람들은 라마들과 함께 이 수행에 동참하는데 청정한 마음으로 이 뉵네수행을 열두 차례 참석하면 초지보살[初地菩薩 : 성불하기 전에 거치는 보살의 열두 가지 지위 가운데 하나로, 환희지(歡喜地)라고도 한다. 이 경지에 오르면 언제나 환희로움이 가득하다]의 지위에 오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연달아 세 차례를 다 참석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가족이 번갈아가며 교대로 참석한다. 이제 뉵네수행의 가피력에 얽힌 두 편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이번 호의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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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겨울, 나는 대만에서 죽첸린포체(현재 둑파 까규파의 최고 수장인 법왕. 북인도에 있는 다질링에 본사가 있고, 유럽 쪽에 많은 제자들이 있으며 대만에도 그가 세운 밀종 도량이 여러 곳에 있음)가 주관하는 뉵네수행에 처음 참석하였다. 그때는 뉵네의 의미도 모르고 누군가 ‘삼악도의 과보를 앞당겨 받는 고통스런 수행’이라고 하는 말만을 들었던 터였다.
일찍이 보현보살도 허공을 덮고도 남을 업장이 있다 하셨는데, ‘나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지은 업장이 좀 많을까’ 싶어 약간은 호기심 어린 기분으로 참석하였다.

법왕이라 불리우는 린포체가 직접 이끄는 기도는 엄중하고 가피가 충만된 듯하였지만, 마지막날 밤이 되자 모두들 입술 부위가 새까맣게 타고 얼굴이 창백한 탈진상태가 되었다.
회향하는 날에는 새벽 2시에 일어나 3시간 동안 기도를 하고, 금식과 묵언을 트는 의미의 감로수를 받아 마시게 되었다. 그때 그 한 방울의 감로수가 얼마나 달고 감사하던지....

마지막날 밤이었다.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머리는 너무 맑아 거의 잠이 오지를 않았다. 그런데 비몽사몽간에 누군가가 삼악도의 과보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말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세계지도가 눈앞에 펼쳐지는가 싶더니 우리나라 지도와 함께 아비지옥이라는 글씨가 나타났고, 잠시 후 속가의 아버님이 나타나셔서 ‘삼보를 비방하고 살아 있는 생명의 생살을 많이 먹어서 받게 되는 아비지옥의 과보’에 대해 말씀하셨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려 하니 그러한 정경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꿈에서 깨어나자 갑자기 부모님 소식이 궁금해지면서 불안해졌다. 기도를 마치고 처소로 돌아와 한국으로 전화를 몇 차례 하였으나 집에는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가까운 친척집으로 전화를 걸자, 친척분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느냐”며, 아버님이 이틀 전 밤중에 귀가를 하시다가 공사중인 맨홀에 빠져 얼굴에 심한 상처가 나서 입원중이시라 하였다.

티베트불교에서는 중음의 상태에서 어두운 구덩이로 빠지는 느낌이 들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아버님께서 아비지옥에 가실 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왜냐하면 평소에도 술을 많이 드셨던 아버님은 집안의 맏딸인 내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출가해 버리자 크게 실망하시고 매일같이 술을 드셨다. 그리고는 식구들을 괴롭히고 삼보를 비방하였다. 나는 자신의 출가로 인하여 가족들이 고통 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하고, 아버님이 악업을 끊임없이 짓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웠으나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가까스로 친척의 도움으로 어머니와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님, 제가 뉵네 기도에 참석한 공덕으로, 아버님께서 돌아가시지 않고 그만했던 것 같습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후에 49재를 잘 지내드리는 것보다 지금 기도를 해드리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평소에도 불심이 깊으신 어머니는 곧 통장으로 50만 원을 넣어 주셨다. 나는 50만 원을 비자카드로 인출하여, 4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남부 지방에 계시는 죽첸린포체를 다시 찾아뵈었다.
“아버님이 아직도 병원에 입원하고 계십니다. 아버님께서 지옥에 가실 과보를 면하고, 이 생에서 업장을 녹여서 불심이 생겨나도록 가피를 내려 주십시오.”

린포체는 별다른 기도를 하라는 말씀도 않으시고 당신께서 ‘알아서 하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별로 미더워 하지 않는 나의 표정을 보더니, 웃으며 가방에서 매듭을 지어놓은 끈을 꺼내었다. 그리고는 그 매듭에 ‘후후’ 입김을 몇 번 불어넣더니 아버님께 보내드리라고 하였다.
나는 약간은 미심쩍은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아버님을 위하여 아미타불상 조성과 사리탑 조성 불사에 동참하고 인등 공양 등을 올리고는 타이페이에 있는 숙소로 밤차를 타고 돌아왔다.

처소에 도착하자마자 피곤에 지쳐 잠깐 사이에 잠이 들었는데, 꿈에 너무도 생생하게 내가 한국의 속가집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버님은 길목에서 아주 환한 미소를 띠고 나를 반기셨다.

고지식한 시골농부인 아버님은 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소에 나에게는 거의 밝은 표정을 선사하신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도 혹시 친아버지가 아닌가 하고 의심을 일으키곤 하였다. 그런 아버님께서 꿈에 나타나 너무도 밝은 미소로 나를 반기며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어보시는 것이었다.

“아버님께서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어 뵈러 왔습니다.”
그러자 아버님은 상처가 아문 듯한 얼굴에 난 갈색 흉터를 보이시며 오히려 격려를 해주셨다.
“이제 다 나았으니 걱정하지 말고 대만으로 돌아가 공부나 열심히 하여라.”
평소에 술을 좋아하시고 농사일을 많이 하신지라 얼굴빛이 검고 붉으셨는데, 꿈속에서의 얼굴은 갈색 상처 부위를 제외하고는 희고 빛나는 모습이었다. 나는 약간은 아쉬운 마음에 말씀드렸다.
“그러면 어머님이라도 뵙고 가겠습니다.”
“네 어머니도 건강하고 편안하게 잘 있으니 돌아가서 공부나 열심히 해라.”
그래서 나는 그냥 대만으로 발길을 돌리던 중 꿈에서 깨어났다.

꿈이 너무도 생생하여 곧장 속가로 전화를 하였더니, 아버님의 수술 결과가 좋아 조만간 퇴원을 하실것이라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 이후 뉵네수행을 몇 번 더 참석하였는데, 그때마다 가족들이 가피를 입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들과의 원결이 풀리는 등 좋은 징조들이 많았다.

그 뒤 감사하게도 아버님은 내가 스님이라는 것을 친척과 이웃들에게 자랑스럽게 말씀하시게 되었다. 그리고 집에 조그마한 불단을 마련하여 향과 다기물도 올리고 삼배도 드리시는가 하면, 식사 때에는 반드시 합장하고 나무아미타불을 10번 하신후에 드셨으니, 이 얼마나 큰 뉵네수행의 가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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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뉵네수행에 함께 참여했었던 한 대만 청년은 30세쯤 돼 보이는 유난히 얼굴이 희고 해맑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의사로부터 백혈병이라는 난치병 선고를 받은 병약한 몸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던중 그는 친구의 소개로 뉵네수행을 알게 되었고, 초인적인 의지로 스무 차례나 뉵네수행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나서 그는 병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검진을 하여 보니, 백혈구의 숫자가 정상이 되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그는 신심이 샘솟아 몇 번 더 뉵네수행에 참여하였고, 마침내 건강은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그는 ‘이만하면 죽을 염려는 없겠다’ 싶어 더 이상 뉵네수행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자 백혈구 숫자에 차츰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 뒤 그는 지금까지 한 달에 한 차례씩 꼭 뉵네수행에 동참하고 있고, 대중들에게 뉵네수행의 수승함을 증명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우리 나라 불교에서도 신라와 고려 시대에는 팔관재계를 즐겨 닦았다. 이러한 티베트의 뉵네수행과 같이, 우리 나라도 팔관재계를 다시 부활하여 그 기간 동안 용맹심으로 기도를 한다면 가피가 무한할 것을....

글을 마무리하면서 감히 수승한 행법의 부활을 기대해 본다.


▶ 출처 문헌

- 월간『법공양』 254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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