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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달라이 라마 보좌하는 청전스님 - 6 (끝)

화이트타라
20년째 달라이 라마 보좌하는 청전스님 “나는 전생에 신라, 중국, 인도의 고승… 존자님 모시는 건 운명” ▼ 종종 티베트 스님들을 초청해 불자들에게 마정수기(摩頂授記)를 해주는 법회가 열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의식인데요. “마정수기는 원래 부처나 보살이 ‘그대는 미래에 뭐가 되리라’고 예언하면서 제자의 정수리를 어루만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티베트에는 큰스님들이 제자나 신도들의 머리를 만져주는 의식이 있어요. 이것은 마정수기가 아니라 일상생활 속의 축복의식일 뿐입니다. 이게 한국에서 마정수기로 둔갑한 겁니다. 티베트 스님들은 영문을 모르고 한국의 초청자가 시키는 대로 하는데, 초청자들은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거죠. 티베트 망명정부에서도 이것이 문제가 돼 해당 스님들에게 출국금지령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 티베트 불교에서도 폐단이 나타나는 것 같군요. “제가 처음 갔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어요. 가령 달라이 라마뿐 아니라 큰스님이 법문을 하면 다람살라 주민들은 100% 와서 경청했는데 지금은 안 그래요. 달라이 라마가 법회를 한다 해도 장사를 하려 해요. 돈이 그들의 법이 되어버렸어요. 스님들도 세속화했습니다. 특히 한국을 다녀간 스님들은 80∼90%가 돈 때문에 환속합니다. 지금 티베트 불교는 과도기에 있다고 봅니다.” 달라이 라마가 거주하는 다람살라는 북부 인도 히말라야 설산자락에 있다. 해발 1800m의 고산지대인 이곳에 달라이 라마궁(宮)을 비롯해 티베트 절, 연구소 등이 있는데, 예전엔 작은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이 라마를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면서 작은 도시를 이루고 있다. ▼ 다람살라가 관광지처럼 되면서 가게도 많이 들어섰죠?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여관도 무수히 늘었고, 옛날엔 없던 극장이 지금은 4개나 있어요. ‘때 묻은 종이보다는 하얀 백지를 물들이가 쉽다’는 말이 맞아요.” ▼ 탄트라 실습장도 있다고 하던데요. “탄트라라는 게 으슥한 곳에서 남녀가 할 짓 다하며 수행하는 게 아닙니다. 의식이 씨줄과 날줄처럼 끊임없이 이어져 깨어있는 것이 바로 탄트라입니다. 옛날 힌두교 수행 계파의 하나였는데, 티베트 불교에 유입됐죠. 그걸 라즈니쉬가 서양에 알렸는데, 그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었나 봅니다. 막말로 남녀가 음습한 곳에서 프리섹스를 하는 게 수행이라니 얼마나 멋있어 보였겠어요. 탄트라 수행의 본질이 왜곡되면서 장삿속으로 탄트라 실습장이란 것까지 생겼더라고요. 종교가 완전히 퇴폐상품화한 거죠.” ▼ 다람살라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보통 여름엔 라다크로 갑니다. 그곳 오지 사람들에게 약품 보청기 돋보기 등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을 보시하고 옵니다. 겨울은 길고 추워서 절에 있고요.” 티베트식 전체투지 108拜 ▼ 다람살라에 있을 때는 보통 일과를 어떻게 보냅니까. “새벽 4시면 기상해 밤 10시에 잠자리에 듭니다. 일어나면 간단하게 예불을 드린 뒤 불단에 차를 올리고 저도 한 잔 마시고는 한 시간 정도 정좌를 합니다. 그리고 촛불을 켜고 향을 사른 뒤 티베트식 전체투지(全體投地)로 108배를 합니다. 그 후 불경을 읽고 우리나라의 미숫가루 비슷한 짬빠로 아침 공양을 합니다. 아침 시간엔 명상을 하거나 산책을 하고요. 자기 시간을 갖기 위해 외출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시간은 오후 2시 이후로 미룹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한 번 전체투지로 108배를 드리고요. 하루를 사는 게 복잡한 것 같지만 노는 것과 마찬가지죠. 저는 부처님 제자니까 노는 데 세 가지 원칙이 있어요. 인간이 살다보면 책이나 돈, 물건 같은 게 자꾸 생기잖아요. 그걸 모두 필요한 사람에게 줘버리는 거예요. 보시하면서 노는 거죠. 또한 부처님 제자로서 어긋난 일을 하면 안 되니까 계율을 지키면서 놀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정(禪定)을 지키며 놀아요.” ▼ 엄격한 계율이 오히려 수행을 방해할 수도 있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계율만큼 사람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도 없어요. 비구계에 계율이 256개 있는데 중국에선 ‘별해탈계(別解脫戒·낱낱이 자유롭게 해주는 계율)’이라고 합니다. 최고의 절대 자유가 해탈이에요. 부처님 제자는 256개의 계율 안에서 자유로운 것이죠. 256개의 계율 외에도 제가 스스로 세운 계율이 있습니다. 한 끼 식단은 3찬을 넘지 않는다, 이유 없는 외식은 하지 않는다, 목적 없이 나가지 않는다 등인데, 그걸 지키는 것도 삶의 기쁨이에요. 또한 식사나 청소, 빨래 등은 스스로 해결합니다. 돈만 주면 대신 해줄 사람을 살 수도 있지만 전 비구예요. 비구는 사람을 부리는 것은 물론 애완동물도 키우면 안 됩니다. 아무것도 소유하면 안 되니까요. 그런데 한국 불교는 흔히 공부가 되면 계행을 놓아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원래 공부가 되면 될 수록, 수행이 되면 될수록 계행이 더 철저해지는 법입니다.” ▼ 언제까지 달라이 라마 옆에 머물 계획인가요. “이젠 라다크 방문 횟수를 줄일 생각입니다. 제가 직접 보시하러 가지 않고 그곳 사람들을 불러 필요한 의약품 등을 가져가게 하면 되니까요. 다람살라에 머무는 시간도 줄이고, 대신 명상시간을 더 많이 가지고 싶어요. 그리고 수행을 더 한 뒤에 그동안의 수행기를 글로 남기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비가 그쳤다. ‘달라이 라마와 함께 지낸 20년’을 출간한 출판사 사장에게 판매부수를 묻자 “5000부쯤 나갔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기대처럼 많이 팔리지는 않은 것 같다. 책 출간 시점을 스님이 한국에 온 지금으로 늦췄으면 판매가 조금은 더 늘었을 것 같다고 하자 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원래 지난해 6월에 달라이 라마가 방한할 계획이었어요. 거기에 맞춰 책을 준비했는데 정부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더라고요. 결국 책만 덩그러니 나왔죠. 그래도 책에는 달라이 라마의 신성과 인품이 청전 스님의 눈과 마음을 통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고백하건대, 기자도 이 책을 읽고 난 뒤 꼭 한 번 다람살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