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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불교의 의궤(儀軌: 의례 차제)

아남카라

인류가 종교적 행위를 시작한 원인은 외경(畏敬)의 대상(절대적 유일신에서부터 정령에 이르기까지)에 대한 두려움이나 언젠가는 소멸할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자기 인식과 맞물려 있으며, 인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인류는 군집을 이루어 자기 보존을 위한 공동의 체계를 만들고 자기 정체성(seif-identity)을 효과적으로 전승하기 위한 다양한 형식을 만들어 냈다. 한편 좀더 사색적이었던 유형의 인간은 단지 눈에 보이는 물리적 몸에 의지한 존재 의식으로부터 내적 혹은 사물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전환하기 시작했으며 인간의 속성과 현상계에 대한 속성을 하나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불완전하고 영원하지 않은 현상계의 본성을 이해하고 체험함으로써 본래의 자리(本性)를 찾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이 시기는 분명 자각의 시대였다.
자각의 시대에 인류가 발견했던 자기 완성의 프로그램을 재구(再構)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유산 가운데 하나는 의례였다. 의례는 마치 생물의 진화처럼, 형식화되기 시작하던 초기부터 종교적 완성의 의미를 담아왔으며 시간의 흐름과 함께 당대의 현실에 적응해 왔다. 그러므로 의례 형식에 담긴 의미를 읽고 실행하는 일은 각 종교가 가진 특정한 종교적 완성 체계를 이해하고 현재에 그 본래의 의미를 재구성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이렇게 선지자의 경험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체계화된 종교적 형식 가운데 하나가 종교 의례이다. 즉 종교 의례는 선지자의 완전(完全)에 대한 경험과 신도(信徒)를 인도하기 위한 효율적인 전승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종교 의례는 각각의 종교가 가지고 있는 자각의 체계를 재발견하여 자기 완성의 차원으로 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교 의례를 가지고 있는 종교 간의 공통 분모이기도 하다.

불교에서 수행이라는 형식(儀軌)으로 체계화되었으며, 가톨릭에서 신에 이르는 성사(聖事), 즉 전례(典例)로 체계화 된 의례(儀禮, ritual)는 ‘의식(儀式, rite)을 차리는 예법(禮法)’을 말하는데 가톨릭(Catholic)의 전례(典例, liturgia: 민중에 대한 봉사)나 불교의 의궤(儀軌: 의식의 作法이나 儀式書)에 해당하는 용어이다.

  티베트 불교의 의궤(儀軌: 의례 차제)


티베트 밀교(딴뜨라) 의식은 수행의 과정이면서 의례를 통한 전승 방식이기도 하다. 딴뜨라(tantra)는 밀교 수행 전통을 뜻하는 산스끄리뜨어 용어이다. 대부분의 딴뜨라(밀교 경전 또는 밀교 수행 전통)는 서로 다른 수행 방식을 체계화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딴뜨라를 대표하는 하나의 경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딴뜨라의 수행 체계에 맞는 경전과 전승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비록 수많은 딴뜨라의 전통이 있다고 하더라도 딴뜨라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구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딴뜨라를 전해준 성취자(Siddhi)들의 기본적인 가르침이 다른 것이 아니라, 번뇌(Klesha)와 업(Karma)으로 일어난(生起) 오대(五大)의 조건이 서로 다른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가르침의 내용과 전승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티베트 불교의 의례도 기본적인 구조로 도식화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티베트 불교의 기본적인 의례 절차를 만주고샤(Majugosha)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10)

“첫째 깨끗이 씻은 후 대승계(大乘戒)를 수지하고 복덕 자량을 청하여 예경 등을 행하며, 잘못된 행위를 정화하고 청정 계율을 따르며 진언(眞言: Matra)을 염송한다. 이것이 다섯 가지 예비 수습(修習: 닦고 익힘)이다.”

자수생기(自手生起)를 관(觀)하고 본존(本尊)11) 진언을 염송한 후 헌공과 찬탄하는 것이 근본 수습이다.

“회향(回向)하고 보궐(補闕: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며 두 가지 관정(灌頂: empowerment)을 받은 후 상황에 따라 존상(尊像)들께서 머무르거나 돌아가시기를 청하며 이 모든 것을 행한 후에 만다라(Mandala)를 정리한다. 이것이 다섯 가지 회향 수습이다.”

이 16가지 수습은 “십육수습(十六修習)”이라고 부르며 기본적인 구성은 예비 수습·근본 수습·회향 수습으로 되어 있다.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티베트 불교 딴뜨라의 가장 일반적인 구조를 담고 있는 끄리야(Kriya, 作部) 계열의 제7대 달라이 라마께서 제정한 성 천수천안 십일면 관세음보살 관정 입문 딴뜨라(원제: 聖 千手千眼 十一面 觀世音菩薩 뺄모傳統 幀畵 曼茶羅 略禮 入門輯)의 과목(科目)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12)

① 예비 수습: 귀의 발심-법계청사-법계기도문-찰나생기-칠지복덕자량(칠지작법: 頂禮支·供養支·懺悔支·隨喜支·勸請法支·所請住世支·回向支)-지계보유-지계다라니

② 근본 수습: 자수생기(절대본존·소리본존·글자 본존·색신본존·밀인본존·유상본존)-헌공찬탄-진언염송-환본 관상

③ 회향 수습: 보궐게-발원문-서원게-연화 법계 찬탄송

이 딴뜨라의 구조가 지닌 의미를 우리에게 익숙한 《대일경(大日經)》의 간단한 분석을 통해 정리해 볼 수 있다. 《대비로자나성불신변가지경(大毗盧遮那成佛神變加持經)》의 약칭인 《대일경》의 제1권 〈입진언문주심품(入眞言門住心品)〉에는 다음과 같이 말이 있다.13)

“비밀주여, 이와 같은 아분(我分)은 옛날부터 분별과 상응하여 순리적인 해탈을 희구한다. 비밀주여, 우동범부(愚童凡夫)와 같은 류(類)는 저 양(암수 羊)과 같아 언젠가 일법(一法)의 상(想)이 생할 때가 있다. 말하자면 지제(持齊)이다. 그 소분(小分)을 사유하여 환희를 일으켜서 하나 하나 수습해야 한다.”

여기서 읽을 수 있는 ‘재(齊)’는 유상(有相)의 훈련을 통해 본존의 성스러운 속성을 하나씩 일으켜, 궁극에는 본존 그 자체가 되기 위하여 먼저 해야할 것이 상을 일으키는 것인데 이것은 재를 지키고 지닌다는 의미이다. 이 단계는 정화의 단계로 딴뜨라 예비 수행 단계의 핵심이다. 계속해서,

“비밀주여, 이것이 처음 종자의 선업(善業)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을 가지고 인(因)으로 하여 육재일(六齊日)에 부모·남녀·친척에게 베풀면 이것이 제2의 아종(芽種)이다. 또한 이 보시를 가지고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베풀면 이것이 제3의 아종이다. … 또 다시 비밀주여, 그 계(戒)를 호지(護持)하여 하늘에 생하는 것은 제7의 수용종자(受用種子)이다.”

여기서 계를 호지 하는 것은 ‘재(齊)’의 힘을 통하여 선업이 발생하고 여섯 가지의 보시행으로 탐·진·치 삼독의 장애를 극복하여 계를 지킬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성숙해 간다는 말이다. 정화의 힘을 통해 마치 식물의 열매가 여물어 가듯 계행(戒行)의 생명력을 부여 받기 때문에 하늘에 생(生)하는 씨앗인 수용종자인 것이다. 또,

“그 말한 바에 따라 훌륭하게 안주해서 해탈을 구하면 혜(慧)를 생하는 데 소위 상(常)·무상(無常)·공(空)이다. 이와 같은 말을 따른다면 비밀주여, 그 ‘공’과 ‘비공(非空)’을 알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상(常)과 단(斷)이다. 그는 열반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공’을 요지(了知)하여 단과 상을 떠나야 한다.”

계행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면 본래의 것이 없음을 인식하고 이를 ‘공’한 것으로 알게 된다. 그러나 공을 단지 이해만 하는 수준에서는 다시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머물러 ‘진공(眞空)’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과 상의 오류를 계속해서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놓고 바로 공성(空性)과 결합하여 체득하면 그때 비로서 ‘공’을 체득한 것이다. 그래서,

“또 다시 비밀주여, 영(影)의 예를 가지고 진언의 실지(悉地, Siddhi)를 잘 발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얼굴은 거울에 의해서 얼굴 모습이 나타나는 것과 같이 그 진언의 실지도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이미 ‘공’을 체득한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가현(假現)된 것임을 알 뿐만 아니라 심상(心想)의 힘을 공고(功高)히 하여 물질적인 모습과 정신적 모습이 똑같이 자유로워 걸림이 없어지고 마침내는 정광명(淨光明)이나 무지개 몸(Rainbow-body) 또는 마하무드라(Mahamudra)와 둘이 아닌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는 원만차제(圓滿次第)14)에 의한 대 합일의 경지를 완수하는 것으로 결국 모든 중생을 위해 회향할 수 있는 존재로 변한다는 등식이 성립되는 딴드라 수행의 근본 원리이다. 이를 다시 정리해 보면, 정화-지계-체공-발현-합일-회향으로 도식화할 수 있다. 이 도식은 티베트 불교의 의례가 단순한 종교 의식(儀式)의 조합이 아닌 수행의 정교한 체계임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실제 딴뜨라의 의례의 구조도 이러한 도식을 바탕으로 짜여져 있다.

《대일경》은 또한 〈입만다라구연진언품(入漫茶羅具緣眞言品)〉의 대지(大地) 수습에서부터 〈공양차제법중진언행학처품(供養次第法中眞言行學處品)〉·〈증익수호청정행품(增益守護淸淨行品)〉·〈공양의식품(供養儀式品)〉·〈지송법칙품(持誦法則品)〉을 잘 구성해 놓은 듯한 예비 수습과 근본 수습의 차제(순서)들 그리고 〈진언사업품(眞言事業品)〉의 회향 수습에 이르기까지 형식적인 면에서도 딴뜨라의 기본 구조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것처럼, 가톨릭과 티베트 불교는 각각의 가르침을 전승하기 위한 정교한 체계를 가지고 있고, 의례라는 형식을 통해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