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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욕망 버리고 雪山으로 가자 - 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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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세기 티베트의 성자 밀라레빠일곱살에 아버지가 죽은 후 백부가 그 재산을 강탈하자 흑마술로 친척을 몰살시킵니다. 이를 깊이 뉘우치고 38세의 나이에 희말라야로 떠납니다. 8년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죽어 뼈만 남기고 있었고 누이동생은 거지가 돼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뼈로 베개를 만들어 누워 그는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부릅니다.

    '누이여, 세속의 욕망으로 괴로워 하는 자여
    내 노래를 들으라
    둘러쳐진 천막 위에는 황금의 첨탑
    아래로는 우아한 중국 비단이 드리워졌네
    나 또한 이것들을 손으로 넣을수 있었다
    그러나 이건 모두 세속적 욕망이어서 나는 도망하였다
    누이여 너 또한 모든 욕망 버리고
    희말라야로 가자
    나와 함께 눈 쌓인 희말라야로 가자.'

    밀라레빠는 이처럼 황금의 첨탑과 중국 비단의 물질 뿐만 아니라 감각적 즐거움을 위한 종교적 향연과 여성 신자를 유혹하는 구성진 가락의 찬송가와 같은 명예, 장엄한 성과 날아오를 듯한 탑과 드넓고 기름진 땅의 부귀, 무기를 든 눈부신 병사와 적을 쳐부수는 강렬한 정열의 권력, 그 모든 세속적 욕망을 버리고 함께 눈쌓인 희말라야로 가자고 노래 하면서 다음과 같이 끝을 맺고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구나
    내게는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누이여
    너 또한 탄생과 죽음의 바퀴에서 벋어나고자 한다면
    세속의 욕망 모두 버리고 희말라야로 가자
    눈쌓린 희말라야로 가자.'

    밀라리빠가 세속의 욕망을 모두 버리고 눈쌓인 희말라야로 가자고 노래했던 것은 자신을 천년이나 앞서온 석가(釋迦)를 비유한 것입니다.

    인류의 큰 스승 석가모니는 2천5백년전 이처럼 눈덮인 희말라야 산 기슭의 카필라성에서 태어났습니다. 생후 7일만에 어머니를 여읜 석가는 태어났을 때 한 선인으로 부터 "집에 있어 왕위를 계승하면 전세계를 통일하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며 만약 출가하면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생로병사의 고통을 직시한 후 석가는 스물아홉의 나이에 전세계를 지배하는, 보장된 미래의 왕궁과 가족들을 버리고 강물에 얼굴을 씻고 칼을 뽑아 치렁치렁한 머리를 손수 자른 후 희말라야의 산으로 들어 갑니다. 6년에 이르는 설산에서의 고행과 수행 끝에 마침내 깨달음을 이뤄 부처가 된 석가는 이로부터 고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중생들에게 '해탈의 길'을 설법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를 '길을 가리키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부처는 인간에게 '부처가 되는 길'을 가르쳐주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부처 그 자체'임을 가르쳐 주기 위해 오신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그 스스로가 부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망과 어리석음의 불길로 인간은 지옥의 불 속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석가는 이것을 슬퍼 하셨습니다. 어리석은 우리들이 너무나 가엾어 석가는 8만의 법문을 토해내셨습니다. 그러나 그 8만의 사자후도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것에는 미치지 못함을 아신 석가는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고 말씀하시고는 이렇게 최후의 유언을 남기십니다.

    "모든 것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라." 이같은 위대한 석가의 불(佛)은 마침내 372년 해동의 우리나라에도 흘러들어와 이로부터 2천년 가까이 우리 민족의 핏속에 원형질로 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큰 스승 석가의 가르침, 8만의 설법은 해인사 장경각안에 보관되어 있을 뿐 아직 우리 마음의 창고속에는 하나도 보관돼 있지 않습니다. 보시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도(道)에 들어 바르게 살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베풀어 '된 사람'을 이루는 일에 있는 것이지 남보다 많은 물질과 남을 지배하는 권력을 누리는 '난 사람'이 되기 위함은 아닙니다.

    이제는 밀라레빠의 노래처럼 세속의 욕망을 모두 버리고 눈 덮인 히말라야로 갈 때입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 스승 석가의 뒤를 좇아 쾌락의 왕궁과 명예와 권력의 우상에서 스스로 뛰쳐나와 흐르는 강물에 얼굴을 씻고 칼을 뽑아 머리를 자를 때입니다.

    우리들의 인생이란 석가의 말씀처럼 덧없고 덧없으며 헛된 하나의 꿈에 불과한 것입니다. 일찍이 구한말의 선승 경허(鏡虛)는 노래 했습니다.

    세상과 청산이여 어느족이 옳은가
    봄볕 이르는 곳곳마다 꽃피지 않는 곳이 없구나
    世與靑山何者是,
    春光無處不開花

    경허의 이 선시야말로 진리입니다. 세속의 욕망을 벗어 버리기 위해 모두 실제로 눈 덮인 히말라야로 갈 수는 없습니다. 비록 몸은 세속에 살고 있지만 마음이 눈 덮인 히말라야의 청산을 향하고 있다면 우리 마음에는 봄볕 속에서 꽃이 피고 있을 것입니다. 김소월도 노래하지 않았습니까.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랫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14일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날. 이날을 맞아 우리들은 욕망의 바다에서 벗어나 눈 덮인 히말라야로 가야 합니다. 반짝이는 금모랫빛이 아름다운 해탈의 강변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 소설가 최인호 / 중앙일보(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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