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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의 파란하늘

박물관

 

여행을 가게 되는 여행지에는 그 동기에 따라 몇가지 종류가 있다.

가장 단순하게는 다른 곳에 가는 길이니 한번 들르게 되는 곳고,
그냥 가고 싶다는 정도의 애정을 품어서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가는 곳이 있고,
그리고 너무도 가고 싶던 곳이기에 그곳에 간다는 사실만으로 만족스러운 곳이 있다.

이유를 불문하고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가고 싶었고 무엇에라도 홀린 듯 이끌려 왔기 때문에
그 간절했던 꿈을 이룬 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으며  행여 기대했던 곳보다 실망해도 괜찮은 곳.

지금의 티벳이 그랬고,
동유럽으로 떠나게 한 눈부신 두브로브닉이 그랬고, 라틴아메리카를 꿈꾸게 한 쿠바가 그랬다.

 

 

 

내가 대학교 1학년때 첫 배낭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학구적인 것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피렌체, 베네치아 등 르네상스시대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그곳을 실제로 보고 싶다." 라는 매우  "수학여행"적인 열망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릴 적 "세계 불가사의" 같은 책 속에 나오는 이집트 피라미드의 사진을 보면서
내가 실제로 그 곳에 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처럼,
고3 때 유럽여행 가이드북을 틈틈이 읽을 때만 해도 
내가 실제로 베네치아의 성마르코 광장의 비둘기들 사이를 걸어다닐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치 못했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와서 "배낭여행"이라고 적힌 광고지를 보고 나서 인터넷을 찾아보고 나서야
그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렇게 첫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끝도 없는 환상을 가지고 떠났었던 첫 여행,

그리고 그후로 지중해, 동유럽 등등  몇 번의 여행들을 통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여행지로 선택한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정작 그곳에서 내가 기대한 것을 만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은 것에서 기대 이상의 것을 만날 가능성은 있을지 몰라도,
기대를  크게 한 곳에서 기대했던 것 만큼의 감흥을 느끼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풍선이 클수록 요란하게 터지는 법이고
반드시 본전을 뽑겠다며 한껏 욕심을 부리고 간 뷔페식당에서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절대 만족할 수 없는 것처럼.

그래서 여행을 하면서 기대했던 것에 대해서 실망하지 않는 방법도 익히게 되었다.

기대를 많이 하면 할 수록,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불안해진다.
그곳에 도착해서 느끼게 될 감흥이란 것은 절대 그동안 기대했던 것만큼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부풀어가는 기대 만큼이나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지게 된다.
그 커지는 불안감은 Feedback 되어서 기대감이 무한정 커지는 것을 억제하게 된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행을 하면 할 수록 나는 점점 무덤덤해졌으며,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게 되었고,
홈런을 노리지 않아야 홈런을 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원리처럼,
내가 가졌던 기대에 대한 보답을 바라기보다는 기대하지 않았던 사소한 것들에 감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티벳은 나에게 조금 특별한 여행지였다.

티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이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티벳의 새파란 하늘을 찍은 사진이었는지,
포탈라궁 사진이었는지  남쵸호수 사진이었는지.
가고 싶다는 열망의 역사란 대체로 언젠지 기억 안나는 뿌연 기억 속의 희미한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되는 법이고
여행을 떠나는 계기란,
그리고 그 목적지가 정해지는 방법이란,
이렇듯 대체로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다.
내가 지금 마다가스카르에 가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아차, 한 발 늦었다."

티벳의 상징 포탈라궁 바로 앞에는 중국의 오성홍기가 휘날리고 있고,
조캉 사원 앞에 바글거리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을 보며,
포탈라궁전과 마주보고 있는 현대식 백화점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나 뿐이 아니라, 많은 여행자들이 티벳에 와서 실망하고, 동시에 안타까워 했을 것.

 

그동안 비행기가 아니면 불편한 버스에서 고산병을 견디며 20시간을 달려가야 했던 라싸였지만
2006년 7월에 중국 본토와 티벳의 수도 라싸를 잇는 칭짱철도가 개통되면서
산소호흡기가 달린 최신 열차를 타고 편안하게 도착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오지"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곳이 되었고,
라싸의 주요 명소는 기념사진을 몹시 찍고 싶어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에게 점령당해 버렸다. 

그 뿐만 아니라
기차를 타고 오든, 버스를 타고 오든,
여행자들이 라싸에 와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조캉 사원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티벳인들의 모습이 아니라
넓은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과 현대식 건물, 은행과 백화점과 쇼핑센터 앞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한족들의 얼굴이다.

맥도날드가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티벳인들의 정신적 고향인 조캉사원 앞에는 중국 공안들이 쫙 깔렸으며,
티벳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젊은 라마승들은 거리에 앉아 불경을 외면서 구걸을 하고,
어설프게 "오체투지"를 하면서 사진을 찍혀 돈을 요구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 있고,
조캉 사원 앞에는 기도하는 티벳인들보다 더 많은 수의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다.

 

 

 

하지만 괜찮다.
워낙 와보고 싶던 곳이니까, 티벳에 왔다는 것에 만족할 뿐.
실망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걱정했던 것만큼의 큰 실망은 아니라서 다행"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브로브닉에서 느꼈던 것과 똑같은 생각이다.

티벳에는 티벳만의 분위기가 있었고, 그것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티벳의 거리에서는 티벳 특유의 냄새가 났고, 좋은 냄새는 아니었지만 서울의 냄새와는 달랐다.

 

 

 

 

그리고 티벳의 하늘은 "말도 안되게" 아름다웠다.
우리나라의 가을하늘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것은 티벳의 하늘을 보지 못한 사람들의 생각일 뿐,
빨려들어갈 것처럼 무서울 정도로 새파란 하늘과,
광고속의 카푸티노 거품처럼 손을 뻗어 떼어낼 수 있을 듯 입체적인 구름만으로도
티벳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출처 : 사진과 여행기

http://www.genij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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