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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사원... 영혼의 라싸, 티베트 세라사원과 드레풍

박물관
영혼의 라싸, 세라사원과 드레풍
 

 
 

티벳일기12: 영혼의 라싸, 세라사원과 드레풍

 


세라 응악파의 법당 입구. by yon\g-han

 

티벳에 간 이상 사원을 둘러보지 않고는 티벳을 느낄 수가 없다. 티벳에서 사원은 종교이기 이전에 모든 티벳인의 생활의 일부이다. 티벳의 심장인 조캉사원 말고도 라싸와 시가체 주변에는 티벳인들에게 특별한 성지로 여겨지는 사원들이 있다. 세라 사원과 드레풍 사원, 간덴 사원, 쌈예 사원, 타시룬포, 팔코르 사원 등이 그것이다. 라싸 북단에 위치한 세라 사원은 티벳 최대의 불교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5개의 교육기관에 7000여 명의 승려가 거주했던 거대한 사원은 현재 3개의 대학에 300여 명 정도의 승려만이 남았는데, 중국의 문화혁명기(1959년)를 거치면서 승려들의 숙소가 거의 파괴된 데다 달라이 라마가 인도의 다람살라로 망명할 당시 상당수의 승려가 길을 따라나섰기 때문이다.

 

세라사원 대법당(위)과 순례자들(아래). by yon\g-han

 

세라 사원은 1419년 총카파(1357~1419, 티벳불교의 중심세력인 겔룩파의 창시자) 제자인 사캬 예쉬가 세운 사원이다. 사원 안에는 대법당(촉첸)을 비롯해 세라 메, 세라 응악파, 세라 제 대학과 13개의 캉첸(승려 숙소)이 들어서 있다. 시계방향으로 사원을 돌다 보면 세 번째로 만나는 대학이 세라 제인데, 이 곳은 티벳에서 가장 유명한 교리문답 토론장이기도 하다. ‘최라’(Chora)로 불리는 교리문답(또는 선문답) 토론은 보통 오후 3시 30분부터 약 1시간 정도(일요일은 열리지 않는다) 열리며, 세라 제 앞마당 정원이 토론장 노릇을 한다. 승려들의 교리문답은 보통 1:1로 한 승려가 질문을 하면 곧바로 상대 승려가 그에 대한 답변을 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데,  때로 논쟁이 과격하고 급박해 이들이 토론하는 모양은 꼭 윽박지르고, 삿대질하고, 싸우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세라사원에서 오체투지(위)와 마니차를 돌리는 순례자(아래). by yon\g-han

 

이 때 승려들이 하는 특이한 행동이 하나 있다. 한손을 밑에 받치고 다른 한손을 높이 들어 힘껏 내리치는 손뼉치기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이는 이것이 윗손이 천당을 상징하고, 아랫손이 지옥을 상징하는 것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진리와 교리의 충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 재미있는 행동으로 인해 세라의 교리문답 시간은 오늘날 외국인에게 인기 있는 관광상품이 되었을 정도다. 이런 특이한 토론방식은 티벳불교 특유의 학습방법으로, 항상 상대방보다 더 우월한 교리와 철학을 지니기 위한 수행방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런 토론에서는 지적 순발력과 함께 상대방을 일거에 제압할 수 있는 논리도 필요했지만, 우습게도 상대방을 압도하는 목소리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었다.

 

세라사원 대법당 지붕의 장식들. by yon\g-han

 

최근 이 교리문답 시간이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자 세라사원과 드레풍사원 등에서는 최라 사진을 찍거나 구경하는 것에 따로 돈을 받고 있다. 사진을 찍으려면 최소한 70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세라사원 코라 순례길은 한 시간 남짓 걸린다. 탕카를 거는 벽과 암벽에 조각된 불상들을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코라를 돌다 보면, 조장터로 오르는 길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제 조장(鳥葬)은 철저하게 외국인의 관람과 취재를 금지하고 있다. 만일 조장을 촬영하다 중국 공안에게 걸리면 곧바로 티벳에서 추방당한다.

 

벽화에 그려진 법륜과 태극무늬. by yon\g-han

 

세계에서 가장 큰 사원, 드레풍

 

드레풍 사원에서 쵸르텐(불탑) 순례중인 노스님. by yon\g-han

 

세라 사원이 라싸 시내에 인접해 있는 반면, 드레풍 사원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터를 잡고 있다. 중국이 티벳을 점령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드레풍 사원은 1만여 명의 승려를 거느린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원이었다. 지금도 그 규모는 전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거주하는 승려의 수는 500여 명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드레풍 사원은 1416년 총카파의 제자 잠양 초제(Jamyang Choje)가 설립했다고 전해온다. 포탈라궁이 완성되기 전까지 드레풍 사원은 달라이 라마(2, 3, 4대)의 거처이자 실질적인 정치와 종교의 본당 노릇을 해온 중요한 곳이다. 사실 지금도 드레풍 사원의 규모는 사원이라기보다 하나의 소도시에 가깝다.

 

드레풍 사원과 멀리 보이는 라싸 외곽 풍경(위), 물통을 지고 간덴궁으로 오르는 비구니(아래). by yon\g-han

 

아침 일찍 사원에 들어간다 해도 저녁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구경이 끝날 정도이다. 이 곳의 길과 골목은 복잡한 미로처럼 얼켜 있어, 자칫 길을 잃기 십상이다. 교육기관 역할도 함께 수행했던 드레풍에는 간덴궁(달라이 라마가 거처하던 과거의 티벳행정부)과 대법당 외에도 응악파(탄트라를 연구하는 대학), 로세링, 고망, 데양 등 4개의 승가대학이 자리해 있다. 사원 내 길을 따라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면 첫 번째로 만나는 큰 건물이 간덴궁이고, 간덴궁 위쪽에 응악파 대학이 자리해 있으며, 응악파 오른쪽에 대법당이 자리해 있다. 나머지 3개 대학은 대법당 오른쪽 아래 몰려 있다.

 

간덴궁 입구(위), 로세링 대학의 최라(교리문답 토론의 장, 아래). by yon\g-han 

 

드레풍에서도 오후 3시가 되면 로세링 대학 최라에서 교리문답 토론의 장이 열린다. 세라사원의 최라보다 붐비지는 않지만, 토론의 열정만은 그에 못지 않다. 물론 이 곳의 최라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하고, 촬영을 하려면 70원, 비디오 촬영은 120원을 내야 한다. 만일 몰래 찍다가 걸릴 경우 물벼락을 맞고 쫒겨난다. 무엇보다 드레풍 사원은 라싸 시내의 사원들과 달리 붐비지 않는다는 것이 매력이다. 대법당 앞마당은 때때로 관광객이 아닌 염소와 양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미로형 골목에서도 길 잃은 양들을 만나는 것이 대수롭지 않다.

 

드레풍 사원의 대법당. by yon\g-han

대법당 앞의 높게 치솟은 룽다(와)와 대법당을 지나 사원을 내려가는 양떼들(아래). by yon\g-han

 

드레풍 사원의 코라는 세라 사원보다 훨씬 경사가 심하고, 그만큼 조망도 훌륭한 편이다. 암벽에 조각된 불상과 탕카를 걸어놓는 벽, 외떨어진 암자들도 코라 순례길에서 만날 수 있다. 라싸에서 드레풍까지는 미니버스가 운행(시내에서 택시로 20분, 택시요금 30원)하고 있지만, 사원까지 버스가 올라가지 않아 걸어서 30여 분이나 올라가야 한다. 당연히 내려오는 길도 대중교통이 없어 천상 걸어서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교통의 불편함은 드레풍 사원을 라사 시내의 사원들과 다른 적막한 분위기로 만들었고, 오히려 이런 점이 드레풍 사원의 매력이 되고 있다.

 

쵸르텐의 벽화 불상. by yon\g-han 

코라 순례길에서 만나는 암벽화(위)와 버터 그을음이 앉은 사원의 벽화(아래). by yon\g-han  

 

드레풍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나는 독일에서 왔다는 니콜라스를 만났다. 그는 1개월째 티벳에 머물며 여행하는 중이라고 한다. 보름에 걸쳐 카일라스를 다녀왔고, 구게왕국도 둘러보았다고 했다. 그는 보름 정도 더 티벳에 머물다 동경을 거쳐 서울에 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오래 전 한국에 온 적이 있는데, 부석사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 때 먹었던 비빔밥도 잊을 수 없어 어제는 라싸의 한국식당인 아리랑에 가서 ‘돌솥비빔밥’도 먹었단다. 그와 나는 드레풍에서 함께 큰길까지 내려와 택시를 탔다. 그는 내가 티벳박물관으로 간다고 하자 그곳까지 나를 데려다주고, 바낙숄 호텔로 돌아갔다. 어쩌면 그는 지금쯤 한국을 여행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13편에서 계속. 글/사진: 이용한

 

드레풍 사원의 미로형 골목. by yon\g-han 

쵸르텐을 도는 노스님(위)과 법당 지붕에 앉은 부리가 붉은 가마귀(아래). by yo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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