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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은 살아있다... Tibetan Incantation

박물관

 

오체투지....









<오체투지를 하며 조캉사원까지 온 티벳탄>


<조캉사원 앞에서 오체투지하는 라마승과 마니차를 돌리는

핳머니
 



사찰내에서 순례를 하는 신도들...

티벳의 수도 라사는 수백년간 외부와 격리된 채 그들만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1950년 중국과의 합병 후 이젠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신시가지에는 이미 현대적인 호텔 등의 건물들이 들어서 한족들이 상권을 장악했으며 구시가지 또한 상점과 숙소들이 즐비하다. 중국정부는 대대적으로 한족들의 이주정책을 펴 현재 티벳의 수도 라사에는 티벳탄보다 한족들이 더 많으며 대부분의 상권 또한 한족들이 움켜쥐고 있다.

중국정부는 도로를 확충하고 사회기반 시설 그리고 학교 등을 세워 겉으로는 티벳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하나 이는 티벳을 중국으로 영구히 종속시키는 정책 중의 하나일 터이다.

그럼 티벳은 없어진 것일까?

아니 티벳은 아직 티벳탄들의 가슴속에 있다. 그들의 표정과 일상을 보면 결국 중국과 그리고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다른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라사 가는 길

 

.

 

라사의 공가공항은 시내와 90km나 떨어져 있다. 도심지의 지대가 비싸 공항을 멀리 떨어 뜨려 만든 것이 아니라 평지를 찾기 힘들어 그랬을 것이다. 공항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예사롭지 않다. 나무 한 포기 없는 붉은 언덕들이 계속 창밖으로 사라진다. 버스는 현대적 건물들이 들어선 신시가지를 지나 구 시가지의 경계쯤에 멈춰선다. 싸이클릭샤(정확하게는 Pedicab이 맞는 표현이라고 한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한다. 옆에 라사의 상징인 포탈라 궁이 지나간다.

티벳내 다른 모든 도시가 라사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라사 또한 해발 3600m나 된다. 약간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지만 두통은 없다. 조금 빨리 걷거나 계단을 오를때 숨이차다. 다행히 큰 증세는 아닌 듯 싶으니 오늘 숙소에서 쉬면 내일부터 나아질 듯 싶다. 구시가지의 키레이라는 숙소에 체크인을 한다.

생각보다 구시가지의 풍경이 고만고만 하다. 분명 티벳양식의 건물인데 자세히 보면 철근콘크리트조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대로변의 일층은 모두 상가를 꾸며 놓은 것이 내가 이렇게 바라던 라사인가 의심스럽다. 3000원 짜리 도미토리에 체크인을 했는데 룸메이트는 나이가 한참 든 티벳탄이다. 물어보나 마나 영어 한 마디 안 통할텐데...
이 남자 한참동안 어둠속에서 침대에 누워 TV만 본다.

마치 죽어가는 사람같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다. 중국은 그 넓은 땅떵어리에도 불구하고 표준시를 동쪽의 베이징에 맞추어 놨기 때문에 이곳 서쪽은 해가 늦게 뜨고 늦게 진다. 6시인데 주위는 검은 어둠이다. 이곳 숙소에서 가까운 바코르를 찾아간다. 어제 저녘에 대충 길이라도 익혀 둘 것을 하고 후회한다. 아직 골목에 인적조차 없다. 대충 기억나는 위치로 발걸음을 옮기자 붉은 나트륨등이 켜진 바코르에 도달한다. 이 곳은 순례자들로 항상 북적이는 유명한 거리이다. 중앙에 조캉사원이라는 절이 있고 그 주위를 팔각형처럼 생긴 도로에 순례자들이 시계방향으로 순례를 한다. 듣기로는 이 곳을 한 번 돌면 경전을 그 만큼 외운 것과 같다고 한다. 가장 먼저 일찍 순례를 하는 사람은 역시 승려들이다. 붉은 장삼에 추위때문인지 검은 도포를 하나씩 어깨에 매단 모습이 꼭 사자 같다.

건장한 승려들은 발걸음을 빨리하고 나이든 노인들은 지팡이에 의지한채 그 나이에 걸맞는 속도로 순례를 한다. 한 손에는 염주를 들고 또 다른 한 손에는 마니차를 연신 돌린다.

나로서는 또 생경하기 그지없다. 이 검은 어둠속에 속으로 웅얼웅얼 거리면서 순례를 하는 검은 사람들...그들 대부분은 이곳에 오기 위해 나보다 험한 길을 달려 왔으리라..
때로는 온몸을 던져 오체투지를 하면서,
때로는 추위와 배고품을 견디면서 이곳에 오기를 간절히 희망했으리라...


바코르에서 이른 새벽 순례를 하는 검은 그림자들..

아침이 밝아 오면서 순례자들은 계속 늘어난다. 이젠 걷기에 힘이 부친 노인들도 종종 눈에 띤다.

옴마니 밧메 홈...옴마니 밧메 홈

연꽃 잎에 떨어진 이슬 한 방울이 바다로 흘러가 하나 되리라..

연꽃은 진흙속에 피어난다. 이는 스스로의 깨달음을 요구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사성제의 가장 기본은 인생이 고통으로 가득찼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인데...그럼 이들은 모두 그 해방을 꿈꾸는 것일까?

옴마니 밧메 홈...옴마니 밧메 홈


조캉사원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

사원안에는 참배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안쪽의 회랑에는 끊임없이 순례를 하는 사람들과 불당안에는 인파에 밀려 한 걸음 한 걸음 딛는 것이 꽤나 힘이 든다. 야크 버터를 한봉지씩 준비해 와 숟가락으로 공양을 하는 사람들..아이를 번쩍 안아 부처앞에 구경시키는 어머니들...이런 모습을 보면 불교는 그들의 삶 자체이다.

티벳은 살아있다. 구시가지는 마치 시장통처럼 보이지만 티벳은 티벳탄 들의 가슴속에 있다.


오른손에는 마니차를...다른 손으로는 염주를...


부부인 듯 싶은데..여성의 기골이 장대하다. 그걸 의식해서 일까?
사진을 찍을 때 남편은 연석위로 올라가 키를 맞춘다.

 

얼마나...

얼마나 더 스스로를 던져야 

구원의 한 가닥 끈을 잡을 수 있는 것일까? .....oom


 


 

 
 

 

 





















티벳과 혼연일체가 되었음을 몸소 느끼게 된 것은

 

세라

세라사원의 전경

.


 


 

1.

세라사원은 토론의 광장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토론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토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오후 3시가 되면 일정한 장소에 모두 모인 스님들은 두명 이상씩 삼삼오오 모여앉아 토론을 시작한다. 일단 스님 한 분이 일어나 어떠한 논제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다른 스님들을 설득한다. 이런 과정에서 한 손으로 다른 한 손뼉을 치면서 '앗차'라고 하는데 이는 '맞지, 그렇지?' 라는 의미라고 한다. 토론의 광장에 모인 스님은 언뜻 보기에도 100명은 되어 보였고 여기저기서 '앗차' 소리는 오후 5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된다. 한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얘기하는 스님들은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하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후에 들은 얘기로는, 앳된 얼굴에 장난꾸러기 미소를 보이는 스님들이지만 부처님의 제자로서 불교계에 대한 진지한 의견이 오고간다고 한다.



2.

라싸의 풍경… 전통과 현대화


수도인 라싸는 위치가 티벳의 중심이다. 티벳의 어느 지역을 가든 라싸로 통하게 되는 교통의 중심이다. 그리고 라싸의 중심은 바로 포탈라 궁이다. 포탈라 궁 광장에서 티벳의 다른 지역으로 가는 길들이 뻗어 있다. 포탈라 궁에서 조캉사원이 보이는 방향에 바코르(팔각거리)라고 불리우는 광장이 있고 그 여덟 개의 거리에는 시장과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곳은 티벳탄과 여행객들의 쇼핑 실랑이로 항상 활기를 띠며 동시에 도시의 티벳탄들의 생활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또한 바코르 광장에는 역시 세계문화유산이며 오체투지로 유명한 조캉 사원이 있다. 조캉 사원 앞에서 피우는 향의 연기가 광장을 가득 메우고 온몸을 던져 절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끊임없이 마니차를 돌리며 불경을 외는 잔잔한 목소리들로 거리는 경외심 마저 들게 한다.
노점상을 하는 티벳탄들은 딱 세마디의 영어로 여행객과 흥정을 하고 물건을 판다. 루키루키(Look it), 실리부(silver), 하우 마치(How much)… 이 말은 와서 구경해라, 이것은 실버, 즉 은으로 된 제품이다, 그리고 독특한 것은 가격을 물으면 숫자는 영어가 안되니까 계산기를 꺼내 숫자를 찍는다. 물론 실재 가격보다 3~5배 많게는 10배 정도 비싼 가격이다. 여행객이 너무 비싸다고 손사레를 치면 그때 하우 마치(How much)~ 이 말을 하며 계산기를 건넨다. 바로 여행객에게 원하는 가격을 말하라는 것이다. 얼마면 살거냐고 상품의 가격을 고객에게 되물어본다. 이런 식으로 흥정이 계속되는 데 거의 대부분은 여행객이 원하는 가격 선에서 결정이 된다. 터무니없이 비싸게 가격을 부르고 고객에게 가격을 오히려 되물어 흥정을 하는 티벳탄들의 독특한 판매 방식… 때론 흥정에 실패하기도 하지만 다른데 관심을 보이며 금방이라도 가버릴 것 같은 자세를 취하면 거의 원하는 선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늘어나는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기념품 노점상은 변화하는 시대에 발 맞춰 나름대로 흥정의 방식이라든지, 노하우를 만들며 변모해가지만 순박하고 순수한 티벳탄의 마음은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듯 하다.
바코르 광장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티벳탄을 상대로 하는 생필품 상점들이 있다. 그곳에서는 젊은 티벳 청년들이 포켓볼도 치고 나이든 사람들은 가끔 마작도 하며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시장 한쪽에서 딱지치기를 하며 놀다가 우리와 같은 여행객을 만나 사진을 찍으면 신기해하며 와르르 달려든다.


<바코르 광장의 거리 풍경과 천진난만한 아이들>

중국 당국은 티벳을 서장자치구로 편입시키고 달라이 라마를 억류하려고 했으나 달라이 라마는 인도에 망명 정부를 수립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티벳탄과 달라이 라마도 인정한 제 11대 어린 판첸 라마를 중국 본토에 억류해 놓고 가짜(티벳탄들이 인정하지 않는) 판첸 라마를 옹립하게 된다. 농경 정책 등 각종 식민정책이 실패하게 되자 중국 한족을 라싸에 이주시키기 위해 정착금을 지원해주며 티벳에서의 상업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 실제 라싸 거리의 상점들과 점포들은 모두 중국인 소유이며 티벳에서 접할 수 있는 음식 및 식당들도 거의 대부분 중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중국식 식당이 대부분이다.
상업이라고 해 봤자 유통업이 거의 대부분이지만 티벳 경제는 중국인들이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부는 중국인들에게 돌아가고 도시의 티벳탄들은 노점상이나 티벳인들을 상대로 한 소규모 상업 및 릭샤꾼 또는 걸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원래 티벳 민족은 말을 타고 고원을 달리던 호전적인 기마민족이었다고 한다.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그들은 야크를 초원에 방목하며 살아가는 유목민으로 바뀌게 되었다. 중국의 1/8에 해당하는 넓은 고원을 유목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던 티벳탄들이 현대 문명이 들어오고, 도시화∙현대화가 진행되고 많은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들이 경제력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은 관광산업과 그에 따른 요식업 시설일 텐데 그 시설은 모두 중국정부와 중국인들이 장악하고 있다. 결국 티벳탄은 사회적, 경제적 약자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종교에의 의지… 숭고와 순례의 마음


티벳은 참 척박한 땅이다. 해발 3500m 고원에 나무 하나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물도 풍부하지 못하다. 다만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그 아래 풀 뜯는 야크 그리고 티벳탄의 순박한 미소 만이 풍부한 곳이다. 그 척박한 땅에서 이민족으로부터 숱한 고난을 당해온 티벳탄들에게 종교는 현재의 삶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오체투지… 온몸을 던져 머리, 팔, 다리가 땅에 닿게 하는 티벳 불교식 절로 티벳탄의 대부분은 오체투지를 하며 성지인 라싸를 순례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고 한다.
처음 조캉사원 앞에서 오체투지하는 사람의 모습을 봤을 때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대체 어디서부터 오체투지를 하고 왔는지 다 떨어져 누덜누덜한 옷차림에, 주위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온몸을 던져 절을 하는 모습이 이방인의 눈에는 낯설고 두렵고 경외심까지 느끼게 했다.


<오체투지를 하며 조캉사원까지 온 티벳탄>


<조캉사원 앞에서 오체투지하는 라마승과 마니차를 돌리는 할머니>

항상 손에 꼭 쥐고 마니차를 돌리며 불경을 외우고, 오체투지를 하면서 그들은 무엇을 기원할까…현세에서는 너무도 고달픈 삶을 내세에서 보상 받으려고, 지금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 일까? 모든 것들이 이방인의 눈에는 너무도 생소하고 낯설기만 했다. 그러나 그들이 왜 그토록 기원을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알지 못하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그 모습 앞에서 경건해지고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종교가 그 어떤 힘을 가지고 있길래 저들을 저렇게 만들고 또 익숙하지 않은 이방인에게도 경외심을 갖게 하는지 그 앞에서 절로 무릎을 꿇게 만들고 마는가… 어쩌면 그들에게 종교는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일지도 모르겠다.
순례와 숭고의 도시 라싸의 포탈라 궁 이외에도 꼬불꼬불 그 높은 산에 어찌 지었는지 감탄스러운 간덴 사원, 라마승들의 독특한 토론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세라 사원, 예전엔 스님들이 공부하는 대학이 많았던 드레풍 사원, 해발 4500m 고도의 숨막히게 춥고 푸르던 하늘 호수 남쵸 그리고 티벳 어린 아이의 미소가 티벳을 떠난 지 몇 주가 됐지만 아직도 가슴 속에 돌 주먹만큼 단단하게 남아있다.


점점 티벳은 중국식 현대화가 빨리 이루어지고 어쩌면 독립은 더욱 더 요원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라싸에서 티벳에 대한 깊은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고산병에 고생을 하더라도 찾아오는 세계 각국의 많은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차마 티벳 안에서는 달라이 라마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지만 국경 넘어 가까운 네팔만 가도 현 달라이 라마의 사진과 티벳 국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아직 많은 세계인들이 티벳을 지켜보고 있다.
밀어 붙이기식의 중국식 현대화로 내년이면 라싸로 들어오는 기차가 개통된다고 한다. 물론 물자 보급이라든지 교통편은 훨씬 편리해지겠지만 라싸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더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더욱 더 티벳의 현대화, 중국화가 빨라지겠는가, 티벳은 점점 더 빠르게 티벳의 모습을 잃어 가는 게 아닐까… 저녁이면 모여서 많은 얘기들이 오갔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우리들에겐 티벳의 현실이 결코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았다.



식민의 현실, 척박한 땅, 빈곤…
그 앞에서도 밝게 웃으며 다같이 노래를 부르며 일을 하는 티벳탄의 모습에
왜 하늘 저토록 시리도록 푸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노블링카 담을 쌓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티벳 아낙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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