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경향신문] 지난달 정부의 비자발급 거부로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무산된 이후 44명의 방문단이 이달 15일부터 23일까지 그가 머물고 있는 인도 다람살라를 찾았다. 이번 방문단에는 성관스님, 박광서 참여불교재가연대 대표, 소설가 남지심씨 등이 참가했다. 현지를 다녀온 정웅기 달라이라마 방한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이 달라이 라마의 전언을 기고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7월까지 기존 스케줄을 변경하면서 한국방문을 원했던 분을 정부가 세차례나 막았으니, 다람살라를 찾은 우리의 마음은 더 없이 송구스럽고 죄스러울 뿐이었다. 애초에는 사과가 방문목적이었으나 그는 이를 극구 사양했다. 마침내 다람살라 방문 첫 일정. 우리 방문단 44명은 접견실에서 숨을 죽이며 기다렸다. 이윽고 달라이 라마가 들어서자마자 방안이 금세 환해졌다. 가득했던 긴장감은 친근한 너털웃음으로 풀어졌다. 자신을 초청해준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한 그는 “한국정부가 어려운 상황이 있어 초청을 허락하지 못한 것 같아요. 저도 그 어려움을 잘 알고 있고, 앞으로도 저 때문에 한국정부가 곤란에 빠지지 않았으면 합니다”라며 오히려 우리가 정부를 이해해야 한다고 부탁했다. 우리는 2003년 부처님오신날 즈음에 꼭 다시 한국에 초청하고 싶다고 전했고, 그는 즉석에서 또 이를 응낙했다. “그때에는 꼭 가고 싶어요. 다시 연기되는 일이 없겠지”. 그는 그러면서도 “또 연기될지야 누가 알겠습니까?”라고 말하며 큰소리로 웃었다. 이번 만남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달라이 라마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그는 항상 한국을 형제의 국가라고 부른다. 지구상에서 대승불교의 전통이 남은 두 국가가 한국과 티베트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전날 열이 많이 올라 비서실에서는 접견 자체를 취소할 계획이었다고 전해들은 후의 만남이었지만, 접견시간은 1시간40여분이나 계속됐다. 그는 한국의 불교인은 물론 모든 종교인을 초청하여 다람살라에서 종교간의 화합을 증진할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였고, 대승불교의 공(空)사상, 또 불교인들이 정진해야 할 수행법에 대해서도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대화 끝즈음 부모를 따라온 방문단의 유일한 초등학생 재경이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스님, 부처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부모님을 사랑하세요. 거기서 출발해서 그 마음을 가족과 이웃에게로 넓혀 가세요. 그러면 부처가 될 것입니다”. 부모를 사랑하는 데서 깨달음이 열린다는 그의 말에 우리는 모두 “아” 하고 탄성을 발했다. 달라이 라마를 관음보살의 화현이라고 여기는 티베트인들의 달라이 라마에 대한 신뢰와 존경도 확인할 수 있었다. 친견 다음날, 남인도를 가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단다. 달라이 라마의 차량이 빠져나가는 이른 아침시간, 티베트인들의 행렬이 왕궁 앞에 길게 늘어섰다. 차량을 타고 빠져나가는 그분을 찰나라도 보기 위함이다. 그리곤 차량이 지나가자 많은 사람들이 업장이 녹아내리는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들에겐 그것이 최고 축복이라고 한다. 이번 방문길에 내심 사과가 목적이었던 우리들로서는 참으로 과분한, 손색없을 정도의 국빈대접을 받았다. 티베트 망명정부의 장관과 실무자들이 우리를 환영하고, 모든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었다. 우리들 심금을 울린 것은 역시 나라잃은 티베트인들의 아픔과, 그 아픔에 굴하지 않고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그들의 모습이었다. 티베트에서 며칠 전에 탈출해 왔다는 난민들 40명이 머물고 있는 난민캠프도 찾았고, 난민 500여명을 5년동안 교육시키는 임시학교도 방문했다. 놀랍게도 난민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거의 대다수가 처벌을 감수하고 티베트로 다시 돌아간다고 했다. 이미 티베트 본토에는 티베트인 1명당 중국 이주민이 7명에 달하고 있어, 티베트 정부에서도 교육 후 티베트로 돌아갈 것을 권유한다고 한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열정도 놀라웠다. 험준한 히말라야를 넘어 다람살라에 아이들을 맡기고 가는 젊은 부모들의 열정 덕분에 티베트 어린이마을(TCV)에 다니는 학생은 5,000명이 넘는다. 그들이 있는 한 티베트의 문화와 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몰래 눈물을 흘리며 그것을 확인하였다.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있지 않았던가. 〈정웅기·달라이라마 방한준비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