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세계일보 申瓚均칼럼 히말라야가 병풍처럼 둘러싸인 고원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티베트인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땅조차 관음(觀音)의 정토(淨土)라고 믿는다. 이 나라를 지탱하는 종교는 라마교,탄드라불교이다. 불교의 원형에 시바신을 숭배하는 힌두교가 섞인 종교다. 지도자는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고 있는 달라이 라마다. 그는 40년동안 밖으로 떠돌며 독립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동안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지금도 중국과의 끊임없는 비폭력투쟁을 벌이고 있다. 원래 \'달라이\'라는 이름은 몽골어로 바다라는 뜻이고\'라마\'는 높은 스님을 일컫는말이다. 티베트인들은 그 이름이 \"바다도 다 담지 못할 지혜를 가진 큰 스님\"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지금은 마치 중국 소수민족 지도자의 상징처럼 되어 중국으로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티베트를 자기네 땅으로 여긴 건 아닌 것 같다. 시창(西藏)이라고 부르면서 산에 가려진 서쪽의 숨은 땅으로 생각해 온 것이다. 당초부터 중국인들은 티베트를 민족과 언어의 관습이 전혀 다른 나라로 여겼던 것 같다. 엊그제 한국언론재단 초청강연회에 나온 우다웨이(武大偉) 주한 중국대사는 달라이 라마의 방한문제에 대해 그는 \"중국 칭하이(靑海) 출신의 티베트족\"이라고 못박았다. 1959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의해 인도로 간 후 오직 중국의 분열과 티베트독립을 책동했다고 비난했다. 따라서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기 위한 한국의 준비위원회는 티베트를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보였다. 이날 우 대사는 처음부터 작심이라도 한 듯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열강을 비난했고 달라이 라마가 한국에 와서는 안된다고 중국인 특유의 높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명나라의 칙사라도 된 듯이 거침없이 말했다. 따지고 보면 미국과 서방은 티베트를 냉전의 선전용으로 이용했고 달라이 라마의 망명을 유도한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냉전체제가 사라진 지금은 반공지도자의 상징으로 남아서 세계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됐다. 달라이 라마 역시 \'중국을 분열시키고 독립을 획책하는 사람\'이 아니라 \'티베트의 자치권\'을 요구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러니까 우 대사의 지적처럼 반드시 활동경비 10여억원을 모금하기 위해 방한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금으로 봐서는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초청한 측도 정부가 아닌 민간단체이고 그 목적도 순전히 문화적-종교적 차원일 뿐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어 보인다. 지금 티베트에는 내지(중국본토)에서 자본이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시장경제화로 본토와의 통합이 가속되어 푸탈라궁의 옛 영화는 사라진 지 오래고 승려들의 모습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달라이 라마는 무려 50개국을 순회하면서 티베트불교의 순수성을 세계에 전했다. 그의 방한이 연기된 것은 역시 우다웨이 대사의 위압적인 발언이 있은 뒤였다. 그때는 \"단교까지야 가지 않겠지만…\"이라는 뒷말을 남겼다. 마치 중국은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위협적인 여운을 남겼다. 이번에는 \"달라이 라마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이 상에 대한 우롱\"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방한이 좌절되자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방한 허용을 요구해 왔다. 달라이 라마가 한국에 오는 이유는 그 일정을 보면 종교적 행사를 위해서다. 정치적인 측면은 전혀 없다. 우리 정부는 지나치게 중국의 눈치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의 방한목적이 순수하다면 중국과의 외교관계와 마찰이 없도록 아우르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모든 종교가 하나의 진리를 향해 가는 최고의 가르침이라면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종교갈등으로 분쟁을 일삼는 나라들에게 인류가 화목하게 살아가는 길을 보여줄 수 있다. 그 옛날 인도의 달마 대사가 중국으로 가서 선불교를 심게 된 연원을 불가에서는 \'달마가 동으로 간 까닭\'이라는 화두로 표현한다. 달라이 라마가 한국을 찾아 인도에서 동으로 오는 까닭은 역시 새로운 깨달음을 위해서일 것이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