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법보신문 달라이라마의 전기를 다룬 영화 \'쿤둔\'이 개봉 일주일만에 종영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11월 18일 전국 50개 영화관에서 일제히 개봉됐지만 관객은 3만 명에 불과했기 때문이지요. 함께 상영 중인 영화 ‘리베라메’와 ‘단적비연수’ 등이 일주일만에 20∼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을 자축하고 있을 때 ‘쿤둔’은 흥행실패라는 쓰라림을 가슴 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벌써 인천지역 일부 상영관에서는 개봉한지 채 일주일도 안돼서 ‘내린’ 곳이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일고 있는 달라이라마 붐에 맞춰 의욕을 갖고 ‘쿤둔’을 수입한 영화감독 정인엽 씨의 어깨는 요즘 보기 민망할 정도로 축 쳐져 있다고 합니다. 사찰을 돌며 홍보를 하고 할인티켓을 돌리며 안간힘을 썼던 그로서는 참담한 심정을 금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달라이라마 방한준비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아 방한추진운동을 선봉에서 이끌었던 성관 스님(수원포교당 주지)은 ‘쿤둔’을 외면하는 불자들의 모습에 대해 독백처럼 이렇게 언급했다고 합니다. “정말 안 봐도 너무 안 본다. 나는 이 영화를 세 번 보았는데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영상미도 다른 작품에 비해 매우 우수한데…. 불자들의 결집력이, 아니 불자들의 달라이라마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도 미약한 것인가.” 스님은 수원포교당 신도들이라도 관람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며칠 전 수원의 한 영화관을 찾아가 단체 관람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관 역시 ‘장사’가 안돼 영화를 내리기로 결정했다는 말을 듣고는 아연실색했다는 것이지요. 초하루 법회날인 11월 26일에 신도 500명이 단체 관람을 할 테니 제발 그때까지만 연장해 달라고 통사정해서 겨우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보도를 한 바 있지만 ‘쿤둔’은 할리우드에서도 내로라하는 마틴스콜세지 감독이 ET 작가 멜리사 메티슨과 손발을 맞춰 제작한 역작입니다. 그 작품성도 98년 아카데미 영화상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이미 검증이 된 것이지요.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 영화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습니다. 하기야 불자들부터 관심이 없으니 일반 국민들 탓을 해서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그 동안 언론매체를 장식했던 달라이라마 방한촉구 움직임은 일종의 거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솔직히 달라이라마 방한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우리 국민이, 아니 우리 불자들이 달라이라마에 대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당연한 인과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말이지요. 우리는 그 동안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허락하고 있지 않은 정부와 대통령을 향해 많은 비판과 비난을 해 왔습니다. 달라이라마는 세계가 인정하는 위대한 종교지도자이고 우리 국민들에게 더욱 나은 가치관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인 만큼 우리 국민들이 만나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외쳐 왔지요. 또 그의 방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을 더 평화롭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사람들로 변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그 비판과 비난이 정부와 대통령 이전에 우리 스스로에게 먼저 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고각하(照顧却下), 그러니까 남을 평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발 밑부터 잘 살펴 반성하고 성찰해 보라는 옛 성현들의 가르침이 다시금 새롭게 다가오는 시절입니다. 편집부장 이학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