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저널21> 통권 151호에 실린 김진 박사의 기고문 전문을 게제합니다. 달라이 라마 방한을 고대하며 -평화·인권 의지로 종교인이 결속돼야 김진 (종교신학박사, 크리스챤 아카데미 연구원) 달라이 라마 스님의 방한이 무산된 것에 대해 기독교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 동안 달라이 방한 추진운동에 참여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달라이 라마 스님의 삶과 사상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분의 철저한 평화사상과 실천활동은 불교의 스님이기 이전에 참 종교인으로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종교인이라면 자고로 생명과 평화를 추구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종교인은 죽임의 문화를 거부하고 상생의 문화를 지향하며, 폭력과 억압을 거부하고 진정한 평화세계를 이루기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달라이 라마 스님의 삶과 사상은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분의 사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한 사람들조차 감흥을 받게 된다. 이러한 분과의 생생한 만남을 가능하게 할 그의 방한이 무산된 것은 불교인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의 종교인들에게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종교계를 위해서라도 달라이 라마 방한은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 이번 방한이 무산된 데에는 많은 원인들이 있었다. 중국정부의 오만불손한 태도나 정부의 굴욕적인 외교자세 등등이 주요한 이유들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종교인들은 어떤 사건을 보면 늘 \'하늘의 뜻\'을 되새기는 사람들이기에 필자는 그의 방한 무산의 또 다른 \'뜻\'을 찾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그의 방한을 방해한 외적 요인만을 언급하면서 흥분하기 이전에 또 다른 의미를 찾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뜻\'은 과연 \'한국 종교계가 그분의 사상을 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자문에서 찾아진다. 사실 그의 방한의 의미, 즉 달라이 라마 스님이 한국에 왜 오셔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일반 종교인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가지 못했다. 더욱이 이웃종교의 일은 \'남의 집안 일\'로만 취급하고 백안시하는 한국종교계의 분위기 속에서 그 분의 방한의 의미가 불교계를 넘어서 이웃종교에까지 제대로 전파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방한준비위원회의 일이 \'방한 허용운동\'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었던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그의 방한 의미를 확산시키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종교계는 달라이 라마 스님 방한에 대해 미처 마음의 준비가 되지 못했고, 이런 상태에서 정부의 용단으로 그의 방한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말 그대로 몇몇 종교 지도자들과 불교계의 집안 행사로 그쳤을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그의 방한이 무산된 것에는 또 다른 하늘의 뜻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분의 평화와 인권을 향한 힘찬 의지가 우리 한국의 모든 종교인들에게 가슴 깊게 남겨지기 위한 우리 스스로의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의 방한을 통해 보여질 그의 활동과 강연, 각종 만남들이 한국 종교계에 뜻 깊은 영향이 미치기 위해서는 그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런 분위기와 토대가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그의 방한은 자칫 하나의 이벤트로 그칠 확률이 높다. 이제 다시금 그의 방한을 추진함에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자. 먼저 불교계는 불교계 대로 불교인 전체에게 달라이 라마 방한의 의미를 설명해 가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최대 종단인 조계종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웃 종교 또한 달라이 라마 스님이 불교의 한 스님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종교인들의 성숙 뿐만 아니라 한국 종교계의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도와야 할 것이다. 중국의 \'방해공작\'과 외교통상부의 \'눈치작전\'은 계속될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고 달라이라마를 만날 수 있게 하는 힘은 몇몇 명망가나 종교지도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방한을 희망하는 일반 종교인들의 간절한 마음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