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는 왜 한국에 오지 못하는가 중국과의 외교적 입장을 내세워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는 정부측과 세계적 종교지도자로서 달라이 라마 방한을 추진하고 있는 각계의 여론이 첨예하게 맞섰던 지난해 말, 달라이 라마의 방한 문제는 외교간섭이라 지적되었던 중국 대사의 발언을 둘러싸고, \'굴욕외교의 극치\'라는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깨달은 선자라 불리는 달라이 라마를 둘러싼 이 같은 반목과 질시는 관용과 이해, 영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식수준을 가늠케 하는 것으로서 그 지혜로운 해답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의　압력에　대한　두려움이　과장되어　있으며, 김대중　대통령의　능력이면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생의　한　가운데＞라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의　저명한　문학가　루이제　린저가　한국정부의　달라이　라마　방한　불허와　관련해　１２월　초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노벨평화상과 달라이 라마> １９８０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아르헨티나　정의평화서비스　창립자　아돌프　페레즈　에스　쿼벌을　시작으로　리고베르타멘추，　머레드　맥과이어　등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연이어　이런　편지를　김　대통령에게　보내오고　있다．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불허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방한　허용을　촉구하는　것은　김　대통령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아닐　수　없을것이다．　노벨상　１００년의　대미를　장식한　２０００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될 만큼　국내에서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김　대통령으로선　이런　세계적　인물들의　평가에　대해　신경을　쓰지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국내에선　김수환　추기경과　강원룡　목사를　비롯　각　종교를　대표할 만한　인물들을　내세운　\'달라이 라마 방한준비위원회\'와　불교단체들이　정부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불허했다며　굴욕　외교를　비판하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불허한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제적인　평가를　중요시하고，여론의　향배에　대해　민감한　정치가인　김　대통령은　국제적인　평가와　여론의　압력을　거슬러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불허하는　결정을　택했다．　지금까지　그의　결정은　중국과의　관계를　국제적인　평가와　여론의　압력보다　중요시했음을　보여준　셈이다． <정부의 방한 불허 배경> 실제　달라이　라마의　방한　문제는　단순히　한　종교지도자의　방한문제로　국한할수　없을　만큼　한반도　문제가　얽혀　있다고　볼　수　있다．　 김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최대　현안은　경제　난국의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이다．　두 가지　최대　현안은　중국과　긴밀한　연관관계에　있다． １９９９년　한국은　중국에　１３７억 달러를　수출했고，８９억 달러를　수입해　４８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더구나　중국엔　현재　５５００여 건의　투자가　진행중이다． 또　북한과　가장　긴밀한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이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김　대통령과　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방한　불허를　선택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방한　반대압력을　이처럼　강력히　행사할　수　있는것은　물론　한국이　처한　사정에　기인한것이기도　하지만，　달라이　라마에　대한중국의　위기　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힘의　논리로　국제　사회에서　대만의　우위를　확고히　점한 데　이어　티베트의　독립　노력을　봉쇄해왔지만，　세계적인　여론은　갈수록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에　우호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달라이　라마는　아시아권에서　중국과　맹주를　다투는　인도에　망명정부를　두고，　일본과　대만　등을　방문해　티베트　독립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힘의　논리로　우위를　구축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이　아시아권의　비난여론에　의해　포위를　당하고　있는　형세다．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위기　의식이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종교에　대한　중국　정부의　거부감은　상당하다．　청나라 때　종교　결사체인　백련교도의　난은　결국　청의　결정적인　쇠퇴로　이어졌고，　이후　상제의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한　홍수전이　일으킨　태평천국의　난은　청의　멸망과　현대중국　건국의　아버지인　쑨원의　혁명운동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점차적인　개방과　민주화의　진행에　따라　점차　종교의　자유가　보편화되고　있는　시점에　중국　왕조　변혁 때　결정적인　힘을　발휘해온　종교　지도자에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파룬궁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경계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달라이 라마, 미제국주의의 앞잡이?> 중국의　위기의식은　외교　관례를　벗어난우다웨이　대사의　발언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다웨이　대사는　지난　１１월　한국언론재단　초청　토론회에서　달라이　라마가　미국　제국주의의　앞잡이란　논리를　폈다． “달라이　라마는　１９５９년　미국　ＣＩＡ에　의해　인도로　갔다．　티베트 독립운동은　달라이　라마의　작품이　아니다．영국은　전쟁을　발발하기　전까지　티베트독립을　위해　１００년　동안　책동했다．１９４２년　인도에서　영국이　철수하면서미국이　들어왔다．　바로　이것이1９５９년　티베트에서　무장　폭동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다．　중국사람들은　과거에는　이런　역사적　배경에　대해　부드럽게　얘기했으나　이　자리에선　미국　사람들이　저지른　행동이라고　말하겠다．　그들은　과거　티베트를　독립시키려고　온갖　책동을　했지만　실패를　면치 못했다．　지금도　계속　시비를　벌이고　있다．” 우다웨이　대사는　또　한국인의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은　중국과　비슷한　역사적　고통을겪었다．　２차대전　후　한반도는　인위적인　민족·국가의　분열이라는　고통을　겪었다．　티베트　독립을　독려하고 국가를분열시키는　것을　반대하는데，　한국　정부가　이해와　지지를　해주어야 한다. 달라이 라마 방한준비위원회　등은　티베트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의　동기는　세 가지다. 종교라는　외피를　쓰고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활동경비　１０억여 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다웨이　대사가　국내　언론에서도　이미다룬　바　있는　｀달라이　라마　망명에　대한　ＣＩＡ지원설＇등을　거론한　것은　달라이　라마가 ｀미　제국주의　앞잡이＇라는　등의　유추를　끌어내어 그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역효과만을　낳았을뿐이다．　국제사회의　힘의　논리에　의해우리　정부도　대만이나　티베트를　버리고，　중국을　선택해　중국만을　인정하는｀하나의　중국＇정책을　채택하고는　있다．　그러나　폭압으로　밀어붙인　｀대동아 공영권＇의　논리에　일제　３６년 동안　고통을　겪어야　했던　한민족에겐　중국이　민족과　언어와　관습이　전혀　다른　티베트에　대해　｀하나의　중국＇으로　꿰어 맞추는　것에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하나의 중국\'과 티베트의 독립운동> 중국은　７세기 초　티베트족을　통합해　최초의　통일국가를　세운　송첸　캄포왕에게　당　태종　때　문성공주가　시집을　가맺은　인연과　원－청때　티베트　지배　역사를　근거로　티베트와의　합병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세계　조류는　국가의　권한을　강화하기보다는　각　민족과　문화권의　자율을　점차　신장하면서도，　공동의　이익을　모색하기　위해서　ＥＵ나아세안　등　새로운　경제권역으로　재편되고　있다．　거대　국가주의와　강제　합병이　세상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추세인　셈이다． 티베트가　중국이　침공한　１９５９년까지달라이　라마　등　티베트　지도층이　봉건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백성의　고통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거나，　미래사회에　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할　일일지언정，　중국 공산군이　｀무력침략＇해　티베트　인구의　５분의　１인　１２０만 명을　살상하고　나라를　차지한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티베트침공을　정당화한　중국의　논리는　중국　또한　선진국이던　영국과　일본의　침략에대해　항거　논리를　내세울　수　없을　것이고，　중국의　미국　패권주의　비판　논리와도　어긋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도　국제사회는　힘의　논리와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시 되고　있다．　이처럼　모두가　자국의　이익대로움직이는　것이　국제사회이므로　우다웨이대사의　말처럼　미국도　티베트를　중국을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티베트인들은　그저　이용만　당하고　있을까．　그들도　어떻게　해서든，국제사회의　역학관계를　이용해　자국의　독립을　쟁취하고，　자국을　보호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구한말　세계　외교무대를　주름잡던　일본인들에　의해　한국　침략이　정당화되고　있을　때，　이준 열사는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으나　네덜란드　헤이그의국제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조차　봉쇄 당해　분사했다．　그리고　이국 땅에서　힘겹게　독립운동을　하던　김구 선생과　안창호　선생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도　열강의　지원을　호소하고　또　호소했다．그리고　독립운동가들이　중국　등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김구 선생이　중국의　앞잡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의　목적은　오직　대한　독립에　있었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를 둘러싼 세계 여론> 중국의　강력한　압력에　의해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를　내놓고　돕지는　못하지만，　세계　여론은이미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의　억울함에공감하는　분위기로　기울었고，　각국의　지도자들도　이런　여론에　따라　중국의　눈치만을　보지는　않는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　４０여 년의　망명기간　동안　５０여 개국을　방문해　토니블레어　영국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클린턴　미국　대통령，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　코피　아난ＵＮ사무총장　등　세계적인　지도자들을　만났다．　그가　방문한　국가도　벨기에，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유럽，　남미는　물론，　아시아에서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를　방문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입장이　이들　나라와는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만약　중국의　압력에　의해　달라이　라마가　방한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 가는　데　외교적으로　가장　밀접해질중국과의　관계에서　｀굴욕적＇인　선례를남겨，　한국의　입지를　스스로　크게　좁히게　될　것으로　본다． <\'중국인을 위해 기도하라\'> 지난해　６월　티베트의　망명정부가　있는인도　히말라야　다람살라에　방문했을　때티베트의　유민들은　주부들조차　부엌칼이라도　들고　부모　형제를　죽인　중국군과싸워야　한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들의　분노대로　１３만 명의　티베트　유민들이　세계　곳곳에서　중국대사관과　중국인들을　향해　테러　보복을　감행한다면　세계는　금세　혼란에　빠질　것이다．그러나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인들의　분노를　잠재우며　중국인을　위해　기도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우리의　적이　가장　훌륭한　우리의　친구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내면의　힘은　물론，　다른　사람에　대한　관용과존경을　기르도록　한다．　이런　대상에게화를　내지　말고　존경하고　감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