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한겨레 하니리포터 우명주 기자] 4월 5일, BBC 뉴스를 통해서 달라이라마와 대만의 천수이볜 총통과의 회담 장면을 시청할 수 있었다. 회담장에 들어선 그는 여느 티베트 승려들과 다를 바 없는 자주색 승복을 입고 있었고 편안한 미소로 여러 사람들에게 합장을 한 뒤 대만 총통과 마주 앉았다. 그 때 나는 그의 신발을 볼 수 있었는데, 그의 신발이란.. 그의 신발은, 인도의 서민들이 가장 즐겨 신는(그것은 가장 값싼 편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Bata라는 상표의 파란 슬리퍼였다. 인도 가격으로 50루피, 원화로는 1,400원 가량의 신발이다. 그 신발을 신고 그는 대만까지 가고 총통도 만났다. 지난 3월 초, 몽골 유학생 애루나와 나라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자리잡고 있는 인도 북부의 달름살라에 가서 다른 몽고스님들과 함께 달라이라마를 접견했다고 자랑을 했다. 그때는 티베트의 설 무렵으로 해마다 그 즈음이면 달라이라마는 그곳을 방문한 수많은 사람들과 짧은 만남을 가지고 있다. 달라이라마가 쓴 책을 사서 그를 만났는데, 달라이 라마는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물어본 뒤 책에다 그 사람의 이름과 함께 축복을 말들을 티베트어로 써 주었다고 했다. 애루나는 달라이라마가 자기 볼펜으로 그 글씨들을 썼다고 이야기하면서 그 성스러운 볼펜을 함부로 쓸 수가 없어 고이 모셔두고 있다며 웃었다. 달라이라마를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참으로 소탈한 분이었다고, 그저 옆 집 할아버지 같은 분이었노라고...왜 우리나라는 그 소탈한 할아버지를 초청할 수가 없는 것일까? 그 할아버지를 모셔다 옛날이야기 듣듯이 맑고 향기로운 설법을 듣는 일이 왜 이렇게 다사다난(多事多難)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눈엣가시인 대만은 잘도 초청하는데! 한때 내가 근무했었던 곳에서 티베트 장관들과 티베트 주일(駐日)대표부 대사를 초청해서 강연회를 연 적이 있었다. 그 행사를 치르는데도 모 처(!)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아야 했으니 우리나라가 달라이라마를 초청하는 일은 참으로 요원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기대한다. 늦어도 올해 겨울쯤에는 달라이라마가 우리 대통령과 마주앉아 그 인자한 미소를 보여주는 장면을 볼 수 있기를. 그것이 우리나라가 누구의 눈치도 안 보는 용기가 생겨 성사가 된 일이든,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힘이 생겨 성사가 된 일이든, 어쨌든 그런 일이 생기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그때도 그는 그 슬리퍼를 신고 오실까? 겨울의 한국은 아주 춥다고 언젠가 그를 만나면 알려드려야겠다. (여담 하나 : 이곳 델리에는 티벳인들이 정착해 살고 있는 지역이 몇 군데 있다. 그 중 한 곳은 델리대학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한국 유학생들도 자주 그곳을 찾곤 한다. 건강이 나빠지면 우리의 한의원과 흡사한 티벳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가기도 하고, 한국에서 누가 여행을 왔을 때 값싸고 깨끗한 호텔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제일 먼저 그곳의 호텔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음식 때문인 듯 싶다. 인도에서 함부로 입에 올려서도 안되는 쇠고기가 먹고 싶어질 때, 그곳의 식당에 가면 쇠고기 요리를 포함한 값싸고 맛있는 티벳 요리들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유학생들의 경우 아무리 쇠고기가 먹고 싶어 병이 난다해도 그 곳을 찾을 수 없다고! 인과응보라는 말을 여기가 적용시켜도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