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여적) 달라이 라마 200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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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달라이 라마\'
1935년 5월5일, 티베트의 작은 마을 타크처에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이 아이가 두살되던 해 라마교 승려 일행이 그의 집을 방문했다. 아이는 일행중 하인 한명의 무릎에 앉아 목에 걸고 있는 염주가 자기 것이라며 달라고 졸라댔다. 그 염주는 4년전 세상을 떠난 13대 달라이 라마의 것이었다. 13대 달라이 라마가 환생한 아이를 찾아 하인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여행중이던 이 승려는 염주외에도 북, 지팡이로 시험했다. 아이는 그때마다 정확히 13대 달라이 라마가 쓰던 것을 가려냈다. 13대 달라이 라마의 환생한 몸으로 인정된 이 아이는 2년후 포탈라궁으로 옮겨졌으며 14살이 되자 14대 달라이 라마에 즉위했다. 달라이 라마의 회고록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러나 14대 달라이 라마의 일생은 역경의 연속이었다. 50년 1월 중국은 티베트를 자신들의 영토라고 선언했고 그해 10월 무력 공격을 개시했다. 중국의 탄압이 거세지자 달라이 라마는 59년 인도로 망명했으며 그해 10월 라싸에서는 티베트의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그 과정에서 1백20만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망명 40여년간 달라이 라마는 비폭력 평화 운동을 계속해 8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서양인들에게는 동양 불교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적인 고난은 지금도 그치지 않고 있다. 달라이 라마의 한국 방문이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무산된 것이 그 한 예인지 모른다. 정부가 그의 7월 방한을 허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정치적 성격이 아니라 종교 지도자로서의 방한임을 강조해도, 김대중 대통령의 선배격인 노벨 평화상 수상자에 대한 예의를 내세워도 그를 티베트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보는 중국의 압력은 여전히 거센 모양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나친 눈치 외교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끔찍이 생각하는 일본에도 8차례나 다녀갔지만 중·일 관계가 어떻게 됐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동주 논설위원 ld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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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7-06 오전 10:5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