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의 방한(경향신문 여적 2000. 4)
관리자
미국인 스님 현각이 지은 ‘만행, 하바드에서 화계사까지’가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가 됐었다. 지난 주에는 예일대 출신의 미국 스님이 캘리포니아의 산 속에 한국식 전통사찰을 지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들은 숭산스님의 법문에 감명받아 서울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공부한 도반(道伴)사이다. 송광사 등 알려진 여러 선방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온 벽안의 납자(衲子)를 만나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요즈음에 미국과 유럽인들이 불교에 쏟는 관심이 높아져 선센터가 늘어나고 방송에 불교 교리 프로그램이 등장하는가 하면 시합 전에 참선으로 정신을 집중하는 스포츠팀도 많다. 우리 불교계도 최근에 국제포교에 힘을 쓰고 있지만 서양의 불교 열풍은 티베트불교가 주도하고 있다.
이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 영향받은 것이다. 6세기 말 중국과 네팔에서 전해져 기록상으로는 고구려보다 불교 전래가 2세기 이상 늦은데 티베트인들은 자기네 나라를 관음의 정토라 생각하면서 통치자를 관세음보살의 화신(化身)으로 생각했다.
달라이는 몽골어로 ‘큰 바다’, 라마는 티베트어로 ‘스승’을 뜻하며 생불(生佛)로 추앙받는다. 달라이 라마가 몽골어와 티베트어의 합성어인 것은 제3대 달라이 라마인 소남강쪼(1543~1588년 재위)가 몽골왕의 초청을 받을 때 몽골쪽이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외교문제를내세워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거부한 정부가 유연한 자세를 보인 것은 늦게나마 다행이다. 외교부측은 불과 한달전 “그의 방한은 외교안보상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혀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달라이 라마는 일본을 8차례나 다녀갔고 프랑스를 방문해 시라크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도 만난 그의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의 강연회에는 4만여명이 운집했지만 이 나라들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됐다는 얘기는 없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종교적 행사인 만큼 중국의 부정적 반응에도 정부는 당당해야 한다. 불교계도 깊이와 넓이가 티베트에 비해 결코 얕거나 좁지 않은 우리 불교의 전통을 생각해 그를 맞이함에 들뜨거나 넘쳐서는 안될 일이다. 14대 달라이 라마에게 초청하는 우리쪽에서 새 이름을 붙여줌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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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시:
- 2004-07-06 오전 10:3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