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달라이 라마 (조선일보 2000. 5.22)
관리자
73개 불교단체로 구성된 달라이 라마 방한준비위원회는 티베트 망명정부와 협의끝에 방한 일정을 7월 21일부터 5일간으로 합의하고 이의 허용을 당국에 촉구하기로 했다 한다.
독립 자치를 주장하고 있는 티베트는 지구촌의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로 한국측에서는 그를 종교 지도자로 보는데, 중국에서는 정치 인물로 보고 있어 방한에 갈등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티베트와의 관계사는 유구하다. 백제의 유장 흑치상지가 당 고종 때 티베트를 평정했고 고려 충선왕의 유배지이기도 하다. 왕위를 아들에게 물리고 원나라에 들어가 상왕으로서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었다. 한데 고려출신의 내시인 백안독사고의 모략으로 멀리 티베트땅 살사결이란 곳에 유배를 당했다.
모시던 신하들은 모두 도망치거나 후환을 두려워하여 자살했다. 「높은 벼랑과 험준한 길을 열걸음에 아홉번은 비틀거리고 층층을 이룬 얼음틈에 끼여 졸다가 갑자기 들이닥치는 도적떼에 묶이길 수없이 했다. 가죽배로 대해를 건너고 외양간에서 노숙하고 보리가루를 강물에 타 마시며 반년 만에야 유배지에 이르렀다」(「고려사절요」).
50년전 중국군의 추적을 피해가며 준령을 넘어 탈출했을 때의 기록인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 나의 조국」에 보면 충선왕이 그 준령을 넘으며 겪었을 고생과 너무 흡사했다. 그리고 반백년간 인류의 양식에다 조국의 독립을 호소해온 달라이 라마다. 시골 아저씨처럼 항상 웃는 둥그레한 얼굴에 파안대소를 곧잘하여 둘레를 놀라게 한다. 육식은 하지 않는 철저한 채식주의자요, 어느 나라 사원에 들건 오체투지, 곧 팔다리 그리고 온몸을 펴 땅에 대는 경건한 예배를 하고 경문은 티베트말로 왼다.
티베트 불교에 서양사람의 귀의도가 파격적으로 높아가는 데 대해 「물질적 안락만으로 인류는 공백을 느끼기 시작한 증거입니다. 그 허한 공간에서 방황하다 이 샹글리라의 나라를 발견한 것일 겁니다.」 샹글리라는 심신의 편안으로 무병장수하는 티베트 산중의 이상향이다. 일본에는 여러 차례 들렀는데 한국에 못 들르게 할 명분은 희박하다. 부디 한국에 와서 조각나고 오염된 마음의 편안을 여미고 씻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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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7-06 오전 10:3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