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달라이라마 방한불허 2000.10.30
관리자
인도에 망명해 살고 있는 티베트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정부가 다시 불허했다. 벌써 네번째다. 그 결정은 물론 그 자신이나 우리 국민들의 뜻과는 무관하다. 그건 오로지 중국의 반대 때문이다. 중국은 그를 종교 지도자로 보지 않고 중국의 티베트 지배에 반기를 들고 있는 분열주의자이며 반체제 인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으로선 외국 정부가 그의 방문을 허용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우다웨이(武大偉) 주한 중국대사는 \"그의 방한이 허용되면 국교 단절까지는 안 가더라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래선지 연초부터 서울대 학생회와 불교계가 추진하던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마침내 정부의 불허조처로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중요한 건 이번 그의 방한이 불교계뿐 아니라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았지만 역시 좌절된 점이다. 심지어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까지 나서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방한 허용을 권하는 전자메일을 보냈지만 헛수고가 됐다.
이들은 모두 달라이 라마가 나라를 빼앗긴 후 망명생활을 하면서도 중국에 대해 적대적 폭력 독립운동 대신 자치만을 요구하며 평화와 화해를 호소하고 있는 데 큰 감동을 받고 있다. 1989년 노벨평화상도 그래서 그에게 돌아갔고 세계 각국이 그를 초청하는 것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그의 노력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세계 각지를 찾아 평화를 호소해 왔다. 미국은 물론 영국 프랑스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에도 그는 빠지지 않고 찾아갔다. 호주, 일본, 대만에도 갔다. 92년엔 몽골에 접한 작은 나라 러시아의 투바자치공화국에까지 갔었다. 정부가 현실을 감안해 신중히 결정한 것이겠지만 중국의 압력이 먹혀들지 않는 나라도 많다는 게 부러울 뿐이다.
/孔鍾源 논설위원 jwgong@sg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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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7-06 오전 10:3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