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달라이라마의 방한이 금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정부에 의해 거부되는 상황은 아이러니이다. 그의 방한을 준비해 온 한국의 종교 시민 단체들은 정부의 결정에 대해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종교 시민단체가 초청한 사안에 대해 중국측이 그토록 강경하게 반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첨예한 사안에 대해 중국정부의 의도대로 한국 정부가 머리를 조아리면서 한국민의 민족적 자존심을 더럽힌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허용할 수 없다는 정부의 최종 결정은 한국정부가 중국정부의 과도한 압력에 굴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정부의 공식 결정은 주권 국가의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진 이후 중국의 외교정책은 5대 평화공존의 원칙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그 원칙 중 하나는 다른 나라의 내부 문제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불간섭 원칙은 중국이 외부세력의 중국내 문제에 대한 간섭(인권문제를 포함해서)에 대한 자신의 반대명분으로서 국제 및 지역 회의 등에서 대표적으로 천명되어 온 원칙이다. 만일 중국이 자신의 외교정책의 원칙으로서 이 숭고한 불간섭원칙을 신봉한다면 한국의 종교시민 단체가 종교적(혹은 영적인) 지도자로서 달라이라마를 초대한 것에 대해 반대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은 내부적 일에 대해 중국의 간섭을 받을 필요가 없는 주권국가인 것이다. 한편으로 중국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불간섭 원칙을 천명하고 다니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국가의 내부 사안에 대해 중국 스스로가 간섭을 하고있는 셈이다. 한국 정부가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허용하지 않도록 중국이 압력을 가한다면 이는 중국이 그토록 찬양하는 중국의 불간섭원칙을 위배하는 것이 된다. 중국의 불간섭 원칙은 최근 몇세기동안 중국의 역사에서 나타나는 피압제 인민의 교훈에서 나온 작품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굴욕의 세기\"로 불리는 고통의 시기를 겪은 바가 있다. 그것은 중국이 오랜 역사 가운데 자랑해온 \"중화 왕조\"가 주변의 서구 오랑캐에 의해 몰락하는 시기를 말하며, 1839-42년의 마약전쟁에서 중국정부가 패배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때부터 중국은 유럽, 미국, 일본 등으로부터 긴 시간동안 치욕의 세기를 보내게 되며 이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으로 마감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불간섭원칙에 대한 천명은 중국 자신이 오랜 치욕의 세기를 겪으면서 깨닫게 된 원칙으로서, 현대의 국제사회에 있어 강대국 약소국에 상관없이 모든 나라의 주권은 외부 세력으로부터 간섭받아서는 안된다고 하는 명확한 원칙이다. 한국 정부는 달라이라마 방한 거부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종교 시민단체의 희망을 받아들여 달라이라마는 한국에 올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이 항상 국제사회에서 주창하는 바와 같이 한국 정부는 외부의 간섭 없는 정책결정이라는 원칙을 달라이라마의 방한 건에만 제한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전 세계에 있는 한국민의 자긍심인 한국정부의 주권과 명예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인 것이다. 이 원칙은 국가의 경제적 이해에만 국한시키지 않는 한 국가의 총체적 국익을 위한 원칙이기도 한 것이다. 김 해 미국 트로이 주립대학 국제관계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