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기어 | 영화배우 당신은 당신 삶에서 이런 세상과 저런 세상(연기와 수행)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연기가 되었든 집안일이 되었든 빠지면 빠질수록 저 자신의 수행은 깊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제가 연예계에 있지 않았다면 저는 저 자신 속의 어두운 구석과 단점들과 진실로 맞닥뜨릴 기회를 못 가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과감하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않아요. 저는 제게 제가 누군지 말해 줄 수 있고 제 마음을 끊임없이 보여 줄 수 있는 그런 삶을 바랍니다. 어두운 동굴 안에 있었다면 그것들을 볼 수 없었겠지요. 제게 있어 문제는, 할 수 있다면 행복에 넘친 그런 상태를 찾아 머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건 죽음이랄 수 있겠죠. 저는 그런 걸 바라지 않아요. 제가 늘 하는 말입니다만, 저는 특별한 수행자가 아닙니다. 저는 제가 누군지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세상에 있는 것이 저는 좋습니다. 당신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겸손한 사람이 되는 것을 넘어서, 더 적극성을 갖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당신 작품에 비추어 보려고 애쓴 적이 있습니까? 아, 많이 있습니다. 그건 중요한 문제입니다. 당신이 불교 관점을 특정한 영화 세계에 접붙이려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영화에서 우리는 글자 그대로 조각들과 일하고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조각을 이해한다는 것은 마음을 편하게 갖는 수행에도 좋은 소재가 됩니다. 영화에서 진짜는 하나도 없습니다. 전혀. 필름을 투과하는 빛 알갱이들도 존재가 입증되진 않거든요. 거기엔 아무 것도 없어요. 우리는 그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가 속임수를 쓰는 마술사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된다면, 다시 말해 그 감정들이 모두 사실이고 이 물건들이 정말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면 사진기는 진실을 찍고 있는 것이 되겠지요. 한편으로는, 사진기는 놀랍게도 우리 눈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기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방법과는 다른 방법으로 사람을 봅니다. 우리가 보통 생활에서 사는 것보다 사진기 앞에서는 헛점이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죠. 촬영에는 일정한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따를 수밖에 없지요. 한번 사진기에 찍히면 다 보여 주는 겁니다. 거기에는 숨을 곳이 없다는 말입니다. 당신은 가르침을 두고 말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데, 티벳의 자유 문제에 있어서는 열렬한 대변인이지요. 그러기까지 저는 여러 단계를 거쳐왔습니다. 제가 스무 해 전에 느꼈던 분노는 이제 아주 다른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 모두는 - 히틀러든 중국 사람이든, 나나 여러분이나 또 미국이 중남미에서 한 일들이나 - 한 배에 타고 있습니다. 누구도 이런 문제를 일으킨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중국이 스스로의 앞날을 불행하게 만들 씨앗을 만들고 있다면 누구라도 그들에게 동정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스물다섯 해쯤 독방에 수감되어 있다가 인도로 탈출한 티벳 노스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스님은 고문 기술자한테서 겪는 괴로움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고, 고문 기술자한테 순간 순간 자비심을 잃어 버렸을 때 괴로움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뛰어난 영혼과 마음의 지혜를 본 뒤에 여러분은 모른 척 뒤로 돌아서지 못할 것입니다. 티벳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데요. 저는 그것이 국가 주도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정교분리가 안 된 상태에서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대한 법왕(法王)은 이러한 사상에 바탕을 둔 사회를 실제로 건설할 수 있습니다. 모든 국가 기관은 좋은 심성을 갖춘 사람을 만들려고 만들어졌습니다. 사회의 모든 것이 이를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역사 속에서) 타락한 적도 있었고 더러는 나쁜 시절, 더러는 좋은 시절도 거쳤습니다. 그러나 그 사회의 고갱이는 좋은 심성을 갖춘 사람, 곧 보살을 만드는 것이고 깨달음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미국을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깨달음을 위한 어떤 사회 구조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우리에게도 기독교 유산, 유대교 유산, 자비심, 이타주의가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도요.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완전한 해방인 깨달음을 뒷받침할 사회 구조가 너무 없습니다. 그전의 남아공이나 티벳처럼 인권 유린이 전 세계 여론의 도마에 올라와 있을 때, 당신 같 은 유력 인사가 자기 명성을 기술있게 쓰는 것도 중요 요소가 되겠군요.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 상황은 좀 복잡합니다. 제가 얼마 전에 중미 지역을 비롯해 정치 인권 문제로 일을 하고 있을 때 의회와 국무부와 상대하면서 몇 가지 요령을 익힌 게 있어요. 그런데 그것이 티벳의 경우에는 정말 적용이 안 되는 거예요. 티벳은 너무 멀기도 하고 관련되어 있는 미국 사람은 너무 적었던 거지요. 저는 달라이 라마가 정치 운동을 이용하는 것에 의문을 갖는 것이 매우 현명하다고 봅니다. 당신도 비폭력이란 낱말을 큰 제목으로 뽑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비폭력 운동은 그 자체가 약점을 갖고 있어요.(강하게 사회에 호소하기가 힘들다는 말 - 엮은이) 달라이 라마는 자기를 간디처럼 생각하지 않아요. 그분은 연극 같은 억지 상황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훨씬 더 완만한 접근 방식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건 연극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저 조금씩 조금씩 진실을 만들어 가는 것,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더 깊이가 있게 될 겁니다. 티벳 문제에 관여하는 상원 의원?하원 의원?의회 인사 모두는 그 사람들이 보통 기울이는 관심보다 더 많은 관심을 티벳 문제에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는 달라이 라마의 연설과 가르침의 보편성이 단순한 티벳 문제가 아니라 더욱 뜻있는 이 같은 현상을 일구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분이 노벨 평화상을 받으면서 이름이 더 많이 알려졌지요. 그분은 이제 더는 단순한 티벳 사람이 아니라 세계 속의 인물이 되었습니다. 아까 사진기가 집어 낼 수 있는 것에 대해 말했는데, 달라이 라마의 사진 한 장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냥 그 얼굴을 한번 보세요. 일단 눈길을 끌지요. 그리고 동시에 확 열려 있습니다. 마치 부처님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거예요. 그냥 그분의 얼굴을 보고만 있어도 몇 발자국 앞서게 될 겁니다. 우리가 그 동안 해 왔던 일들을 생각해 보면 그분이 늘 보리심으로 그러하듯이 많을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드린 게 전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늘 말하지만 티벳은 점점 많은 관심을 얻게 될 것이고, 그와 함께 그 과정은 모든 중생을 건지는 과정이 될 겁니다. 우리가 그런 성과에 주목한다면 티벳은 제자리를 찾아갈 겁니다. 물론 긴급한 티벳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 일에 매달립니다. 비록 우리는 중국과 더 많은 대화가 늘어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클린턴의 중국 방문으로 만들어진 낙관론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의 민주 인사와 티벳 사람들은 천안문 사태 뒤로 지난 팔십 년대부터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당신은 부처님 가르침과 티벳 독립을 지원하려고 많은 사업을 뒷받침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저는 우리 재단에 자금이 좀 있는 형편이어서, 여러 단체들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착수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불교책을 뒷받침하는 일 - 번역이나 출판 - 도 중요합니다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가르침을 뒷받침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달라이 라마와 함께 일하면서 몽고,인도,미국과 다른 곳에서 대중 강연을 여는 일은 더할 수 없는 기쁨을 줍니다. 달라이 라마가 보리심에 관한 강연을 하실 때는 강의가 끝나고 울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분은 가슴 속 깊은 곳을 감동케 합니다. 그분이 지난 해 부다가야에서 쿠누라마 스님의 장편 불교시 ‘보리심 예찬’을 강연하셨는데 그걸 지금 생각만 해도 저는 눈물이 나옵니다. 너무 아름다운거죠. 그분이 그분 스승이셨던 쿠누라마의 ‘보리심 예찬’을 설하실 때 우리는 너무나 신기하게도 그분 마음 속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들은 적도 없고 알 수도 없는 경지입니다. 우리는 부처님과 함께 있었던 것이죠. 저는 지혜에 대한 훌륭한 가르침을 주는 스승을 많이 만나 보았습니다만 정말로, 정말로 큰 보리심을 갖춘 분을 만난다는 것은... 저는 달라이 라마가 가르침을 주기 위해 여기 계시다는 사실 자체가 큰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동스러운 것이죠. * 위 내용은 <샴발라 선(Shambhala Sun)>에 실린 내용을 간추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