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랑하듯 모든 것 사랑하면 저도 부처님 될 수 있대요”
관리자
“이제 형하고도, 친구들하고도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거예요.”
지난달 15일부터 23일까지 달라이 라마 방한준비위원회 방문단과 함께 인도 히말라야 다람살라를 방문해 달라이 라마를 친견하고 돌아온 김재경(11,서울 광장초등학교 4년) 어린이.
늘 형과 싸우기 일쑤였던 재경이가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나누고 돌아와선 “누구와도 싸우지 않겠다”고 제법 어른스런 소리를 한다.
“달라이 라마 할아버지께선 엄마를 사랑하듯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선우’ 회원인 어머니 이상정씨를 따라갔던 재경이는 방문단과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 시간에 “어떻게 하면 부처님이 될 수 있느냐”고 당돌하게 물었고,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답했다.
“먼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계속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리고 이 사랑의 마음을 모든 사람들에게로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겠지. 이것이 바로 부처님 말씀의 근본이야. 다시 말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가족으로 넓히고, 이 사회로 넓히고, 나아가선 온세계로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지. 이것이 바로 불교의 보살심이란다. 그리고 김치도 잘 먹어야 하고...”
달라이 라마의 답과 유머에 순간 40여명의 방문단은 폭소를 터뜨렸고, 재경이도 웃었다. 그 웃음 속에서도 재경이는 큰 깨침을 얻었다.
“달라이 라마 할아버지의 말씀이 아주 쉬웠어요. 저도 그렇게 엄마를 사랑하듯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면 부처님이 될 수 있대요.”
전엔 밥투정, 반찬투정이 심했지만 이젠 달라이 라마의 말처럼 김치도, 고추장도 잘 먹는다는 재경이는 달라이 라마가 환영의 뜻으로 목에 걸어준 흰 천인 ‘가타’를 걸고 히말라야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번에 특히 한국 방문단에게만 개방한 티벳 난민 수용소 등을 돌아 본 재경이는 “나라를 빼앗기고 힘들게 살아가는 티벳 사람들이 정말 불쌍하다”고 안타까움을 전하며, “어른이 되면 그런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나라를 빼앗긴 사람들이 싸우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도 재경이는 ‘싸움의 자세’로 돌아가지 않았다.
“싸워서는 아무 것도 해결 안 돼요.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을 엄마처럼 사랑하면서 말이에요.”
조연현기자 | cho@hani.co.kr
* 달라이 라마 만나고 온 김재경어린이 이 기사는 <한겨레 신문> ‘사람’란에 나온 것을 손질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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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시:
- 2004-05-12 오후 5:3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