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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문화] 말 걸음 속도로 흘러가는 티벳의 옛 수도, 시가체

박물관

 
 

티벳일기 15: 티벳의 옛 수도, 시가체

 

 

 

산자락의 타시룬포 사원과 시가체 전경.

 

라싸에서 280km, 버스를 타면 약 5시간 거리에 티벳 제2의 도시, 시가체가 자리해 있다. 하루 전 티벳여행을 함께 왔던 일행과 헤어진 뒤, 나는 라싸 버스터미널에서 혼자 시가체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에는 한족을 제외한 외국인이라곤 나밖에 없어서 맨 뒷자리로 이동하는 나를 다들 신기한 듯 쳐다보며 수군거린다. 좌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바닥이 온통 해바라기 씨앗 껍질에다 침과 담배꽁초로 지저분하다. 티벳에서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버스 안에서 아직도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고,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게 아무렇지도 않다. 4시간 넘게 이런 버스를 타고 가자니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 ‘뽕짝’처럼 흘러나오는 티벳 노래가 잡친 마음을 다독였다.

 

시가체 가는 길에 바라본 얄룽창포와 계곡.

 

버스는 예정시간보다 40분 늦게 라싸를 출발, 시가체로 향했다. 길을 따라 궁궁을을 내내 이어진 강, 강을 따라 가파르게 솟은 산자락들. 거의 300도에 가까운 굽잇길에서도 버스는 추월을 감행하는데, 승객들은 이골이 났다는 듯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부르다 못해 아예 합창까지 해댄다. 그 노래를 듣고 있자니, 이 사람들 전부가 가수다. 다들 어찌나 목청이 좋고 노래를 잘 하던지. 나만 버스 맨 뒷좌석에 쳐박혀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다. 툭하면 산사태가 나고, 이동하는 군용 트럭을 만나 제 속도로는 가기 어려운 길. 1시간 30분을 달려 버스는 노천 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했다. 건물이라곤 과자 부스러기와 음료수를 파는 쓰러져가는 흙집이 한 채 있고, 화장실도 없는 곳. 남자들은 죄 강을 향해 소변을 보고, 여자들은 건물 뒤로 돌아가 일을 본다.

 

시장 좌판에 나와 공부하는 아이들(위). 티벳 전통구역의 전통가옥(아래). 

 

냥추 강과 얄룽창포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시가체는 라싸보다 고도가 높은 해발 3900미터(평지 산소량의 67%)에 위치해 있다. 시가체가 가까워질수록 라싸까지는 볼 수 없었던 사막 지형이 강을 따라 펼쳐진다. 서너 개의 야산이 아예 휑덩한 모래언덕인 곳도 있다. 라싸를 출발한 지 4시간 50분, 드디어 시가체에 도착했다. 티벳 제2의 도시라지만, 시가체는 라싸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전혀 번잡하지 않다. 관광객들의 모습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내가 딱 원하던 분위기다. 1시간쯤 숙소를 찾아 헤매다 들어간 호텔에 짐을 풀고 거리로 나와보니 오후 5시가 넘었다. 호텔은 한족 거주지에 몰려 있어 티벳 전통구역으로 가려면 여기서 시가체 북쪽으로 길을 잡아 가야 한다.

 

                     

티벳 전통구역과 타시룬포 사원 가는 길에 만난 아이들.

    

  

본래 시가체 북쪽 산자락에는 과거 창 지방을 지배했던 왕의 궁전인 시가체 종(1613년 건설)이 있었으나, 1959년에 있었던 극렬한 봉기(시가체는 가장 극렬하게 중국에 저항했던 곳)로 인해 시가체 종은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애당초 라싸의 포탈라궁은 이 시가체 종을 모델로 삼은 것이고, 16세기까지만 해도 시가체는 티벳의 수도 역할을 담당했었다. 시가체의 번성은 제1대 달라이 라마 겐덴 드룹(Genden Drup, 겔룩파를 창시한 총카파의 제자)이 1447년에 세운 타시룬포(Tashilhunpo, 짜쉬룬포, 타쉴훈포라고도 발음한다) 사원에서 비롯되었는데, 17세기 라싸를 중심으로 한 겔룩파의 성장과 권력다툼으로 티벳의 수도는 오늘날의 라싸로 옮겨졌다. 하지만 시가체는 여전히 창 지방의 중심지이며, 판첸 라마의 거주 사원으로 라싸의 조캉사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지로 통한다.

 

시가체 근교의 들판. 저녁이 되어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가체 북쪽에 자리한 티벳 전통구역 입구에는 재래시장과 일반시장이 ‘ㄴ'자로 펼쳐져 있다. 타시룬포 쪽으로 재래시장이 자리해 있다면, 시가체 종 방면으로는 일반시장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이 곳의 재래시장은 관광지인 라싸보다는 장삿속이 훨씬 덜하고, 상인들도 라싸에 비해 순박한 편이다. 똑같은 마니차를 두고도 라싸에서 파는 가격의 30~40%쯤 이 곳이 저렴하다. 나는 시장 골목을 한 바퀴 돌아 티벳 전통구역을 구석구석 기웃거렸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은 골목에서 나를 만나자 신기하다는 듯 졸졸 내 뒤를 따라다녔다. 1시간쯤 티베탄 마을을 돌아다니다 도시 외곽의 들판으로 향했다.

 

시가체 근교 들판의 유채밭.

 

유채꽃밭과 감자밭이 펼쳐지고, 칭커밭이 에두른 시가체 들판은 내가 어린시절에 보았던 우리나라의 시골보다 훨씬 시골다웠다. 너른 들판을 가로지르며 우마차가 다니는 농로가 길게 뻗어 있다. 그 곳으로 어떤 농부는 마차를 끌고, 어떤 농부는 당나귀를 데리고, 어떤 아낙은 푸성귀가 가득한 망태기를 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내가 손을 흔들면 이웃이라도 된다는 듯 반갑게 손을 흔들어준다. 너른 들판을 배경으로 유난히 황금색으로 빛나는 산이 하나 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이 산은 한낮에는 그냥 황토빛이었다가 해질 무렵이 되면 황금색으로 빛난다. 해서 나는 이 산을 황금산이라 이름붙였다. 원래 산 이름이 뭔지는 알 필요도 없이 이제부터 이 산은 나한테 황금산이었다. 시가체의 황금산.

 

저녁이면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 내가 황금산이라 이름붙인 산.

 

나는 이 황금산이 보이는 시가체 근교에서 밭에 나갔던 농부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그 산만 바라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티베탄 마을에서는 어디선가 흥겨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왔고, 나는 무작정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들어갔다. 집안에 모인 마을 아낙들과 아저씨들이 둥그렇게 모여앉아 창(티벳 막걸리)을 마시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었다. 내가 사진기를 들이대자 처음에는 얼굴을 가리며 쑥스러워 하더니, 금세 본래의 음주가무로 돌아가 집안은 다시금 시끌벅적해졌다. 내가 찍은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마당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선 깔깔거리며 서로 손가락질을 한다. 집 주인인 남자는 내게 마음을 열었는지 방안을 구경시켜주겠다고 손짓을 한다.

 

마을 사람들이 둘러앉아 창을 마시고(위) 노래를 부르며 어울린 마당(아래).

  

하지만 주인댁 여자는 남편에게 호통을 치며 손사래를 친다. 사실 중국 공안은 아직도 티벳인들에게 외국인을 집안으로 끌어들여서는 안된다는 지침을 내려놓고 있다. 여자는 그것이 무서웠던 것이고, 남자는 잠시 그것을 잊었던 것이다. 해가 지고 완전히 어두워져서야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어 나는 마트에 가서 컵으로 된 신라면(2개에 10원)과 사과(2개에 9원), 살구(6개에 6원)를 샀다. 저녁으로 라면을 먹고, 디저트로 살구까지 먹었더니 좀 살 것같았다. 티벳의 과일은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거나 티벳에서 난 것일지라도 고원에서 재배한 탓에 작고 볼품없지만, 시가체에서 맛본 살구맛은 내가 먹어본 살구 중엔 최고의 맛이었다. 

 

 

 

번잡한 라싸를 벗어나 시가체에 당도한 뒤부터 비로서 나는 여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최대한 티벳의 시간을 즐겼다. 자동차보다는 말과 야크가 걷는 속도로 흘러가는 티벳의 시간을. 티벳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면, 소금계곡이 있던 옌징과 함께 나는 시가체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라싸보다 훨씬 티벳답고, 붐비지 않으며, 심심하기까지 한 시가체에서 나는 모처럼 혼자만의 2박 3일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두 번이나 타시룬포 사원에 갔고, 두 번이나 근교의 들판을 찾았다. 시내에는 인력거가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나는 시가체의 모든 곳을 걸어서 다녔다. 어디서건 반짝이는 타시룬포의 황금지붕이 눈에 들어왔고, 그것은 내게 찬란했던 티벳의 옛날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글/사진: 이용한 http://blog.daum.net/binkon\d  16편에서 계속.

 

 

 

출처 - http://cafe.daum.net/bulkot/3A0m/32

다음카페-어둠속에 갇힌 불꽃(글쓴이:정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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