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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 인도,신비의 베일을 벗고 ‘천의 얼굴’을 드러내다 - 이옥순

박물관

 

인도,신비의 베일을 벗고 ‘천의 얼굴’을 드러내다-이옥순

장정일이 만난 작가-인도사 연구가 이옥순

장정일
 
많은 한국인은 인도를 영적 체험의 장소로만 여긴다. 그러나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로 저술 활동을 시작한 이옥순은 왜곡과 편견을 벗겨내고 있는 그대로의 인도를 보여 주고자 한다. 그의 저서 『식민지 조선의 희망과 절망, 인도』에 따르면 그런 편견은 일본보다 뒤처진 자신을 보상받고자 하는 식민지 조선의 서글픈 욕망, ‘복제 오리엔탈리즘’일 뿐이다.
누군가 나에게 인터뷰의 기술을 이렇게 가르쳐주었다. 허다한 인터뷰 중에는 상대방이 감추고 싶거나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들추고 캐물어야 할 때가 있으며, 그와 반대로 상대방이 무척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고스란히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그러면서 그는 아주 친절하게도 정치가나 연예인과의 인터뷰는 전자에 속하며, 학자 가운데서도 특히 과학자의 경우는 후자라고 귀띔해주었다.

그렇다면 오늘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이미 결정 난 거다. 비록 인도가 과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숨길 게 많고 발뺌하고 싶은 게 수두룩한 정치가나 연예인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이옥순 선생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푸른역사, 2002)을 읽고서였다. 그 책을 읽고서 재까닥 으레 쓰는 독서일기에 꽤 긴 독후감을 갈무리해 두었음은 물론이다(『장정일의 독서일기 6』 범우사, 2004). 그런데 이번에 대담을 하기 위해 그 이후에 나온 저서 목록을 살펴보니, 내가 한눈파는 사이에 저자는 꽤 여러 권의 신간을 내놓았다.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뜻이고, 인도를 열애하고 있다는 증거다.

“제가 처음 낸 책은 1997년 출간한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책세상)입니다. 그 책은 오해와 왜곡이 재생산되는 인도에 대한 지식과 인식을 교정하고, 한국인이 가진 편견을 벗겨내 있는 그대로의 인도를 보여 주겠다는 의도로 쓰였습니다. 현지에서 공부한 사람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만든 대중서였지만, 인도가 지닌 ‘천의 얼굴’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는 점에서 입문서로 읽을 만하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방금 말씀하신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은 몇 권의 대중서를 더 쓴 다음에 착수한 본격적인 저작입니다. 그 책은 90년대 국내에서 출간된 인도를 다룬 소설과 각종 여행기, 잡지·신문에 실린 칼럼 등에 반영된 인도에 관한 글을 분석하여 인도의 이미지가 우리나라에서 구성되고 재생산되는 방식과 패턴을 추적한 거죠.”

저자 스스로도 말하고 있듯이 에드워드 사이드에게 적지 않은 빚을 진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은 한국인이 인도에 대해 품고 있는 온갖 양태의 이미지가 인도의 원 모습과는 동떨어진 서구 오리엔탈리즘의 재생산이라고 말한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서구가 자신의 동양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동양을 계몽되어야 할 여성이나 어린이로 보는 시각이다. 인식론적 폭력으로 확대 설명되기도 하는 오리엔탈리즘의 문제는, 서구에 먼저 개항한 대가로 다른 동양 국가보다 한 발자국 앞서 서구화된 동양 국가가 자신의 식민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것을 흉내 낸다는 점이다.

1885년 주창된 후쿠자와 유키치의 탈아입구론이 명백히 보여 주듯이 서양 제국주의 앞에서 전전긍긍했던 일본은 항상 ‘아시아를 벗어나 서양과 동일시’되기를 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서양보다 뒤떨어졌지만 그래도 자신들보다 더 열등한 동양의 타자를 찾아내는 것으로 서양에 의한 민족적 ‘거세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런 심리적·현실적 위안물이 일본에는 조선과 중국이었으며, 일제 식민지였던 한국인에겐 역사적으로 지체되고 헐벗어 보이는 인도였다. 저자는 우리들의 이런 서글픈 욕망에 ‘복제 오리엔탈리즘’이란 새 이름을 붙여 주었는데, 『식민지 조선의 희망과 절망, 인도』(푸른역사, 2006)는 개인적으로 독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일견 딱딱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단번에 화제가 되면서 현재까지 6쇄를 거듭하고 있다. 이 책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송기원·강석경·김영현·은희경 같은 소설가들과 법정 스님이나 류시화 같은 명상가, 그리고 한비야·이지상 같은 내로라하는 명망 있는 저자들이 실명 거론되면서, ‘인도에 대해 잘못 말한 죄’로 약간씩 혼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명을 거론하긴 했지만 그분들은 인도를 정신주의·요가·명상·자연의 땅으로만 여기는 많은 한국인을 대표할 뿐이죠. 윤회를 믿는 인도인이 시간의 흐름에 느긋하거나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점에서는 우리보다 덜 영악하고 덜 세속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인도인은 우리와 같은 고민과 욕망을 가지고 아등바등 일상을 살아간다는 겁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삶이 고단해 체념하고, 달관하거나 종교에 의지하고, 내세에 희망을 두는 거죠.

많은 인도인이 믿는 힌두교는 지극히 현실적인 종교로 영적 생활을 강조하진 않습니다. 영적 생활에 대한 강조는 주로 브라만 계층에만 해당합니다. 90년대부터 본격화한 인도 여행으로 인도를 알려는 수요가 증대하였고 수많은 인도 관련 서적이 나왔습니다만, 인도의 현실이나 역사보다 좀 더 근대화된 사회이자 물질문명을 이룬 한국의 대안으로서의 인도, 우리가 상실한 고향 같은 이상향으로서의 인도에 대한 환상과 편견도 따라 증가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어떤 글에서 ‘키치란 고급 승용차에 달린 안테나라고 푼다’고 썼다. 승용차에 부착된 안테나는 라디오 수신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지만 사람들은 승용차 내에서 라디오를 켜면 여의봉처럼 삐죽이 솟아나는 안테나 때문에 전파가 잡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에코의 정의대로라면 실용적으로 아무런 효용이나 소용도 없으면서 ‘상상의 효과’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키치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무슨 도를 닦거나 영적 체험을 위해서는 인도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을 가졌다면 당신 역시 키치 중독자다. 왜 인도에 가야만 도가 터지고, 정신이 맑아지느냔 말이다? 굳이 어디로 가야만 명상이란 게 이루어진다면 가까운 계룡산도 있고 지리산도 있는데!

“인도는 12억 명이나 되는 인구를 가진 나라인 데다 굉장히 다양한 인종·종교·언어·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지역마다 발전의 속도가 달라 어떤 지역은 21세기고, 어떤 지역은 아직까지 수렵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인도 여행자들은 ‘장님이 코끼리 더듬듯’ 자신이 접하고 본 것만 인도라고 말합니다. 한국인은 서구화되고 근대화된 우월의식으로 인도를 얕잡아 보는데, 실제의 인도는 무척 일찍부터 의회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고 1951년부터 미국의 MIT와 똑같은 과학기술대학을 여럿 만들었던 나라입니다.

인도가 ‘21세기의 석유’라는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세계적인 강자가 된 것은 산업화와 과학화에 대한 오랜 준비와 개방성 때문입니다. 원래부터 인도인에게는 IT산업을 잘할 수 있는 추상적·논리적 능력이 뛰어났다는 식의 설명은 재미있긴 하지만 여전히 인도를 신비화하는 수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렇게 써야만 독자들이 좋아한다’는 일종의 공식을 되풀이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서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도 같은 논리가 인도를 향할 때면 곧바로 말을 바꾼다. “영국이 아니었다면 언제 인도가 철도를 놓고 대학을 만들었겠으며, 의회 제도를 도입했겠느냐?”고. 저자가 지난해 출간한 『인도현대사』(창비, 2007)는 독립 60주년을 맞은 인도가 영국의 식민통치에 적응하고 저항하며 생존한 지난 3세기의 여정을 추적하면서 식민체제로부터 자율적으로 작동한 인도 사회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조명하고 있다.

“개설서나 연대기적 기술로 쓰기보다 한 편씩의 논(論)으로 구성해본 게 저의 『인도현대사』입니다. ‘동인도회사와 인도 정복’ ‘간디의 비폭력운동과 인도 독립’ ‘카스트 제도와 영국의 계급 분할통치’ ‘힌두 민족주의와 인도의 무슬림 운동’ 등의 주제를 통해 인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인도 현대사를 동시에 조감해 보고자 한 거죠.

이 책은 ‘수억의 야만인’에게 문명을 전해준 영국 식민주의에 대한 변명과 찬양으로 일관하면서 영국의 인도 통치를 정당화하는 서구 중심의 인도사에서 벗어나 인도인을 인도사의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이 책은 최근 인도의 부상이 우연한 일이 아니라 영국이 오기 전에 누린 위상을 되찾는 과정이자 인도가 가진 독특한 생존방식의 결과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옥순과의 5분 토크

김현정 | 제51호 | 20080301 입력 블로그 바로가기 -->
인도에 관한 숱한 책을 낸 이옥순은 “힌디어를 배우러 인도에 다녀온 여학생을 1시간 정도 만나 기초적인 정보를 얻은 게 다”였던 상태에서 인도 유학을 떠났다. 강도를 만날까 봐 무서워 공항에서 연필 깎는 칼을 손에 쥐고 있을 정도였다. 그 무렵 인도는 그처럼 멀기만 한 나라였다.

“에어컨이나 냉장된 음식은 사치였던” 80년대 후반 델리. 그곳에서 그는 어둠에 잠긴 캠퍼스를 내려다보곤 하다가 “세상만물을 주관하는 ‘어떤’ 존재를 느꼈고, 시간의 흐름과 삶의 무게에 관대해지게” 됐다. 그렇다고 하여 그가 초월과 명상의 관점으로 인도를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인도를 자주 찾는 그는 인도도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국토가 넓고 언어가 많기 때문에 인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 바라볼 수만은 없는 다양한 풍토와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늘 패배했으나 끝내는 살아남은 ‘기이한 승리자’인” 인도와 인도인을 비교적 일찍 연구하기 시작한 그는 인도의 역사와 ‘생로병사’를 보다 깊이 연구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인도 내륙 지방을 여행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인도라는 다양한 재료를 써 맛있고 영양가 있는 다채로운 음식을 만들어 후배들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것이 지금 그의 소망. 그의 저서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는 어린이들을 위해 쓴 전기『위대한 영혼, 간디』다.

 

출처 - http://cafe.daum.net/bulkot/3A0m/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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